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녀가 나를 이해하진 못했을 거야. 뭐 꼭 이해해 주길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녀는「이제 헤어지자」라는 내 말에「응」한마디로 서서히 멀어져간 거야.
난 그녀를 보내는 게 조금도 아깝지 않았어.
그렇게 좋아했는데도 말야.
어느날 차니에게서 학교로 편지가 왔어.
아주 절박한 표현이었어.
『…삼촌, 드디어 엄마가 날으려고 해』
그래.
걔 엄마는 떠나야 했을 테지.
더 이상 어떤 것을 붙잡고 있을 수 있겠어? 차니 말마따나 벌써 날개는 견고해 있었고 어디로 날개를 펼지도 알고 있었으니까-.
차니는 또 이렇게 쓰고 있었어.
『참 이상한 일이 있어. 내 조그만 나팔이 울고 있어. 이상해. 왜 울까? 내 나팔이니까 내가 다 알고 있어야 하는데 정말, 요즘은 나팔조차도 제멋대로 하고 싶어 하나봐. 그 조그만 게 우는 소릴 들으면 내 마음은 안절부절 못 해. 삼촌, 왜 그게 울지?』
차니는 혼자서 어쩔 줄 몰랐던 거야. 그 애는 많이 울었겠지.
나는 걔가 왜 울고 울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어.
아무리 고고한 자세를 하고 있더라도 학은 날개를 펼 때 소리를 내며 운대.
마찬가지지.
차니는 사랑하는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자기 엄마가 자기에게서 가 버리려고 이젠가 저젠가 시간을 잴 때, 그때는 어쩔 수 없었던 거야.
『차니야. 이별할 때는 모든 것이 전부 운단다』
나는 이렇게 회답을 썼어.
『아마 엄마가 날개를 펼 시간과 나팔이 우는 것과도 그런 때문에 관계가 있을 거야. 너는 나팔에 관대해야 돼』
차니는 그렇게 했어.
걔는 자기 엄마가 날개를 폈을 때 나팔이 우는 걸 용서해 줬어. 많이 많이 용서했겠지.
『드디어 가셨어. 엄마도 단 한 번에 기어이 날으신 거야. 내 아빠와 엄마는 정말 훌륭해. 그런데 남겨진 나는 일이 많아. 나도 이 담에 잘 날 수 있는 날개를 줬음 좋겠는데…. 내가 준비할 수 있다면 문제 없겠지만 저번에도 말했듯이 날개는 내가 준비하는 게 아니니까』걔는 엄마가 돌아가시자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내왔어.
차분하게 자신을 따질 수 있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지.
그런데도 조그만 차니는 잘 해냈어. 용케도 자기 나팔하고 둘이서 엄마를 떠나 보낸 거야.
『엄마가 돌아가셨는데도 아가씬 조금도 설워하지 않았다우. 나팔만 빵빵 불어댔수…』
여름방학을 하고 차니 집엘 갔더니부엌 아줌마는 차니를 핀잔 주더군. 차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러나 나는 느끼고 있었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삼촌은 다 알지?』라고 걔는 내 맘에 속삭였어.
『아, 신부님께서 엄마에게 마지막 인살 하라구 그러질 않았겠수? 그런데도 도련님 아가씬 웃으면서 그 잘난 금목걸이만 만지작거리니…원, 모두들 놀랐지요. 혹시 아빠처럼…』
『아줌마 그만해 둬요』
내가 소릴 질렀어.
아줌마는 너무 잔혹했어.
차니 아빠가 미쳐버린 건 그런 하찮은 충격 때문이 아니었어.
남에게 뭣인가를 주려고 애썼으나 아무 것도 주지 못했을 때 그때는 누구나 다 미칠 수밖에 없지.
사람은 정말 자신을 돌보는 게 아니잖아?
차니는 충분히 남에게 많은 걸 줄 수 있으니까 결코 미치지는 않는다는 걸 아줌마는 모르고 있었던 거지.
아무렴, 식순씨가 뭘 알겠어.
『그때 말야. 그 순간에 엄마는 내게 말하려고 했어. 그러나 내가 다 안다고 고갤 끄덕였어. 그래서 엄마는 마지막으로 나팔이라도 불어 줬음 하는 눈치였어. 그 나팔 소리는 아빠도 알고 있다고 우린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소릴 들으면 틀림없이 아빠는 엄마가 길을 잃지 않도록 누군가를 보내 주셨을 게 아냐. 그래서 내가 나팔을 분 거야…』
아줌마가 내 핀잔에 무색해져서 부엌으로 내려가시자 차니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몹시 울며 말했어.
굉장히 흥분해 있었나 봐.
『그분은 분명히 아빠 부탁을 들어 주셨을 거야. 난 믿어. 난 그분께 감사해야 할 의무가 있어. 어떻든 내가 그분에게 고맙다고 미소를 보인 게 뭐가 잘못됐다고 나를 이상하게 본다지? 정말 멍충이 같이들. 엄마는 벌써 날아갔는데…』
나는 차니가 그렇게 무섭게 화를 내는 걸 처음 봤어.
여전히 목걸이는 늘어져 있었지.
나는 그 목걸이를 보고 차니를 진정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냈어.
그 목걸이를 그 애가 생각하게 하는 거야 단순한 금이 아니라 그것에는 아빠와 성모가 같이 그 애의 모든 걸 봐 준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 그것을 의식하면 그 애는 자기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내가 그걸 마지작거리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그 애는 당장 고개를 돌고 온화한 표정이 됐지. 내 방법은 적중했던 거야.
걔는 사랑스럽게 메달에다 언제나처럼 키스를 하고는
『삼촌, 미안해』
『아니, 나는 그런 차니가 좋아』
『정말, 삼촌은 다 알지?』
『응, 나는 차니를 전부 알아』
『나도 삼촌을 다 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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