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조직구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써의 신비체이지만 확실히 인간적 조직체이기도 하다. 교회 안에는 여러 가지 인간관계가 있고 그 구성원인 하느님의 백성도 인간인 까닭에 교회 조직의 여러 문제는 인간적인 요소를 가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의 교회 조직을 변할 수 없는 조직 구조로 절대화하는 의식구조가 구성원들 간에 깔려 있다.
물론 교회에는 불변의 조직도 있다. 하나 신약성서에는 교회 조직이 일정하게 구체적인 형태로 제정됐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없다. 더욱 예수 혹은 부활한 그리스도가 일정한 교회 조직을 정했다는 의식이 전혀 성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초대교회의 신자단체는 자기에게 고유한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라 환경에 기존하는 여러 조직 형태를 모방했다는 데 주목하여야 하겠다.
그러므로 오늘의 시대에 있어 세계의 복음화를 추진하려면 사회학적 고찰을 참고하여 현대 사회에 합당한 대응적인 조직 구조를 형성하여여 할 것이다. 지난날의 조직 구조는 성직자 중심의 위계제도로서 신도는 참여할 수 없는 형태로 돼 있었다. 그리고 또한 교회 조직은 교회법에 의해 성직자 중심으로 권위 구조화하여 타인을 위한 조직 구조가 되지 못하였다 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특히 기존 조직 구조는 선교의식이 희박한 사목 관리를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합당치 않은 면이 많다. 그래서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선교에 관한 교령에서 제도상의 개혁을 제안하고 있다.
효과적으로 복음화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를 첫째 교회 공동체의 특징에 비추어 주교단의 공동체적 성격을 살리는 동시에 사제단과 신도단을 적극적으로 형성하여 교회 구성원의 공동 책임 태세를 갖추고 모든 하느님의 백성의 협력을 기할 수 있게 하여야 하며 둘째 교회의 활동 실태를 주교나 사제들에게만 알리고 신도 따위는 알릴 필요가 없는 것 같이 생각하는 비공개성을 버리고 하느님의 백성 전원에게 알리는 태세를 갖는 공개성을 부여하여 교회 내에 또는 각 집단 내에 긴밀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더욱 주교나 사제에게 조직적으로 전달되도록 하여야 하며 셋째 신도의 신분과 위치를 신학적으로 피악하여 그들의 세속적 성격과 사도적 성격을 통합하고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메시아적인 사도적 힘을 재편성해서 교회의 전체 사명에 참여토록 구성하여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현대 세계에 있어서의 복음화는 절대로 하느님의 뜻에 맞갖게 성취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조직 구조에 따라 한국 교회는 복음화를 위해 ①조사 연구기관의 설치 ②오늘의 시대에 대응하는 성직자 및 신도의 훈련과 재교육 기관 설치 ③신학교 교육의 재검토 ④복음화 운동의 교구 연합의 활동 ⑤신도들의 세포 공동체의 형성 등이 간절히 필요할 것으로 봐서 틀림없을 것이다. 어떻든 교회의 조직 구조는 사회의 압력과 성신의 인도를 피할 길이 없는 까닭에 반드시 쇄신할 것을 믿어마지 않는다.
④경제구조
요사이 교회 활동의 모든 분야에 있어 사람들이 모이면 사도직을 수행하는 데 비용이 문제 된다. 확실히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에도 경제적요소가 소리 없이 침투하고 있다.
물론 사목 관리에 있어서 또 교회 활동에 있어서도 금전의 선용은 중요한 것이다. 더욱이 교회가 사명을 다하여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 복음화를 추진하는 데 현대 문명의 부(富)와 생활 수단을 경시할 수 없다. 그러나 교회의 구성원이 금전에 집착한다면 가난의 영성을 잃는 동시에 교회의 본질을 잊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교회는 빠리외방전교회를 비롯해서 많은 외국 선교단체의 원조로 오늘의 교회로 육성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우리가 언제까지 선교지로서 외국 교회로부터 경제 원조를 받아야 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실 외국 교회로부터 경제 원조를 계속 받아 복음을 선교한다면 한국 교회는 끝끝내 서구적인 교회의 색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작년 10월경「로마」에서 선교지에 있어서의 교회의 경제적 자립문제를 검토하는 국제 회합에서 선교자의 교회는 가난하고 제원이 적더라도 금후 스스로가 자립의 길을 발견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교회는 교회의 경제 구조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해서 관리 기능을 하느님의 백성 전원이 발휘한다면 경제적 자립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로 될 것 같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희생과 각오가 필요한 것이며 특히 성직자의 사목적 자세가 중요하게 등장할 것이다.
끝으로 각 교구 및 각 본당에서 편성하는 예산 구조에 있어 실질적으로 복음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가용 예산을 할당하고 있는 지 한국 교회의 구성원 전원이 냉철하게 반성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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