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복음화와 정보화 사회
현대 사회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질적 변화를 하고 말하자면 새로운사회가 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 사회에 존재할 모든 재물 서비스 제도가 갖는 기능(機能) 가운데서 실용적 기능에 비해 정보적 기능의 비중이 점차로 증대해 가는 경향이 짙어만 간다. 인간의 생활이 기능보다 정보를 중시하여 생활 필수 상품의 그 본질적인 기능은 부차적인 중요성을 띄고 상품의 정보화가 심해져 사회적 생산물이 낳는 정보 가치에 의해 판단함으로써 모든 것을 선택케 된다.
사회가 정보화할수록 그 사회는 다정보(多情報) 사회가 될 수밖에 없을 뿐더러 정보량이 압도적으로 커짐으로써 실용적 기능은 뒤로 밀려지고 정보적 기능만이 폭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 사회도 인류 사회와 더불어 지금 불가피하게 전환기에 직면하여 여러 가지가 변하고 있으나 그 사회는 정보적 기능이 서서히 증대해 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쇄기술 통신기술의 현저한 진보는 이미 정보의 대량 생산을 가져왔고 더욱이 컴퓨터의 출현 이후로는 정보의성격이 일변하고 있다. 특히 라디오 텔레비전은 정보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하고 대중으로 하여금 손쉽게 정보에의 참가를 하게 할 뿐 아니라 홍수 같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에 직면할 수 밖에 없게끔 한다. 그래서 한국 사회도 정보화 사회의 양상을 엷게나마 나타내고 있는데 확실히 정보량의 증대 정보산업의 출현, 정보 처리 능력의 증대 교육산업 상품의 정보화 등 모든 면에서 초기 단계이긴 하나 외국과 같은 정보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정보가 범람하고 이에 쫓기는 생활을 영위하며 사회적 긴장과 기계적 인간이 증가할 가능성이 많은 사회가 될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이렇게 정보화하는 사회에 복음을 어떻게 심어서 복음화하여 사회의 구원을 성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실로 오늘과 내일의 복음화에 있어 긴급하고 중대한 것이다. 그런데 정보화 사회를 어떻게 해서 복음 사회로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 제기는 너무나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으로써 현실적으로 눈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복음의 정보화?
정보화 사회는 정보가 가치를 낳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또 사회의 정보화란 유형의 물재(物材)가 가치를 낳는 시대에서 무형의 정보가 가치를 낳는 시대로 바뀌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이야말로 가치 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이며 사회의 정보화에 따라서 우리가 받은 사회적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을 만치 큰 것이다. 선택 기능의 정보적 기능화는 생활 혁신과 사고방식의 혁신을 초래하여 새로운 전환으로 사상 혁신을 불가피 하게끔 한다.
이러한 현실 상황에 복음을 어떠한 형태로 선포할 것인가를 재고려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그 말씀을 듣고 눈으로 보고 실제로 목격하고 손으로 만져 보았습니다』(요한1-1)고 사도요한이 말하듯이 복음의 선포에 있어 청각과 시각 그리고 촉각에 의해 복음을 전해 왔다. 다시 말해서 말로서 듣게 하고 활자로써 보게 하고 증거로써 만져보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듣는 청각성과 보는 시각성은 충분히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발휘했다고 할 수 있으나 만져보는 촉각성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더욱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무형의 정보 가치를 낳는 시대인 오늘에 있어 복음이 정밀검사에 견디어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현대적 형태의 고지(告知)와 선포가 필요하게 됐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자기 표현의 비사사화로 표현 형식을 바꾸고 굴복에서 설득으로 강요에서 제공으로 하는 복음의 객관화로 정보가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복음은 객관화된 사회적 효과를 의도하는 말씀으로 정보화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출판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현대적 매스미디어의 테두리 안에서 복음을 정보로써 제공하여 정보화 사회의 사는 사람들에 선택적 기능의 확대를 가져오게 하면서 복음에 응하는 고도(高度) 선택을 기하게 하자는 것이다.
가치체계 수립과 복음화
농업사회로부터 공업사회에의 전환을 한 것만으로도 사상상의 대전환을 낳게 했던 것이다.
따라서 더욱이 정보가 가치를 낳는 시대에서는 인간의 새로운 가치관을 세워야 함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실은 정보의 가치 실현은 사회 윤리의 재구성을 불가피하게 한다. 이러한 현실 상황에서 복음화를 성취하는 데 있어 기성 가치의 기본적 구조라고 할 수 있는 자유와 평등과 박애를 구조적으로 재형성하여야 할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첫째 속박으로부터 해방이라는 문제의식인 자유를 적극적으로 봐서 과거의 규범으로부터의 탈출보다 자기의 새로운 미래를 종말적 실현으로 해가는 창조로 바꾸고 둘째 어떤 인간도 똑같이 일개의 인간이라는 생각을 기저로 하는 평등을 전체로서의 하나의 유기적인 제도를 움직이는 분담과 협동에 입각한 조화로 바꾸고 셋째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분배한다는 생각을 기저로 하는 박애를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복음적 사상에 따라 희생적인 봉사로 바꿔야 하겠다는 것이다.
창조 조화 봉사야말로 사랑의 사귐의 신비인 성3위이신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역사를 알리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따르는 동시에 그리스도에게 충실하려는 정신에서 우러나오는 기본적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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