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복음화와 경제개발
한국 교회와 이 땅에서 복음화를 생각하려 할 때 개발도상국가로서 경제 개발과 그 발전 성장에 힘을 경주하고 있는 국가적 조건하에 놓여 있는 역사적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나라의 기술적 경제적 진보 발전은 급속한 템포로 진행되어 눈부신 경제 성장과 산업 기술이나 조직상의 혁신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시대 상황에 대해서 민족의 장래를 위해 항상 복음적 입장에서 경제 사회의 본질적 기본 구조를 살피며 경제 개발에 있어서의 복음화를 신중히 성취해 가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경제영역(經濟領域)이 그들의 신앙을 증거해야 할 정당한 장소임을 자각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더욱 교회는 복음의 정당한 가치를 밝히면서 그 가운데 그리스도교의 초월성을 지켜가는 하느님의 백성의 삶의 터임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 성장과 복음화
한국 경제의 뚜렷한 사실은 급속한 경제 성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수긍하는 일이다. 삐오 12세가 말하듯 그 경제 성장이 인간 생활의 물질적 조건을 풍부히 하고 인격의 발전 향상의 필요를 보다 더 충족시키는 한에서 소망스로운 일이다. 특히 경제 발전에 있어 뒤떨어진 우리나라는 보다 많은 보다 나은 생산(生産)이야말로 합리적 필요에 응하고 또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 성장의 급속화는 오늘의 경제적 조건하에서 극히 중요하고 큰 문제를 스스로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되겠다. 왜냐하면 경제 성장이 사회 진보와 조화적 균형(均衡)을 보지 못할 경우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미리 알고 경제 성장이 참 경제 발전이 되도록 양적(量的)인 경제 확대 실질적 국민소득의 증대뿐 아니라 질적(質的)인 진보인 국민이 실질총생산의 증대률을 항구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민의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진보의 결합을 이룩해야 하겠다. 다시 말해서 경제 성장과 사회 진보를 둘 다 포함한 경제 발전이 되도록 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에 있어서의 복음화는 경제의 구체적 목적이 개인 및 사회 전체가 인간적 존엄에 합당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물질적 전제를 계속적으로 확실히 만들어낼 수 있게끔 그리스도의 복음에 따라 인간에의 봉사를 하도록 하는 데 있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세계사목헌장 63절에서「생산(生産)의 기본적 목적은 단순한 생산물의 증가나 수익이나 지배 권력이 아니라 오직 그것은 인간에 대한 봉사인 것이다. 즉 물질적 필요와 지적(知的) 도덕적 정신적 종교적 생활의 요청을 고려한 나머지 인간 전체에 대한 봉사이며 모든 인간 모든 단체에 대한 봉사이다」라고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성장에 대한 비젼은 인간에의 봉사이다. 따라서 모든 경제 활동은 첫째「인간의 일」에 전심(專心)하여야 하며 둘째 모든 것이 인간적이어야 하며 셋째 인간에 있어 신적(神的)인 것에 노력을 집중하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어떻든 경제 활동은 인간으로부터 출발하여 인간에게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 성장은 인격의 존엄과 창의(創意)를 조장하고 소득 분배의 평등화를 달성하는 데서 그 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
만일에 경제 성장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든가 또는 책임감을 근본적으로 약하게 한다든가 개인의 창의 발현을 방해할 경우 생산고가 크게 증대하고 그 물질적 보화가 정의 형평(正義衡平)의 규준에 따라 분배된다 하더라도 경제의 발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공의회는 사목헌장 65절에서『경제 발전은 인간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과도한 경제력을 가진 소수의 인간이나 집단의 전체에 맡기거나 한 정치 단체나 몇몇 강대국의 전제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경제 발전에 대한 인간의 지배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이 민족이 경제개발 도상에 온갖 힘을 기울이는 마당에 있어 경제 성장이 인간의 인격적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촉진하는 경제 발전과 사회 진보 가운데 성취되도록 메시아적 사명을 재인식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적극 참여하여 복음화 운동에 힘쓰도록 하여야 하겠다.
그리하여 경제 개발이 인간들로 하여금 부활에의 운명의 근본적인 가치를 나타내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물질적 복지와 복음화
물질적 복지는 인간의 생활에 있어 중요한 가치이긴 하나 인생 최고의 가치로 볼 만큼 과대평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정신적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물질적 복지는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 보다 높은 가치를 향하는 노력에 필요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의 인간은 물질문명 속에서 물질적 복지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해야 할 그리스도인은 정신적 가치가 경시되지 않고 망각되지 않고 부정되지 않도록 그리스도를 증거하여야 한다. 더욱「그리스도의 신자들은 개인적으로나 단체적으로나 빛나는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 절대로 필요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얻어 그리스도에 충실하며 그의 복음이 자기의 지상적 활동 안에 바른 가치로 보존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렇게서 개인적 내지 사회적 생활 전체가 진복팔단의 정신 특히 가난의 정신으로 충만되어야겠다. (사목헌장 72)
사실 복음화로 물질적 복지의 참 가치를 이해케 하는 것은 가난의 정신에 철저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와 그 구성원들은 가난의 정신으로 복음화의 길에 매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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