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정(慾情Concupis cientia) 역시 책임이 덜어지는 경우의 한 가지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욕정이란 반드시 육욕적인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상상으로 표현되는 감각적 모든 대상에 대해서 마음의 움직임을 말한다. 누구를 사랑한다 미워한다든가 내 원욕 혐오 즐거움 근심 희망 실망 공포 대담 분노 같은 것이다. 이러한 모든 감정적인 것이 의욕의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런 욕정도 의욕하기 전과 후를 구별해서 말한다. 의욕적(意慾前 Coucupicsentia ant ecedens) 욕정이란 의지의 작용을 앞서서 튀어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에 나에게 모욕을 준 친구를 길에서 만났다. 그럴 때 생각할 여유도 없이 때려 주고 싶은 생각이 불쑥 나왔을 때를 말한다. 의욕 후 욕정이란 것은 의지의 작용이 있은 다음에 생기는 욕정을 말한다.
즉 친구를 만나서 전에 받았던 모욕을 생각한 다음에 일어나는 욕정을 말한다. 이런 경우 일부러 내가 욕정을 일으켜서 하는 행동에는 더 많은 책임이 있다. 즉 원수를 갚기 위해서 일부러 욕정을 돋운다든가 누가 음란한 죄를 짓기 위해서 미리 상상으로 그런 장면을 생각하므로 욕정을 일으켰을 때는 책임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욕 전 욕정이 지능과 의지의 사용을 못하도록 강력했다면 그 강도에 따라 책임도 가감되는 것이다. 이러한 욕정은 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선행에도 해당된다.
예를 든다면 내가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데 완전한 지능과 의지의 판단 후에 하는 행동이면 그 선행의 가치가 큰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순간적인 발로로 선행을 했다면 그 가치가 적은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 의식적이고 자유적인 상태에서 하는 것이 사람으로써 하는 윤리 행위의 가치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겁(怯·Metus)이란 어떤 것을 인식하고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일어나는 마음의 동요를 말한다. 겁을 먹고 하는 행동이라 하더라도 중대한 위험에 대한 겁도 있을 것이고 경한 위험에 대한 겁도 있다. 중대하다면 죽음이나 그에 준하는 것이고 경하다하면 야단을 맞는다든가 하는 적은 것을 말한다.
이런 경우에도 겁에 못 이겨 살인을 했다면 귀책성이 약해질 것이고 과히 겁도 나지 않는데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책임이 더 큰 것이다. 물론 같은 경한 겁이라 하더라도 상대에 따라 주체에 따라 다른 경우도 있다.
어떻든 어떤 행동이 지능과 의지가 완전한 작용을 했을 때는 그 돌아가는 책임이 클 것이고 지능과 의지의 작용을 잘못하는 경우는 책임이 적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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