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사순절을 맞아 지난 3월 3일 부산교구 이갑수 주교가 행한 사순절 강연의 요지다.
우리 인간이 한결같이 느끼고 겪어야 하는 것이 고민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는 아무 생각과 자유도 없이 인간으로서 태어났지만 점차 철이 나고 성장하면서 인간만이 가지는 새로운 걱정거리 즉 고민을 가지게 된다.
마치 철없는 어린 시절의 얼굴은 맑고 깨끗하지만 어른이 되고 연륜이 쌓일수록 주름이 가고 거칠어지는 것도 인간에게 고민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 고민을 한 번도 속시원하게 풀지 못하고 눈을 감게 된다. 내가 여기서 고통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고민이란 말을 하는 것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고통은 단순한 육체적인 아픔을 뜻하지만 고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인간의 걱정거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이면 누구든지 피할 수 없고 당하는 것이 기 때문에 인간의 궁극전인 목적을 달성하느냐 아니면 실패하느냐 하는 문제도 이 고민을 죽을 때까지 어떻게 처리하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이 물질 세계를 떠나느냐에 따라서 인성 철학이 완전히 결정되는 것이다.
인간이 무엇을 위해서 노력하고 움직이는 것은 무엇을 더 알고 더 갖기 위한 것이요 이것은 인간에게는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당하는 이 고민에 대해서 확실한 대답을 해 주는 사람은 역사상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인간이 당하는 고민이 어느 한 곳에 국한된 지역이나 국한된 사람들에게만 당하는 것이라면 모르지만 보통 사람이나 불구자나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할 것 없이 인간성을 지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하는 인간성 자체에 직접 저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의 고민이 백인이나 흑인이나 잘 사는 국민이나 못 사는 국민 할 것 없이 다 당해야 하는 까닭은 우리 인간이 맨 처음 날 때부터 무언가 잘못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날 때 첫 씨가 잘못되었거나 그 씨를 받아서 나온 인간성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날 때는 울음을 터트리며 주먹을 쥐고 때어나지만 죽을 때는 주먹을 펴고 죽는다. 울음은 슬픔의 표시요 주먹은 이 세상 물질을 가질려는 욕망과 생존 경쟁을 상징하며 죽을 때 주먹을 펴는 것은 그렇게 욕심을 부리던 물질도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또 하나의 사실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이다. 우주를 지배한다고 하는 것은 사람만이 가지는 독특한 지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확실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라서 정신과 육체를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이 개보다 못할 수도 있고 신을 닮을 수도 있는 것은 오직 정신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육체만 가지고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통이 생기고 고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으 왜 고민을 하는가? 그것은 시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시간을 초월해 보려고 애쓰지만 초월할 수는 없다. 아무리 인간이 원하던 물체도 시간이 가면 싫증을 느끼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배불리 먹고 나면 욕심이 없어진다. 그런데 사람은 항상 영원한 것을 바란다. 인간에게는 항상 차원이 다른 두 위치에서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고민한다. 그러나 시간과 우리 주위는 항상 변화한다. 여기서 확고한 태도, 확실한 길을 결정할려니 고민이 생긴다.
그러므로 책임감을 가지고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너무 현실에만 치중하고 사후 영신적인 문제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다. 여기서 시간과 영원 육체와 정신 이상과 현실이 모두 상반되고 있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인간의 두 가지 요소가 서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궁극에는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균형은 고사하고 목적의식마저 없이 행동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목적의식이 뚜렸한 사람은 행동에 분별이 있고 힘이 있다. 그렇지 못하면 무책임하고 흐리멍텅하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원하는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다행히 우리는 이 대상을 찾았다. 이 신앙을 지키고 옳게 살아야 한다.
일부 지식층에서나 비신자들은 신을 부정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다급할 때나 아니면 마음 한 구석에 신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인간에게는 다행히 부족감을 느끼는 것은 무엇을 채울려는 의욕이 있기 때문이며 우리의 부조리와 모순도 완전한 이론 완전한 평화 영원한 생명을 소극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40일 동안 우리의 운명을 똑똑히 주시하고 머리에 담고 살아가야하겠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