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공론(空理空論)을 일삼는 주자학(朱子學)에 불만이 많던 이조의 몇몇 선각자들이 서양 학문에 관한 책 즉 서학(西學)을 매우 흥미있게 연구하는 가운데 천주교에 관한 새로운 도리를 스스로 깨우쳐 마침내 1784년 이승훈으로 하여금 북경에 다녀오는 길에 서양 문물에 관한 서적을 한아름 안고 오게 했음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이들은 연구를 토대로 목자 없이 교회를 세우기에 이르는데 순조 원년(1801)에 일어난「신유박해」는 주로「서학 실학파 선비」들을 말살하는 데 있었다.
이때의「이조실록」을 보면『서양학 전도자 청인(淸人) 주문모를 체포하여 효수하고 그 서양학에 물든 이가환 이승훈 정약종 등 30여인을 참수하고 정약용을 강진으로 유배하고 영의정 채제공은 삭탈관직시키다』고 적혀 있다.
이 서학(西學) 서양학(西洋學)으로 뒤집어씌운 죄의 대가를 천주교가 지불한 셈이 되는데 그 서양 신문화를 담은 서학책들을 보지 못하였고 사학도 가운데도 책을 보았다는 이가 없어 안타깝게 생각하곤 하던 차 하느님의 도우심인지 손쉽게 관계 서적 36권을 무더기로 입수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필자가 서울 대방동본당 주임으로 있던 71년 5월 10일 서울대 문리대 부교수 김방한(金芳漢) 선생을 만나게 되어 자연 서학에 관한 대화가 오가던 중 김 교수는『신부님 이제 우리는 듣기만 하던 서학을 공개하십시다. 이 책들이 이조실록에 큰 죄목거리로 되어 있고 또 천주교를 탄압하는 동기가 된 서학책들입니다』하면서 한 보따리의 고서를 내놓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연유를 묻는 나에게 김 교수는 이 책들은 그의 조부께서 아끼고 감추어 오던 것으로 자신이 보관하기보다 교회 기관에 보관하여 많은 사람들의 연구 자료로 쓰여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귀한 책들을 선뜻 교회에 내놓는 그분의 넓은 마음에 재삼 감사의 말씀을 드렸음은 물론 그분의 뜻을 살려 고이「절두산 순교자 박물과」에 모셔두고 있다.
감사하는 마음에서 중요 목록 일부를 적어본다.「幾何學原本」1ㆍ2ㆍ3ㆍ4권「重學」1ㆍ2권「印度滅亡戰史」「社會學」「現今世界大勢編」「氣學順知」「天文學順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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