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祝祭)란 축하하고 제사지냄이다. 이축제가 거행되는 날을 축일또는 축제일이라한다. 생일·결혼기념일·환갑날은 개인의 축일이고, 3·1절, 광복절, 개천절은 국경일로 국가적 축일이며, 구정·추석은 우리의 명절로 민족적인 축제일이다. 그리고 종교적인 축제로 크리스마스의 미사와 석가탄일의 관등(觀燈)과 공자탄일의 석전(釋奠)을 들수있다. 그런데 이 여러축제들중에서 개인과 국가와 민족과 종교를 초월한 축제라면 무엇을 들수 있겠는가?
■ 세상의 축제
서부전선 최북단의 애기봉과 미국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의 온상인 서구와 최근엔 바티깐 광장에까지 대형 성탄수가 들어서고 수천개의 오색등이 점화되었는데 그 공통된 뜻은 온세상 구석구석에까지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자는 것이다.
원래 12월25일은 로마제국의 태양신축제일이었다. 「무적(無敵)의 태양신 탄생」축제는 국가적으로 성전예식과 곡마경기등을 포함한 전체국민의 축전이었다. 반면 로마시의 교회당국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이 이교적인 축제에 유혹되지 않도록하기위해 이날을 그리스도의 탄일로 정하였다고 호교론적인 종교역사가들이 주장하고있다.
이들의 논증에 따르면 구약시대에 백성들이 기다려온 구세주는「정의의태양」(말라기3, 20)이고, 신약성서에서는「세상의 빛」(요한8,12) 또는 사랑을 비추는「참빛」(요한1, 9)이라 하였다. 예수그리스도만이 세상에 빛과 구원을 줄수있다고한 당시의 성탄축제는 다른 모든 이교적 풍습을 흡수할수있었다. 「해야 솟아라」라는 표현은 어느시인만의 외침이 아니라 옛날 농경민의 다산신(多産神)사상에서 나왔고 정신적 지주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절규이기도하다. 사회, 국가, 인류를 위하여 해처럼 밝은 존재가 필요하다는 원망(願望)이다.
정신적 태양없이는 민주와 자유도없다. 「햇살같은 사랑」. 그것만이 암흑과 추위와 부정과 권세를 녹이고 밝히다. 모든이가 이 정의의 신을 찾고있느데 크리스마스가「그리스도의 미사」를 뜻한다고해서 신자만을 환영하고 미신자나 술이 좀 취한사람이라고 문전박대할것까지는 없지 않는가.
■ 평화의 축제
역사상 맨처음의 성탄노래는 복음사가인 루까가 전하는바와같이 사람들의 소리가 아니고 천사들의 합창이었다. 「하늘 높은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의 사랑받는 사람들에게 평화!」.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즐겨쓰는「평화」란 말엔 때가 많이 묻어있다. 평화를 뜻하는「샬롬」이란 성서단어는 단지 전쟁의 부재만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다. 평화의 세계란 진리와 형제애가 지배하고, 근심과 부족과 간계와 허위가없는 세상이다. 「땅에는 평화」가 크리스마스의 가장 큰 소망이다. 그 평화는 일시적이아닌 무한한 평화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하느님의 공경에서 온다」는것이 베들레헴의 가르침이다. 사람들이 하느님을 공경하지않는 곳에서는 사람도 존경받을수없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는 모두가 다함께 평화를 노래하고 간구한다. 이 축일때만은 과거의 히틀러도 현재의 소련 크레믈린에서도 평화로이 잠자기를 원하였다. 오늘만이라도 부덕한 정치가의 입에서 평화란 말이 나오게 하고있다.
■ 사랑의 축제
유명한 철학자「키에르케고르」는 이런 말을 하였다. 『하느님의 강생은 바로 당신에게 해당합니다. 당신때문에 하늘에서 내려오셨읍니다. 당신의 나약, 가련함, 불성실, 사악(邪惡)함 때문에, 그리고 당신의 거짓과 무자비, 타락 때문에 오신것입니다
당신 주변의 세상을 살펴 보십시오. 그것이 하느님께서 계획하고 당신에게 맡긴 세상입니까? 기아와 부정과 노예화한 인간을 하느님이 원했읍니까? 거대한 공장폐물과 혹사당하는 이들과 오염된 자연 테러, 전쟁을 원했읍니까?』
감옥, 고문, 학대, 살인 낙태등이 주변에 널려있다. 사람들 사이의 불화와 이기심은 고독과 절망감을 더해주고 있다. 정의와 평화를 갈구하는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이런 상황 속에서 구세주가 세상이 오지 않을수 없었다고 바오로사도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을 같이 하셨지만…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꼭같은 인간이 되셨읍니다』(필립비 2, 6).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놓을수 있겠읍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로마 8, 35).
사랑의 실천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 성탄시기엔 고아원, 양로원, 불우한 가정에 선물을 보내고, 한끼나마 이웃을 초대하여 음식을 나눈다. 불의한 재벌가도, 악한의 마나님도 이때만은 사랑의 선물을 내놓을 줄 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새 삶을 주셨고 영원히 행복을 마련하셨다. 즉 그분의 탄생은 우리의 새로운 탄생이요. 그분의 부활은 우리의 영생을 보증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탄생에 대하여 축하와 감사를 드린다.
그분은 정의의 태양이요, 평화의 성자 (聖者)이며, 사랑의 본체(本體)이다. 그러므로 크리스마스는 정의의 축제요, 평화의 축제이다. 인간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 축제야말로 최대의 인류공동의축제라 해도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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