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3월8일 오늘로서 내 나이 40세이다. 나의 선임자중 어느 누구도 50세에 이르지 못했는데!
3월10일 문 밖 성 요셉성당을 방문, 성당은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다. 오늘 기둥사이사이가 중국식 등으로 장식되었다. 일주일 뒤면 14처도 설치되게 된다.
3월22일 성 요셉 보천하성교회주보 (현(現) 성 요셉대축일) 첨례, 작년 8월의 교령에 따라 이 첨례는 지난 3월 20일 월요일에 지내야 했다. 하지만 모든 신자들에게 제때에 알리기가 불가능했으므로 첨례에 따르는 것이 마땅하리라고 생각했다.
신학교에서 공동체 미사집전, 10시에 강론연습, 11시 15분에 저녁기도, 3시에 성체강복, 성가는 아주 충실하고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어제 보두네 신부의 파방꾼 도착, 신부가 말에서떨어져 양 팔을 삐었다고 한다.
3월 24일 알릭스 신부의 편지를 검토, 과거시험 때를 기해 동학교도들이 대거 서울로 올라온다는 내용이다. 그들은 교도들에게 못 된 일에 가담하여 서울에서 외국인들을 쫓아내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비밀거사의 날짜는 음력 2월 8일 그러니까 내일인 3월 25일로 정해졌다고 한다.
3월 27일 대성당 종이 매우 아름답다. 4백 42kg이다. 주물공이 종에「성 요셉성당의 주임, 존경하올 프와빌신부님 (Cure de St. Jose ph. M.I’abbe V. Poisnel)」이라고 새겨 넣었다. 그러나 프와빌신부는 이글을 없앨 수 있으면 하고 얼마나 바라는지 모른다.
4월 1일 저녁 9시에 프랑댕씨가 편지를 보내오다. 프로테스탄트 목사들 집의 벽에 동학교도들이 벽보를 붙였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우리에 대한 내용은 없는지? 물론 전혀 없다. 사실 얼마 전 부터 동학교도들이 서울로 모여 들고 있다. 거리에서는 어느 때와 같이 그들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수 없지만 그들은 왕에게 탄원서를 올렸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그들이 탄압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청원서라고도하고, 또 다른 이들은 그 청원서 안에 그리스도교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왕은 그 상소를 받지 않으려하였다고 하며 심지어는 그 주모자들이 투옥되었다는 말도 있다. 그들이 과연 그 벽보 때문에 복수를 당하는 것일까?
4월 22일 인사이동. 로 신부 원산, 르장드르 신부 로 신부 후임, 블라두 신부 르장드르신부 후임, 샤르즈뵈프신부 순교자들 조사위해 서울로, 베르모렐신부 용산, 죠조 신부 베르모렐 신부 후임, 우도 신부 죠조 신부 후임, 빌모 신부 우도신부 후임. 마라발 신부 제물포. 모두를 자신에게 주어진 몫에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4월 23일 9시에 문 밖 성 요셉성당에서 장중한 의식을 거행, 성당축성, 주교집선 미사에 이어 종의 축성. 성당 안이 가득차서 많은 교우들이 밖에서 있어야 했다.
4월 24일 코스트신부가 하루 종일 걸려서 설치한 성 요셉성당의 첫 종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종현에 있는 사람들도 그 소리를 아주 뚜렷하게 들었다고 한다.
4월 26일 4시 반에 빌렘신부가 깨워서 눈을 뜨다. 용산에서 사랑하는 리우빌신부가 오늘 새벽 1시 15분에 숨을 거두었음을 알리는 파발꾼이 온 것이다. 베르모렐 신부는 이렇게 적어 보냈다.
『그는 제가 이제까지 본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동요 없이 힘들이지 않고 또 지극히 순명적인 마음가짐으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오 하느님 또 다시 웬 엄청난 충격입니까! 그렇지만 항상 당신의 거룩한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9명의 동료신부들이 오늘 아침에 떠날 예정이었으나 내일 10시로 정해진 장례식을 기다리기로 하다. 기별하고 부고를 띄우는 등 여러 가지 준비로 하루를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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