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우리는 페스탈찌의 교육 이념의 현대적 의의라는 제목 아래 그가 인류의 교육에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일으켰고, 그의 핵심적 사랑은 하느님의 인류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 인류의 공동운명체적인 존재상, 교육의 막중한 의의와 가능성 등의 자각 위에서 있고 그러기에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인류는 오늘날 그의 교육 이념을 발전적으로 이어받아 교육을 통해서 휴매니즘=기독교=복지 사회의 새 체제를 모색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음을 개관하였다.
이번에는 이런 교육 이념이 우리 한국의 현실에 어떤 의의를 갖는가를 고발해야 할 차례다. 이것을 생각하기에 앞서 필자는 페스탈로찌 서거 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쉬프랑거(sprangcr)가「츄리히」대학에서 행한 강연의 줄거리를 새겨 본다. 그는 페스탈로찌의 교육 이념을 셋으로 간추리고 있는데 그 첫째는 그가 교육에 있어서「민족ㆍ민안」을 발견했다는 것이고 둘째는「국민교육의 리념」을 다졌다는 것이고 셋째는「인간교육」을 발견했다는 것인데 참으로 정곡을 뚫은 평이다. 그런데 쉬프랑거는 이 셋 중에서 마지막 것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그는 생의 모든 당위는 활기찬 인간의 영혼에, 영혼은 사랑에, 사랑은 신에 비롯함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모든 지식ㆍ기술ㆍ경제 등은 마음의 평안 속에 깃드는 인간의 행복을 위하며 인간의 행복은 하나의 주체를 포섭하는 사랑, 즉 동포ㆍ민족ㆍ국가ㆍ인류ㆍ자연에 대한 사랑을 위하며, 그리고 이 사랑은 역사의 진보 우주의 완성 신의의 구현을 위해야 한다. 그는 게인ㆍ사회ㆍ국가ㆍ민족ㆍ인류ㆍ자연이 하나의「인력권」안에 질서정연하게 운동ㆍ전진하는 종교적ㆍ합목적적 세계관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교육의 고유한 역할을 정립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 중에서도 우리 한국의 교육에 깊히 반영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것을 넷으로 요약하고 싶다.
첫째, 교육의 기본적 자세의 정립이다. 교육이란 문화 유산의 계승 확충을 통하여 개인적으로 행복하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인간을 형성하는 당위인 바, 그러기에 그것은 현재의 질서ㆍ체제를 현상적으로 유지하는 일을 기본 영위로 하는 정치와는 차원적으로 다르다. 정치는 필연적으로 외형적이며 현대지향적인 데 반하여 교육은 내면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미래에 대한 독자적인 전망을 갖고 정치치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교육이 정치의 시녀 역할을 하여 왔던 공산주의 체제하의 교육의 비극을 우리는 깊이 새겨, 교육의 성역을 정치에 유린 당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인류는 되풀이 되풀이 다짐해야 할 것이다.
둘째, 민족 교육의 이념의 창달이다. 민족은 혈연사회 지역사회 문화사회 인류사회의 터전이 되는 기본사회 그리고 근대에 와서는 민족을 하나의 단위로 국가가 형성되고 이런 민족국가를 단위로 인류사회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민족은 선천적 숙명적으로 결정되는 인종이나 후천적 체제적으로 조정되는 국민의 개념과는 달리 교육적 노력에 의하여 고도획득된 생활 행동양식 계승 된 문화유산 언어 가치관의 총화이며, 따라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교육을 통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민족 교육의 이념을 창달하여 민족의 문화 유산의 계승 국민의 계층적 분화현상 극복 민족의 경신적 경제적 독립 민족의 고유한 세계사적 사명의 자각 등을 촉구시켜야 할 것이다.
셋째 인간 교육관의 재생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소위 교육의「현대화」의 바람이 일고 있지만 그 현대화가 인간을 기능적 수단적으로 주물러 경제 발전을 위한 시녀로 전락시키는 소위 인간자원의 개발에 치중되어 참된 인간 교육을 왜곡시키고 있는 점이 많음을 우리는 주시해야 한다. 인간은 독자적인 삶을 누려야 할 개성적 존재이며 하느님을 찾지 않고는 못 견디는 영혼적 존재이며 또 다른 것의 수단이 될 수 없는 자기 목적적 존재다. 우리는 페스탈로찌가 부르짖던 도덕적 교육을 주축으로 하는 인간 교육관을 재생시켜 물질 기계문명에 의하여 소위 확산되어 가고 있는 인간의 정신생활에 하나의 확고한 거점과 아늑한 마음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넷째 여성교육 및 가정교육의 중시다. 어느 민족이고 어느 국가이고 슬기로운 문화의 계승층은 중산층이다. 부유층은 외국의 문물에 탐닉하며 극빈층은 문화유산을 즐길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작으나마 자영하는 업체 또는 화려하지 않지만 전문직을 갖고 이런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사회 봉사의 수단으로 완수하며 가정다운 가정생활 속에서 민족의 과거를 자랑하고 미래를 꿈꾸며 자녀들을 알뜰하게 키우는 계층은 중산층만이다. 따라서 한 민족 한 국가의 굳건한 발전은 중산층의 이런 가정적 교육적 특색의 발현 위에 서는 것임을 우리는 깊이 인식하고, 중산층의 가정교육을 주로 담당하는 여성 교육의 질ㆍ양 양면에 걸친 향상 확장에 보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서 본 이 네 가지 교육 이념은 우리 한국 교육이 페스발로찌에게서 받아들여야 할 가장 귀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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