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每집) 연구에, 젊음을 바쳐온 여류 전통공예가 김희진(金喜鎭ㆍ율리아나 정능등 405의 3호) 씨가 10년 만에 그 결정(結晶)「매집과 다회(매듭과 끈목)」책을 엮었다.
매집과 다회란 낱말조차 생소한 요즘 김 씨는 가날픈 외곣, 전승공예분야에 투신하여 매듭과 함께 10년 간을 악전고투(惡戰苦鬪)해 왔다.
전승공예분야의 최초 저작(著作)인「매집과 다회」에서 김 씨는 매듭과 끈목의 유래와 종류를 비롯한 이조시대의 전통 기법과 조형적인 높은 격조를 되살린 그의 작품 칼라 21점과 흑백 28점을 수록, 사멸해 가는 한국 전통 고유문화 보존에 많은 공헌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金 씨가「매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63년 9월 한국일보에 연재된「인간문화재」를 보고 담당 기자를 찾아간 일이 있다.
처음엔 김 씨는「목각(木刻)」「금박(金박)」「낙죽(烙竹)」등 한국 전승공예 전반에 결쳐 해 보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날렵한 젊은 여자의 몸으로 흩어져 있는 인간문화재 제씨들을 찾아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여성의 성격과 재질에 가장 적합한「매듭」에 손을 댔다. 또한「매듭」분야는 특수 장식품이어서 수요자가 적어 대부분 공예가들이 손을 대기 꺼려하는 분위기였기에 전승자가 희귀했다.『사명감과 함께 하는 일이 까다롭고 어려웠기 때문에「매듭」에 포로(捕虜)가 됐다』는 김 씨는 10년간 아주 미쳤었다고 말한다.
먼저 김 씨는 매듭의 원로 정연수 옹(程延壽ㆍ71ㆍ중요 무형문화재 22호 기능 보유자)을 찾아가 기본형을 익혔다. 그리고 예증(例證)을 찾아 전라도 일대를 헤매었다. 전국에 흩여져 있는 5명의 매듭장(每듭匠)들을 만나 김 씨는 이조시대에 분업하여 계승됐던 전 과정을 종합, 혼자서 수행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생사 공장에서 먼저 명주실을 구입한 다음 고운 색색으로 염색을 한다. 그리고 한 올 한 올 실을 모아 엮는다. 항상 작품에 손을대기 시작하면 홍안(紅顔)이 되어 가슴이 부푼다는 金 씨는 기계문명의 이기가 싫어서 일일이 염색과 끈을 손으로 짠다. 일단 작품 구상에 들어가면 金 씨는『창조의 신비감에 젖어, 하느님께 기구하는 겸손한 자세로 들어간다』처음엔 젊은 여자가 시대에 역행하는 일에 몰두한다고들 주위에서 말이 많았지만 이제는 버젓이 한국 전통공예 부분의 일인자로서 문화재 전문위원이기도 한 그녀는 한국 전통문화 계승의 요원이 됐다. 한 작품을 시작하면 완성을 서두르지 않고 작품이 돼가는 과정 하나하나를 즐겨 음미한다』는 그녀를 보고 어느 수녀가 말하기를 수도자의 관상생활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10년 간에 그녀의 정성이 알알이 맺힌 결정체(結晶體) 70여개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딸」들이라고 소개한다.
올해 개인전을 갖는 일이 현재의 가장 큰 소망이라는 김 씨는 66년 문교부 주최 제1회 민속공예전에서 문교부 장관상을 비롯해 70년 71년 동아일보 주최 동아공예대전에서 금상과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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