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3일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새해여서 모든 사람들은 새해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정말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난민들 모두는 마음이 들뜬 가운데 음식과 선물 등 새해를 준비하느라고 눈코뜰새 없이 부산했다. 나 역시 아트수녀와 함께 남쪽에 있는 세고아원에 음식과 선물을 전해주는 일을 하느라 무척 바빴다. 각 고아원에는 30여명의 고아들이 함께 살고 있고 우리는 음식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일용품등을 도와주 고 있었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이들의 표정에서 외로움과 외국인들과 이야기 하며 새로운 것들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 역시 그들의 언어를 할수 없고 그들 역시 영어를 할줄 모르는 입장이기에 서로의 미소로 대신하곤 했다.
어느날 나는 그들과 고아원 앞에 있는 조그만 공터에서 축구를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35도가 넘는 날씨에 맨발로 공을 차게 돼 땀은 흘러내리고 맨발은 아프기만 했다. 결국 공차는 것을 포기하고 물러나 있자、조금 후 아이들은 나를 둘러싸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아이들은 나에게 말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서로다투어가며 나에게 말을 가르쳐 주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냥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세 고아원에 있는 고아들의 음식과 위생시설은 너무나 부족해 직접 보지 않고는 믿지 못할 정도다.
식수는 석회질이 가득 포함된 회색빛깔의 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물로 요리ㆍ빨래 등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식사는 밥과 반찬 한가지로 해결하고 있는데 반찬도 너무 적은 분량이어서 맨밥에 가까운 식사를 하고 있다.
어느날 고아원 식사시간에 방문을 하게 됐다. 그들은 나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의했고、나 역시 배가 고파 함께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이들의 모자라는 음식을 내가 빼앗아먹는 것이 될까 두려워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고 나 자신이 이들에게 이방인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이들에게 쌀이 없고 어떤 때는 장작나무가 없어 아침을 먹지 못하고、허기진 배를 채우기 급급하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4월13일 새해를 전후 각 기술학교와 우리팀의 교사들이 가르치는 각 학급 등에서 많은 졸업식이 거행됐다.
졸업식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고 외국인은 이 식장에서 모두 상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다른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해 주는 일을 하면서 대우를 받았다. 이들의 대우를 받으면서 생각되는 것은 내 자신이 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나하는 반성과 함께 실질적으로 이들과 마음을 합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다짐이었다.
4월13일 고아원에서 조그만 파티를 준비하고나를 초대했다. 고아원에 들어서 보니 그들은 나름대로 고아원을 꾸며놓고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한 고아가 나에게 와서 말을 건넸다. 『오늘 준비한 음식이 당신에게는 맛이 없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맛이 있고、진수성찬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음식이라고는 빵과 닭고기로 만든 카레와 국수 채소를 섞어 만든 것이 전부였다.
나는 이들과 함께 식사하고 춤추고 하면서 이들과 정말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들에게는 새해며 제일좋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그러한 느낌이 들지않아 무척 힘든 일이었다.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외국인이 타 문화권에 속해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또한『이러한 문화의 차이 때문에 이들과 진정한 친구가 될수는 없는가』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연락처=Gabriel Byong Young Je S.J.P.O.Box2 TAPRAYA PRACHINBURI 25180 THA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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