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
한 점 티끌로 태어나
흔적 없는 먼지로 사라져 가느니
나의 생명은
기억도 없는 죄 속에 잉태되고
가눌 데 없는 비애 속에 탄생했으니
살아있는 나날은
어둡고 신산한 산길이어라.
두 눈 부릅떠도
감은 듯 어두운 세상
목숨은 나날이 시드는 꽃잎이고
밤하늘의 여명도
빛을 잃은 석고일 뿐
장미와 꿀벌의 노래도 사라지고
식탁 앞의 기도와
주일의 미사도
낡은 식기처럼 때가 끼었나니
주의 이름은 한 거풀 입술에만 남고
마음에서 잊은 날 쌓여만 가니
나의 나날은 죄의 연옥 속에
주를 잊은 죄의 연옥 속에
죽어 가누나.
『어찌하여 나 당신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고
당신의 손길에서 끊긴 몸 되었는가
어찌하여 단신은
깊은 구덩이 어둠 속 심연에
나를 두시고
내게서 그 얼굴 가리시는가』
① 진실로 나의 비탄은
당신을 알지 못한 날에 비롯하여
당신을 잊은 날에 극히였으니
이 세상 안에 침묵하시는 주여
당신의 침묵을 깨쳐 주소서
『차지도 뜨겁지도 않지 마시고
차라리 차거나 뜨거운 불이 되소서』
② 어두운 세상, 이 허무와 광기를
불태우시고
광야에 메아리치던 목소리
그날처럼 뜨거운 목소리로 의노하소서
머리에 (灰)뿌려
당신을 잊은 죄 당신을 잊은 죄
통회하오니.
① 詩篇 88
② 默示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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