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 어떤 돈인데. 아버지란 작자가 그 돈을 없애 버리다니… 그 애가 불쌍하지도 않느냐?』고 다그쳐 물으시며 눈물 바람이시던 어머니를、술이 깬 모습으로 바라보시던 아버지께서는 아무말씀 없이 고개만 떨구고 계셨습니다.
저는 중학교에 다시 합격을 했고 합격 소식을 전해들은 아버지께서는、『내가 너에게 아버지 노릇 한번 해 봐야겠다』며 등록금을 빚을 내서 마련해오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렇듯 아버지 마음을 변화 시키셔서 제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 주셨습니다. 저는 그토록 소망하던 꿈을 이루게 되었고 담임선생님도 주님의 자녀인 분을 저에게 보내 주셨습니다. 이분 역시 어려움을 딛고 성공하신 분이라 인품도 훌륭하셨으며 가난한 제자들을 더욱 사랑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많은 도우심을 주셨습니다.
1학년이 끝날 무렵 저는 주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꼭 제가 장학생이 되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제가 장학생이 되었습니다. 평균 점수가 약간 미달인데도 모범생이라는 명목으로 장학생 대열에 끼게 되었고 이런 영광을 차지하게 된것은 내 주님께서 담임선생님을 통해 은총을 베푸셨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렇게 늘 저와 함께 계시며 제 길을 밝혀 주시던 주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저는 고등학교도 장학생으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19살 되던 해 제 생활 주변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스승의 날 행사로 인해 한 캠퍼스 안에 있는 4개 학교 대표들이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는데 이때、지금의 애들 아빠인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배필은 하늘이 정해 주신다는 옛말이 있듯이 우리의 만남도 결코 우연이 아니였습니다. 서로가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들 이었으나 서로가 상대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스승의 날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꾸며졌습니다. 티없이 맑고 깨끗한 첫 연정이 서로의 마음속에 어우러져 퍼져감을 우리는 서로 확인하였고 그 후 편지를 통해 장래를 약속 했습니다. 졸업을 한 그 사람은 공부를 더하기 위해 서울로 갔고 우리는 2년 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다시 자주 만나게 된 우리는 추억으로만 남은 첫 사랑이 아니라 꼭 이루어야겠다는 신념으로 하나가 되었고 작은 복음자리를 꾸미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성모님상 앞에 서서 두손 모아 간절히 드리는 기도가 있었는데 우리 두 사람이 꼭 아름다운 부부로 맺어질수 있도록 해달라는 기도였습니다. 이 같은 소망은 이루어졌지만 양가가 모두 어려운 처지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던 우리의 첫 생활에서 공식적인 축복도 받을 수 없었지만 이세상 절차는 어디까지나 형식에 불과하게 여겨질 뿐이었습니다. 오직 주님 앞에서 분명하게 부부로 인정받는 혼인을 하지 못한것이 죄송하고 죄책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생활은 무척이나 행복했고 곧 첫딸도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애아빠는 공부를 중단하고 둘째 언니가 살고 있는 시골로 내려가 주산 학원을 차렸습니다.
때를 초월한 우리들의 결합은 결코 평탄 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의 가난도 지겨운데 제가 자초해서 계속 가난한 생활을 하자 둘째 언니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무척이나 구박을 했습니다. 『네가 어디가 못났느냐? 형제 중에 제일 잘 살줄 알았는데、군대마치고 직장이 정해진 사람을 선택해야지…』애 아빠를 마음에 들어 했지만 보기에 가난했던 생활을 너무 안타까웠지는 늘상 순진한 우리들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와 큰 언니만은 늘 위로해 주었습니다.
『너희들이 원하는 큰 소망을 이루었으니 이제 한도 없겠다. 초년고생은 사서도 한단다. 두 사람 다 착하니 언젠가는 잘사는 날이 있을거다』라고 말입니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부모의 도리를 하지 못하신 것을 가슴 아파하셨지만 전 꼭 우리들의 힘으로 이루어 보여드리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글ㆍ이애자 / 그림ㆍ이정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