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판공이 시작됐다. 고백소 문전이 닳을 지경이다. 사제들은 피곤에 허덕일 때다. 본당마다 일정표를 발표하고 제시간에 고백성사를 보도록 거듭 당부하다 못해 애원한다. 또 냉담자 주소를 알아내 성사를 보도록 권유하는 편지를 띄우는 본당이 있는가 하면 대림이 시작되기 전 냉담자를 일일이 찾아가 판공성사를 보도록 권유한 본당도 있다. 이렇게 모든 신자들이 제때에 고백성사를 보고 주님의 성탄을 기쁘게 맞이하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도 낙오자가 생기고 지각생이 생긴다. 12월 24일 자정미사 때 고백소 앞에 늘어선 지각생들을 해마다 보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사제들의 입에서는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오랫동안 냉담해 있던 신자가 진정한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성사를 볼 때는 『대어(大魚)를 낚았다』면서 사제들도 피곤을 잊고 기뻐한다. 성서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에 나타나는 아버지 마음이다 미지근한 신앙생활을 하면서 타성에 젖은 고백성사를 보는 사람들을 대하다가 이런 탕자의 회심을 볼 때 어찌 목자의 마음이 기쁘지 않겠는가! 샤를르 뻬기는 『죄인이 끝내 완전히 버릴 수 없는 한마디가 있다. 이 희망의 말마디는 탕자의 비유다』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을 들고 오라는 분부를 받은 천사가 고심 끝에 어느 성당 안에서 탕자의 눈물을 듣고 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말 이보다 더 아름답고 값진 보석이 있을까. 그래서 「아르스」의 본당 신부 비안네 성인이 하루 17시간을 고백소 안에서 보낼 수 있었나 보다. 그는 고백소 안에서 죄인들을 정화시켰고 그것을 통해 자신도 성화됐다.
누군가 현대인의 특징이 죄의식이 없는 것이라고 갈파한바 있다.
죄의식이 없다면 회개할 것도 없고 따라서 그 사람의 삶의 변화를 기대 할 수 없다. 하느님이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신지, 특히 이 회개의 시절에 하느님이 사제의 모습으로 춥고 음침한 고백소 안에서 탕자의 회개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시다는걸 한번이라도 생각한다면…! 빗나간 자녀, 가출한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의 애절한 심정을 어찌 여기 다 비길 것인가. 탕자들이여,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오라. 이것이야 말로 최고의 성탄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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