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를 거느린 주부가「제2회 전국 붓글씨 대회」에서 장원(壯元)이 됐다. 주인공은 심한순 여사(沈漢順ㆍ48ㆍ아네스ㆍ정능동 880의 7) 그녀는 먼저『서도(書道)란 예쁘고 잘 쓰겠다는 생각에 앞서 경건한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고「퇴세」와「추사」의 지론을(持論)을 펼쳤다.
5남매의 아이들 치다꺼리와 시부모를 모신 다망한 생활 가운데서도 처음 심
여사가 붓을 들게 된 것은 65년경이다. 인천에서 아이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부군 최달순(崔達淳ㆍ56ㆍ은행원) 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정능으로 이사 온 심 여사는 남달리 재능이 특출한 자녀들의 교육에 열성이 높았다. 매일 밤 심 여사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장남 병조(22ㆍ현 서울법대 4년) 군의 가정교사 댁을 방문 과외가 끝나는 밤 11시까지 무료하게 기다렸다가 병조 군을 데려오곤 했다.
워낙 근실하고 맹렬 여성인 심 여사는 이 시간을「뜨개질」과「양말 깁기」등으로 소요했다. 그 후 장녀 성숙(29ㆍ동북중고 교사) 씨의 도움을 받아 동방연서회(東方硏書會)에 나가기 시작했다.
1년 반 동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익혔던 심 여사의 붓글씨는 4년 후 우연히 출전했던 69년 신사임당 행사에서 2등을 차지했다.
『그때 재기의 용기를 얻었어요』라고 술회하는 그녀는 빠듯한 생활과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 때문에 중단했다가 72년 6월 미련에 못 잊어 붓대를 잡았다.
요즈음 서도(書道)의 지침서「書通」을 비롯해 당(唐)나라 이웅(李)의 녹산사비(菉山寺碑)를 습독(習讀) 중이라고.
서도(書道)를 시작하면서 천자문(千字文)과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 사서(四書)와 시경, 주역(周易) 삼경 등 고서들을 가까이 했더니 더욱 공부하고 싶은 열의가 생겼다면서 논어(論語)의 서두(書頭)에 있는「學而時習之 不亦說乎아」를 소개한다.
『남이 거두어들일 때 씨앗을 뿌려』자신이 부끄럽다고 심 여사는 겸허해하면서도『당인(唐人)에 석인제(釋仁濟)는 둥글게 꽃 그리기만을 40년을 했고 수나라의 어느 서예가는 천자문을 8백 번 쓴 일이 있다』면서 면학(勉學)의 정력이 시들 줄 모른다.
『글씨를 잘 쓰고 못 쓰는 것보다 정신 수양에 좋은 방편이 된다』고 역설하는 심 여사는 인(仁)과 의(義)의 기본 정신이 박혀 있지 않는 사람은 글을 쓸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림보다는 글씨(書)가 격(格)이 높고 다음 시문(時文) 그 위에 가장 격이 높은 것은 도학(道學)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즉 이것을 천주교의 십계명과 같다고 부언한다.
이번 문화방송국 주최로 열렸던 전국 여성 붓글씨 대회에서 장원 트로피와 함께 부상으로 질 좋은 벼루 먹 붓을 받았다고 밝게 웃는 심 여사는 취미도 다양하며「등산」「수석 수집」「사진 찍기」등 여가만 있으면 여행길에 올라 자연의 신비감을 탐지한다.
또한 「교도소후원회」「군종후원회」「라자로마을 돕기회」「자행회」등 불우한 형제들을 돕는 데도 적극적인 심 여사는『이웃을 위해서는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의 실천적인 신앙생활의 신조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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