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나는 성당에 오는 첫 사람에게 발견되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를 발견한 분들은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어도 자녀를 갖지 못한 젊은 부부였소. 그들은 나를 천주가 준 하늘의 선물이라 여기고 나를 친자식처럼 받아들였고 그날 부활절 미사 때 바오로라는 이름으로 영세 성사를 받기도 했소. 그 후 그분들은 내 출생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내가 자라난 도시로 이사했다고 합니다. 』
『이분들의 살림은 경제적으로 부유했으며 성품도 착했고 또 열심한 천주교 신자였다고 했소. 그러나 내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알기에는 아직 어린 내 나이 세살 때 어머니께서 모종의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오.
그 후 아버지는 어린 아이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던 젊은 고부와 재혼하였고 또 동생 셋을 낳았소. 재혼하자 아버지는 나를 시골에 살고 계시던 할아버지 댁에 보냈고 거기서 나는 소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자랐소.
아버지의 직업은 상업이었고 이 시장 저 시장으로 행상을 하셨소. 소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떠나 아버지 곁으로 돌아왔소. 아버지는 일 년의 거의 반을 사업차 타향에서 지나셨고 새 어머니는 나를 음으로 양으로 구박하기 시작했소. 집안의 일은 형이란 구실 아래 다 나에게 시켰고 새 옷을 사 입는다든과 혹은 맛있는 과자나 음식이 있을 때는 동생 둘에게 양보를 해야만 했었소.
그때 나는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불만과 미움을 갖기 시작했고 반면에 사랑 없는 인간의 고독과 불행과 또 미운 사람들과 함께 사는 고통을 경험했소.
사업에 바쁜 아버지는 이러한 내 입장을 알 길 없었으며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시기만 하면 어머니는 나를 제일 사랑하는 척 나를 극진히 대해 주기도 했소. 인간의 위선이 얼마나 저주스러웠는지…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러한 나에 대한 사랑의 태도에 만족하였소. 일종의 동정심인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여러 동생돌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것이 확실했고 내 생일 잔치를 잊지 않고 열어 주시기도 했소.
촛불을 켜 들고 미사에 참예한 모든 신자들은 내 생일을 축하해 주는 듯했으며 또 나는 나만이 부활절의 주인공인 듯 부활의 기쁨은 다 혼자만의 것인 듯 생각하고 부활날에 나에게 생을 준 천주를 찬미하며 감사하기도 했소』
『학교에서 나는 늘 일등을 했으나 내 동생들은 공부를 잘 하는 편이 못 되었소. 이것이 어머니의 질투를 일으키게 했고 더욱 나를 미워하는 결과를 가져왔소. 어머니의 구박과 미움을 복수하는 뜻에서 나는 더욱 더 공부를 열심히 했고 따라서 내 마음 속에는 반항심과 미움이 하루하루 자라고 있었소』
『이와 같이 어머니는 나에게 악했으나 이웃 사람들과 특히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는 착한 사람으로 통하고 있었소. 어머니는 주일미사를 한 번도 빠진 일이 없으며 매주일 영성체했고 고해성사도 자주 하는 것을 보았소. 그 외에 아이들의 교리반을 지도하던 모범 신자였으며 주임신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소.
어떤날 나는 어머니로부터 이유 없이 얻어맞고 분해 처음으로 대항했소. 그 후 주임심부께 고해성사를 보았소. 그때 주임신부는 어머니에 대한 내 고백을 조금도 믿으려 하지 않았고 도리어 모든 일에 있어 어머니의 말을 잘 듣고 열심하고 착한 어머니께 효도해야 한다는 엄중한 훈계를 했소. 천주의 대리자라고 믿어 왔던 주임신부는 어머니의 악한 습성과 나의 딱한 사정을 잘 이해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주임신부의 꾸지람 앞에 나는 만사를 실망 아니할 수 없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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