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성성은 지난달 7일 개정된 새로운 고백성사 전례서를 발표했다. 고백성사 교리 자체에는 달라진 것이 없고 이 성사를 집행하는 데 있어 현대 교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목적 및 전례문제들을 쇄신한 새 전례서는 지금까지의 개별고백을 재확인하고 특히 성사의 공동체적이고 교리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 그 특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새 전례서는 먼저 죄의「고백」이란 말 대신에「화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원래의 고백성사가 교회 생활 속에서 가지고 있는 풍부한 의미를 더욱 명확히 밝혀 주고 있다.
지금까지 고백성사는 이 성사를 받는 사람이 지은 죄를 하느님 앞에 고발한다는 데 역점을 두어 왔던 관계로 혼히「고백」이란 말로 표현돼 왔다. 다시 말해 인간 편의 일방적인 고백에만 치중한 나머지 고백성사가 순전히 개인적인 것으로만 취급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 전례에 의하면『죄는 하느님과 동시에 그 형제들을 거역하는 것』이기 때문에『고백성사는 하느님과 화해하고 아울러 범죄로 상처를 입혔던 교회, 사랑과 모범과 기도로써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노력하는 교회와 다시 화해하는 것』(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11)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고백성사의 개인적인 측면뿐 아니라 교회적이고 공동체적인 성격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정의나 공동체를 거스러는 죄도 양심 성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경신성성 고문인 길베르토 아구스 토니 몬시늘이 새 전례 내용을 교황청 홍보회의에서 설명하는 가운데 밝혀졌는데 예를 들어 세금을 내지 않거나 고용인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일, 구빈을 외면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구나 이웃을 이용하는 일 등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새 전례는 고백성사의 여러 측면을 더욱 명백히하고 신자들의 필요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3가지 형태의 고백성사를 제시하고 있다.
그 첫째는 개별고백을 통한 화해로 현재 신자들이 개별적으로 고백소에 들어가 성사를 받는 형태이다.
여기에도 달라진 것은 없으나 하느님의 사랑을 강조하는 새로운 사죄 경문이나 가능하면 고백 전에 성서를 낭독하고 사죄 후에는 하느님의 관대하심을 감사하도록 하는 것 등이 첨부된 정도이다.
두 번째는 공동고백예절 속에서 개별적인 고백을 통해 화해를 이루는 형태이다.
즉 고백성사를 받을 신자들이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자기의 죄를 반성,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가운데 개별고백을 받게 된다. 이 공동고백예절은 말씀과 기도의 전례, 개별 고백과 사죄, 그리고 감사와 화해에 대한 기쁨의 표현 등 세 부분으로 흔히 이루어진다.
세 번째로는『매우 특별한 환경』아래 처해 있는 신자들이 오랫동안 고백성사를 받지 못해 화해의 은총을 상실하거나 영성체할 가능성을 잃어버리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고백성사 없이 먼저 죄를 사해 주고 기회 있는 대로 꼭 개별고백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이나 배를 타고 오랫동안 항해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새 전례는 지금까지 고백자의 익명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해 온 고백소의 존폐문제는 각국의 특색과 형편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으며 고백성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착용하는 제의에 대해서도 각국 주교회의에 일임했다.
한편 새 전례서는 둘째 부분에서 8가지 형태의 참회식에 대한 표준형을 제시, 주교회의나 전례위원회가 이를 참고로 하여 각국 사정과 필요에 따라 더 좋은 것을 만들어 사용토록 했다.
이들 8가지는 사순절이나 대림절과 같은 전례 시기를 위한 것과 어린이ㆍ젊은이ㆍ병자 등 연령층에 따라 다르게 거행할 참회예식들이다.
이 참회식은 고백성사를 준비시키고 끊임없이 회개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유익할 뿐 아니라 특히 사제가 없는 곳에서는 신자들로 하여금 지은 죄를 반성케 하고 회개를 통해 다시 범죄하지 않도록 자극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러한 경우의 참회식은 부제나 교리교사 혹은 합당한 평신도이면 누구나 주관할 수 있다고 새 전례서는 규정하고 있다.
끝으로 개정된 새 전례는 라띤어로는 지금 바로 사용할 수 있으나 자국어로는 원본을 번역, 교황청의 인가를 받아야 하므로 우리 한국 교회는 아마도 내년도에라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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