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단 풍토에서는 신앙을 테마로 삼은 문학작품에 대해선 반순수문학으로、또는 문학이 도그마에 봉사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그릇된 경향이 없지않다. 이런 편견 탓으로 현대문학사 70년에 가깝도록 신앙을 소재로 삼은 뚜렷한 성과가 미흡했던게 사실이다. 가장 종교적인 가장 인간적이라는 명제는 앞으로 진지하게 탐구되어야할 문학 영역이다.
이런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문단에 시단의중진이며 강당에선 영문학 교수인 성찬경 시인이 시작생활 30여년 간에 걸쳐 쓴 신앙시들을 모아 한권의 시집으로 묶어냈다. 우선 백편 가까운 분량이 양적으로 압도한다. 이 놀라운 사실은 전대미문이며 앞으로도 쉬 접해볼수없는 획기적인 창작작업임에 틀림없다.
「황홀한 초록빛」은 평신도의 일상생활과 기도와 묵상、성지순례 등 모든 공간이 훌륭한 시의「오브제」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때로는 단편적 서정시로、연작 장시로、혹은 칸타타가사로 작시(作詩)함으로써 시인의 폭넓은 시각과 자유광대한 활동역량을 짐작케 해준다. 문학이 열정의 맺힘임을 감안한다면 성찬경 시인의 성실성과 뜨거운 몸짓은 신뢰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시집의 진가는 이러한 외형적인 규모나 다양성보다도 내면에 흐르는 인식과 표현의 빛깔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천의무봉이라 할 만큼 시정신이 맑고 읊조리는 목소리가 순화되어있다. 이쯤의 득의에 다다르기 위해선 시력의 연륜을 넘어서는 체질화된 정서의 깊이、본성의 아름다움에 의존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그런 격조이다.
우리는 성서의 시편을 읽으면서 명상이 환기하는 평화로움、조용히 전해지는 진리의 맛을 감지하게 된다. 「황홀한 초록빛」은 그런 맛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시집이다. 세속화된 소시민의 생활과 의식이 언어의 정련에 의해 기도하는 시편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예증해 보인다. 좋은 시는 진리를 닮고 잘 빚어낸 신앙시는 기도문이 된다는 건 하등 새삼스런 바 아니다.
신중신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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