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은「第一圈」에서 인생을 베토벤의 d단조 소나타 17번에 비기고 있다.
『그 곡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슬픈 것도 기쁜 것도 무엇이고 인생처럼 왔다가는 사라진다. 그리고 인생처럼 끝도없다…』(註1)
그는 현생의 흐름 속에 진리가 숨겨져 있다고 본다.
「물에 비친 영상」이라는 소품에 그의 인생관이 시적으로 토로되어 있다.
『급류의 수면에서는 영상이 보일 수가 없는 법이다. 가까와 봐도 멀리 봐도 그렇다. 비록 물이 맑고 거품이 없어도 보이지 않는다. 영상이 있다면 그것은 맴도는 표면과 뒤섞이는 물살로 해서 의곡되고 뒤섞이고 흘려져서 알아볼 수 없는 것뿐이다. 흐르는 물이란 많은 내와 강을 거치고 또 거처 넓은 강 어귀나 해문 또는 만에 나와서야 또는 파도가 일지 않는 잔잔한 작은 호수에 머물어야 비로소 쉰다. 그때에야 우리는 그 거울 같은 표면에서 가까운 나무의 잎새들과 부드러운 구름의 겉과 하늘의 깊은 푸르름을 완연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네게 있어서도 그렇게 내게 있어서도 그렇다. 우리가 아직껏 불멸의 맑은 진리를 밝히 보지도 못하고 또 우리로선 아무리 해도 그 진리를 스스로 반영하지도 못하는 까닭은 우리 자신이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註2)
이것은 현세의 인생 안에 실재와 가상이 엉클어져 있다고 보는 그리스도교적 회의논자의 관찰법이다. 진리는 실재에 속하며 가상이 사라질 때 비로소 드러난다. 이것은 사람이 죽는 순간에 실현된다. 그래서 죽음은 진실의 시현이 된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 한 번은 그 진실의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 솔제니친이 그의 소설「암병동」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Memento moril-『죽음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솔제니친에 의하면 진실은 과거에 있었거나 혹은 미래에 있을 그런 것이 아니라 비록 눈으로 볼 수 없더라도 항상 현존하는 것이다. 그는 진실을 인간 실존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진실은 초시간적인 것이고 신이 모든 사람 안에 박아 준 영원성의 표상이다.
이 진실에 의거해서 각자의 삶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할 수 있다.
인생의 행복은 각자가 이 영원성의 표상을 얼마나 원만하게 꿋꿋이 그리고 선명하게 보존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부의 정도가 아니라 상호간의 마음가짐과 인생에 대한 우리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행복할 수 있고 아무도 이를 방해할 수 없다.
『…스차스찌예(행복)란 말은 소-차스찌예(이-운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즉 인간에게 할당된 어떤 부분, 어떤 몫, 다시 말하면 인간이 인생에서 잡을 수 있었던 어떤 모가치로 되어 있어…』(註3)
러시아어의 행복이란 낱말을 어원에 따라 풀이한 이 해석은 탁월한 종교적 해석이다. 요컨대 사람의 행복이란 인생에 대한 태도 즉 실재를 택하느냐 가상을 택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솔제니친에 의히면 누구나 이 선택에 있어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역사에 대하여 그리고 신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註1ㆍ분도출판사 刊 李鍾鐵 譯「第一圈」41페이지 참조.
註2ㆍ분도출판사 刊 張益 譯「솔제니친의 小品과 외침」18페지에서 인용.
註3ㆍ「第一圈」66페이지 참조. <끝>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