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에 있는 두부 장수 할아버지가 불우한 이웃들을 솔선하여 돕고 있어 기독인들의 귀감으로 칭송 받고 있다. 주인공은 성북구 중계동 144, 17통 3반 조재성 씨 댁의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 세들고 있는 황강창 翁(63). 황 옹은 지난 6년 전부터 대구 SOS 어린이들을 위해 남 몰래 매년 1~2만 원씩 보냈다.
SOS 마을에서는 항상 우편으로 송금해 왔기 때문에 황강창 씨가 어떤 사람인 줄을 몰랐다. 그런데 지난해 주소를 찾아 황씨 댁을 찾아와 보니 예상과는 달리 5년간 고아들을 돌봐 준 은인은 두부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하기 그지없는 혈혈단신의 외로운 할아버지였음을 알았다. 마침 SOS의 사무직원이 황 옹을 찾아왔을 때는 황 옹은 집에 없어 끝내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황 옹이 특별히 SOS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6년 전의 일이다.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모신문에 외국인 프란치스까 여사가 한국에 들어와 고아들을 돌보고 있다는 기사 내용을 읽고 감격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그는 반소사(飯疏食)로 금욕생활을 영위하다시피 하면서 고아들을 위해 저축했다.
음식은 물론 빨래까지 노구(老구)의 몸으로 직접 하고 있는 황 옹의 방에 허리 굽히고 들어섰을 때는 누구나 내심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더욱 황 옹에게 머리 숙여 존경의 마음을 표시하게 될 것이다.
황 옹의 전 재산이 모여 있는 이 방의 크기는 고작 한 칸 정도. 여기서 가장 크게 우리의 시선을 모으는 것은 성경책과 벽에 걸어둔 십자가다.
그리고 눈을 들어보면 요 이불 한 채와 난로 옆에 여기저기 놓여 있는 취사도구를 이것이 60 평생 황 옹이 모아온 재산이다. 그리고 아침 4시에 일어나 황 옹이 두부를 가지러 몰고 가는 3년 된 자전거와 두부 모판 40여개뿐. 그에게는 탁상시계도 필요하지 않는 듯싶었다.
황 노인은 새벽 4시 교회종 소리와 함께 어김없이 일어나 3km나 떨어진 상계동 새마을 두부공장을 향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춥거나 덥거나 이 일은 오직 황 옹의 소임인 듯 하루도 어김없이 어두운 새벽 공기를 찢으며 달린다. 황 옹의 머리엔 주님이『내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하신 그리스도의 최대 계명만이 틀릴 뿐이다. 그리고 황 옹이 가장 좋아하는 성귀는『하느님은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사 당신 외아들을 보내셨고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요한 3ㆍ16)이다.
황 옹은 그리스도의 현존을 믿고 그 자신이 실천을 통해 더욱 더 그 존재를 확신해 가고 있었다. 일단 새벽 4시경에 받아 온 두부를 중계동 일대 소매상에 돌리고 나면 7시. 할아버지는 이때부터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그리고 대충 한 술 들고는 또 다시 오후 3시경에 소매상점들을 둘러보고 모자라는 두부를 또 다시 상계동에서 가져온다.
그리고는 하루의 매상 수금을 시작한다.
황 옹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시간은 밤 8시경. 온 종일 두부 모판과 자건거와 씨름해서 할아버지 주머니에 떨어지는 하루 일당은 9백 원 정도. 한 모 판을 팔아서 얻는 순이익은 20~30원이며 하루에 매상되는 숫자는 30~40판 정도다. 중계동 일대에 두부 장수 할아버지로 이름난 황옹은 대구 SOS 고아들뿐 아니라 인근 불우한 이웃들이 있으면 언제나 서슴치 않고 돕는다.
71년 이곳 중계동에 이사 와서만도 5ㆍ6건이 넘는다. 황 옹은 비곤한 이웃을 돕는 것이 자신의 책임인 것처럼 상세한 이야기를 꺼려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정말로 복음정신대로 생활하는 크리스찬이라고 경의를 포한다.
훤칠한 키에 아직도 젊음의 패기를 지닌 황 옹의 노안(老顔)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의 철학이 깃들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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