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렛 회당에서 첫 설교
(루가4, 14~22 : 마르1, 14~15 : 마태4, 17)
가나에서의 두 번째 기적 원격치유와 나자렛에서의 첫 번째 설교는 예수의 공식적인 전도활동의 시동이라고 할수 있다. 그 활동무대는「이방인들의 땅 갈릴래아」이다. 예수께서는 왕의 한 신하의 아들을 원격치유 하신 후 갈릴래아의 여러 지방을 두루 다니며 설교하셨고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다. 루가는 모든 사람에게서 찬양을 받았다고 하였다.
설교 장소는 그들의 회당에서였다. 이방인들의 땅 갈릴래아가 복음전도의 대상으로 선택되었다는 것을 특기하기 위하여 루가는「성령의 힘을 동반하여」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성령의 힘은 온 지방에 두루 작동할 것이며 예루살렘에서 끝맺음할 예수의 전도는 그 제자들이 같은 성령을 받고 온 세상에 퍼져나갈 것이다. 예수의 명성이 온 지방에 두루 퍼졌다라고 한말의 뜻이다. 전도의 내용은 세례자 요한이 준비한 하느님 나라의 도래이다.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와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마음을 고쳐먹고(改心)그 소식을 받아들일 자세를 가다듬으라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각 지방 회당에서 설파했는데 아마도 그 첫 번째 회당이 당신의 고향 나자렛 마을의 회당이었다.
그리스 원어로 시나고게라고하는 회당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민족적인 종교행사를 위하여 매주 안식일마다 모이는 집회소로서 그곳에서는 종교전례와 공동기도가 행해지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는 말씀의 전례가 행하여지고, 성경에 대한 해석과 설교가 있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유배생활에서 돌아온 후 민족의 영웅 느헤미야와 에즈라가 조국 땅에 일대 종교개혁을 실시하여 율법의 왕국을 건설하면서 모든 종교적 제사는 예루살렘의 성전에서만 하도록 하고 여타의 지방에서는 매 축제 때마다 예루살렘으로 상경해야만했다. 각 지방에서 우상숭배 제사나 이교도들의 이단적인 제사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함이었다. 그들은 일 년에 적어도 세 번 예루살렘을 참배해야만 했다.
한편 구약의 율법서가 그들의 생활헌법이었던 만큼 율법을 잘 배워야만 했고 또 매 안식일은 하느님께 바쳐진 주님의 날이었기 때문에 각 지방에서는 매 안식일마다 그들의 회당에 모여서 안식일을 지켰다.
우리 교회제도에서는 일종의 공소에 해당된다. 여기에서 율법서에 능통한 사람이 생활법도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이것을 헤브레아말로「합락하」(길)라고 했다. 그리고 예언서 이야기를 곁들여서 해석하는데 이것을「하가다」(이야기)라고 했다.
회당은 지방에서의 종교교육학교의 구실도 하였는데 물론 회당장이 있었고, 그 회당장을 돕는 복사가 있었다. 제사는 올리지 못하였지만 성전에서 제사지낼 때 부르는 시편을 노래로 부르며 기도를 하였다. 남자와 여자가 양쪽으로 갈라져 앉은 가운데한사람이 나가서 성경을 봉독하고 해설을 하며 그들은 한껏 이스라엘의 민족분위기에 젖는 것이었다. 따라서 회당은 그들에게 민족적 합심을 추구하는 마음의 중심이기도 하였다. 성서를 읽고 해설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않고 성서를 아는 사람이면 자청 혹은 지명으로 나가서 성경을 봉독할수 있었다. 예수께서 공적인 전도생활을 하시면서 산에서, 바닷가에서, 배위에서 등 야외설교를 많이하신 것을 복음서에서 읽을 수 있지만, 초기에는 갈릴래아의 여러 지방회당에서 설교하셨고 하느님나라를 전하기 위하여 첫 번으로 입을 여신 곳이 바로 이 회당에서였다. 그러기 위하여 그는 고향인 나자렛에 돌아오셨고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셨다.
전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들어가셨지만 이번에는 성서의 말씀을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해설의 말씀을 하시기 위하여 들어가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당신이 세상에 오신 그 사실로써 이루어졌다는 것과 하느님나라의 내용에 대해서 말씀하시려는 것이었다. 그는 일어서서 성서봉독을 하였고, 복사는 스스럼없이 성서를 내주었다.
예수께서 받아든 책은 이사야예언서였고 그가 펼쳐서 읽은 대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셔서 나를 기름 바르고 나를 파견하여 가난한 이에게는 복음을 선포하고, 갇힌 이에게는 해방을 알리고, 눈먼 이에게는 시력을, 억눌린 이에게는 자유를 주어 주님의 은총 의해를 선포하도록 하셨다』 이 대목을 읽고 나서 예수께서는『이 성서의 말씀을 듣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라고 선언하셨다. 이 대목의 내용은 하느님나라가 정해주는 기쁜 소식이다. 이사야는 민족에게 구세주이신 메시아가 온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알리는 메시아의 예언자였고 그 예언을 모든 국민은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말씀하신 사람이 바로「나다」라고 밝히신 것이다. 성서봉독후의 해설의 말씀이 길었겠지만 그것을 요약해서「오늘 이 자리에서 그 말씀이 이루어졌다」그러니『여러분은 내 말을 듣고 복음을 받아들이시오』라고 한마디로 간추리었다.
주님의 은총의 해는 이사야가 레위기에서 읽은 말씀을 옮긴 환희성년을 가리킨 것으로 이 해에는 모든 빚이 탕감되고 모든 소유는 본주인에게 되돌려지는 은혜스러운 해이다(레위25, 8~55). 이 은총의 해를 선포함으로써 모든 죄가 사해지고 빼앗겼던 자유가 되돌려지고 해방을 얻게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은 예수의 말씀을 듣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 하느님의 은총의 말씀이라는데 탄복하였다. 그리고 그 말씀의 증언자들이 되었다.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나타났음을 그들은 깨달은 것이었다. (디또2, 11). 복음서에서 예수께서 책을 읽으셨다는 기사는 이 대목뿐이라는 것을 덧붙여둔다.
<서울가톨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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