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운동과 항일민족운동 등을 포함한 일제시대 한국천주교회사에 대한 교회내의 연구는 질적ㆍ양적으로 모두 미흡하다.
이 기간에 대한 연구논문과 저서는 불과 10여 편 남짓하며、내용도 개괄적인 소개에 그치고 있는 반면 분야별 또는 주제별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조광교수(고려대ㆍ역사학)가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정기간행물「교회와 역사」88년12월호에 기고한 한 자료 분석에 따르면 1949년부터 1988년 11월까지 국내에서 한글로 발표된 한국천주교회사 관련 논저는 모두 7백27편에 이르고 있는데、이 가운데 1910년~1945년 사이、소위「광복운동기」에 관한 논저는 불과 34편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논저의 4.7%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다.
이 7백27편의 논저는 그나마 일반사학계에서 발표된 것이 포함된 수치이며、이 가운데 한국천주교회사 연구의 중추부인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ㆍ최석우 신부)가 발표한 것은 2백19편이다.
교회사연구소가 단일연구소로 한국천주교회사연구에서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이 역시 일제시대 관련 논저는 10편을 내는데 그치고 있다.
특히 3ㆍ1운동이나 항일 독립운동 등 교회의 민족운동참여부분을 조명한 논저는 4~5편에 불과하다.
일제시대 교회사에 관한 주요 논저로는△최석우 신부의「한국천주교회의 역사」「한국가톨릭의 의료사업전개」「종교사적 측면에서본 근대민족의식의 성장」△노영택 교수(효성여대ㆍ국사학)의「일제하의 교회와 국가」△노길명 교수(고려대ㆍ사회학)의「개화기의 한국가톨릭교회와 국가 간의관계」등이 있다.
이들 논저들은 애국계몽운동과 3ㆍ1운동 등 민족사에 교회가 특히 평신도들이 동참한 부분을 당시 교회의 선교정책을 다소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재조명을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 안중근 의사나 교육사업 등에 관한 다수의 논문과 신문 및 정기간행물 등에 투고된 단편적인 것들도 더러 있으나、위의 논저들을 포함、대부분 개괄적인 소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적인 비판이 학계에서 일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운동사、독립운동사、평신도사、신학사 조사、여성사 등 분야별로 깊이 있는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박해기와 개화기에 관한 교회내교회사연구는 일제시대의 그것과 비교할 때 질적ㆍ양적인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백19편의 교회사연구소 관련논문 가운데 박해시대 등에 관한 논저는 92편에 이르고 있어 한국천주교회사연구의 태반이 순교자현양을 중심으로 한 박해사부분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제시대 교회사연구의 미진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교회 및 신자들의 관심부족△자료정리부족△일본인학자들의 사관의 영향△교회의 지원 부족 등을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교회의장상과 성직자 및 평신도들은 대부분「일제때 교회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민족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민족사 앞에 당당하게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향 때문에 일부 평신도와성직자들의 개별적인 참여부분마저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평신도들의 참여가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다르다 할지라도「사회구원」의 차원에서 민족사에 동참한 사실이 인정되며 또한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후 전개된「새로운 교회관」에 입각、하느님 백성의 일원으로서 평신도의 지위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당시 평신도들의 활동상은 긍정적으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이와 함께 교육사업ㆍ의료사업ㆍ문화사업 등 교회의 공식적인 참여부분도 활발히 재평가되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교회의 무관심은 자료빈곤으로 연결되고 있는데 당시 활동한 평신도인물과 관련된 자료는 대단히 부족한 실정이며 본당사나 공식적인 기록과 사실마저도 대부분 체계적으로 연구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교회사연구의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는 드망즈 주교의 문서도 86년에야 비로서 교회사연구소에 의해 번역(가톨릭신문사 발행)되었으며、뮈뗄주교의 문서는 현재 동연구소에 의해 번역 편찬되고 있는 중이다(서울대교구 지원).
한편 현재 순교자현양중심의 교회사 연구성향은 일제시대 일인학자들의 연구방향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실 오늘의 한국교회사 서술양식과 기본체계는 1930년 이후 시작된 山口正之ㆍ浦川和三郞ㆍ石井壽夫 등의 연구노선과 업적에 크게 토대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순교자현양을 위한 숱한 자료와 빠리외방전교회의 활동기록 등을 자세히 정리、순교자중심의 호교론적 서술에 역점을 둔 반면、식민지사관적인 역사기술도 병행했다.
이같은 원인들 외에 교회의 대폭적인 지원부족도 연구미진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교회사연구의 대부분은 한국교회사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그밖에 호남교회사연구소(소장ㆍ김진소신부)、영남교회사연구소(소장ㆍ윤광선)등이 있으나 대부분의 재원을「가톨릭문화성양회」등과 같은 후원단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의 대폭적인 지원이 아쉽다.
그러나 앞으로의 연구전망은 밝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작년사단법인으로 등록한데이어「한국가톨릭문화사대계」와 「한국가톨릭논저해제」「한국가톨릭교회사」등 일제 강점기 교회사연구를 포함하는 기본도서들이 계속 편찬되고 있으며 각 교구사와 본당사 편찬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교자현양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일제시대、어두웠던 시절에 대한 역사연구도 신앙의 토착화와 앞날의 선교정책수립의 참고를 위해서 역시 중요한 작업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全基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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