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환자를 사랑합시다』
나의 강론은 상하(常夏)의 나라 하와이 호놀루루 개신교회에서 하루 세 차례나 거듭되었다. 지난 2월19일의일이다. 사제서품 38년 만에 처음으로 발들여 놓은 예배당이었다. 더욱이 개신교인들 앞에서 특별강론까지 하게 되어 자못 여러 가지 생각으로 긴장해 있었다.
호놀루루에는 한인 개신교회가 30개소나 있다. 세 차례나 강론하며, 천주교회를 찾아 미사를 봉헌하기란 과연 벅찬 주일의 일과였다.
하와이 한인상공회의소 이덕희 소장의 주선으로 일찍이 이승만 박사가 세운 한인기독교회(담임목사ㆍ이원태)에 갔을 때 19일 오전9시 예배에는 교인 40명이모여 있었다. 감기 기운도 채 가시지 않은데다 특별강론에 나선 나로서는 예배당에 빈자리가 많아 한때 실의에 젖기도 했지만, 이 교회가 우리와 같은 공동번역 성경과 성복(聖服)(우리가 사용하는 장백의와 사순절용보라색 영대)이 사제의제복과 같아서 공동체 의식에 친밀감이 가기 시작했다.
나는 강론에서 나병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에 대한 사랑과 평등,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며 구라 복지사업에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동 대처하자고 상기시켰다.
또 한 차례 강론하고 났을 때 개신교도들의 열의가 고조되어 감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오후7시에는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김웅민)예배에 초대되어『나환자들의 고통스런 삶이 신앙인인 우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큰 사랑을 나누어야한다』고 강론을 통해 역설했다.
목사님 댁에 초대받아 저녁식사도 하였는데 이 또한 내 생애의 첫체험이었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감격어린 만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하와이에 온 뜻이 구라 복지사업의 활성화에 있었고 첫 개신교에서의 행사인 만큼 메시지만 전달하려 한 것이었는데 개신교도들의 상상도 못할 적극성에 나는 거듭 감탄해마지 않았다.
그리스도연합 감리교회에서는 수년전 호놀루루에 이민 온 한 교포 독지가가 익명으로 2만 불이나 헌금하며 성라자로 마을의 기금으로 써 달라 했다.
수십년 국내외에서 구라사업관계 특별강론을 해왔지만 이 또한 나로서는 신기록이 아닐 수 없었다.
이튿날20일, 나는 나병환자 구호사업의 시조격인 다미안 신부가 활동하시다 1백년 전에 순직한 몰로카이섬 칼라우빠빠 나환자촌을 예방하였다. 깍아지른 절벽아래 해변마을이었다. 다미안 신부와 순교적인 유적을 더듬으며 그곳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환대 속에 고인을 추모하였다.
3월2일, 귀국하고 나서 개신교에서 나에게 베푼 은혜를 어떻게 보답할 것인가 깊은 묵상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처럼의 만남을 통하여 사랑의 나눔으로 구라 복지사업을 공동으로 전개하면 어떨까 하는데 생각이 미쳐 성라자로 마을 환우들의 동의를 얻게 되었다
3월8일, 우리의 연락을 받고 대구 구라 선교회(회장ㆍ조을연)에서 의왕시 성라자로 마을로 기꺼이 왔고 11시에 2만불 중 절반인 1만불을 성당에서 조회장에게 전달할 때 그 또한 감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감리교회에서 받은 성금을 통합 장로교회가 경영하는 대구구라선교회와 나누게 된 일 또한 하느님의 역사인줄 안다.
교회에서 받은 사랑의 선물을 성당에서 나누어 구라복지사업의 한 뜻에 선용하게 되었고 보면, 가톨릭과 개신교 다 함께 반겨야 할 사랑의 일치가 아닌가 한다.
난생처음 개신교에 가서 강론을 하고 그결실 또한 가장 탐스러운 성과를 거두게 되어 개신교와 사랑을 나누며 어둠의 그늘에 묻힌 환우들을 광명의 구원으로 이끌게 된 것을 누구보다 성라자로 마을 환우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경재
<神父ㆍ성라자로마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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