요즘 세계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소련의 노벨상 수상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로ㆍ솔제니친은 이미「암병동」「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등으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그는 그의 서사시 「수용소군도」를 출판하여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하는 동시 적대정권하에서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독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소련 당국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그가 부르짖고 있는 사상은 과연 무엇인가? 이에 본보는 김윤주 씨를 통해 2회에 걸쳐 그의 사상과 세계관 및 신앙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註>
소련의 저항작가 알렉사드르ㆍ솔제니친의 대표적 작품의 하나인「第一圈」에서 명백히 작가 자신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특수 수용소의 수인 글레브ㆍ네르진은 아내 나쟈와의 면회 때 자기가 혹시 다른 먼 수용소로 이송되어 서신 연락이 끊어지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일러 준다. 깜짝 놀란 나쟈가『어디로?』하고 소리치자 네르진은『하느님이나 알겠지』하고 말한다. 그러자 나쟈는 다시 물었다.『설마 당신 신을 믿기 시작한 건 아니시죠?』(註). 이 물음은 아마 솔제니친의 작품들을 읽는 수많은 독자들의 의문을 대변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알렉사드로ㆍ솔제니친은 이른바 소비에트 체제가 이미 그 기반을 확고히 굳힌 시대에 성장해서 다른 수백만의 동포들과 함께 스탈린의 공포정치의 제물이 되어 사선을 넘는 고난을 겪었고 현재도 같은 공산 독재의 현실에서 살고 있다. 최근의 외신이 알려 주는 바와 같이 그가 그 지옥 같은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있는 것은 신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솔제니친의 거의 모든 발언에서 신의 섭리에 관한 서언을 엿들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원하건 원하지 않건 신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자기의 신앙을 까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비록 그가 쓴 기도문도 있고 또 그의 대부분의 작품이 종교적 문제나 혹은 교회와 직접 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내용을 담고는 있지만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에피소드들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러니까 그는 특수한 종교적 주제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이반 메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주인공 슈호프와 침례교도 알료샤와의 대화를 살펴보더라도 솔제니친은 종교적 프로파간디스트로 자처하고 있지는 않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그가 묘사하는 현실이 신의 섭리를 충분히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그의 작품을 읽는 사람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자유를 위한 투쟁>이다. 그러나 그는 독자에게 이러한 결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 자신이 개인적 결단을 내리도록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호교론을 전개하지 않는 호교자라 할 수도 있다. 솔제니친의 작품들의 중심 테마는 압제에 신음하는 사람들, 수인들 사회에서 버림 받거나 추방된 사람들 그리고 인간의 품위와 자유와 행복을 위한 내적 투쟁 요컨대 성서적 의미에서의 정의를 위한 투쟁이다. 그는 전율할 현실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한다. 그는「第一圈」에서 의미심장하게『사람들이 빠져 죽기 쉬운 곳은 바다가 아니라 더러운 웅덩이』라는 러시아 속담을 인용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네르진(솔제니친)은『나는 넓은 바다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 제20차 소련 공산당대회에서 후루시초프가 스탈린 격하 연설을 한 후부터 소비에트에서는 스탈린주의를 비판하는 일련의 시 소설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의심없이 솔제니친의 작품들도 그러한(고발문학) 유형에 속한다. 그러나 그는 단지 일정한 정치체제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의인화된 악비인간적 또는 반인간적 사조를 고발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흔히 정치적 동기가 내포되어 있는 소비에트 고발문학의 테두리를 훨씬 넘어선 형이상학적 차원이 열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솔제니친은 본절적으로 도스토에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는 것이다.
註 분도출판사 刊 李鍾鎭 역「第一圈」427 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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