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주와 소작인이란 이런 사회 제도의 모순을 하루 빨리 시정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했을 때「땅은 농민에게」란 정당한 토지개혁 없이는 농민들은 일 평생 노예처럼 일만 하다 삶의 보람 없이 죽어갈 것이라고 믿게 되었소.
『눈이 내리면 겨울 어느날, 난데없이 한 젊은 여인이 갓난아기를 안고 주인 집에 뛰어 들어왔고, 주인과 한바탕 싸움하더니 여인은 대문 밖에서 자살하고 말았소. 사람들은 마치 자동차에 치어 죽은 강아지 새끼처럼 아무렇게나 거적대기에 뚤뚤 말아 어디론지 갖다가 매장해 버렸다고 합니다. 유린 당한 한 인간의 존엄성…이 존엄성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이 사회제도, 나에게 삶을 준 어머니도 이 여인처럼 지주들의 희롱 끝에 인생의 허무를 비관하고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소. 그날 대문 밖에 얼어붙은 그 여인의 붉은 피를 바라보며 나는 그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소. 그리고 그때 나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그 어떤 사명을 받은 느낌을 가졌었소. 즉 착취자와 피착취자가 없는 새로운 사회, 정의와 평등과 형제적 사랑으로 조화된 사회 안에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일꾼이 되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소』
『그 당시 내 나이 19세. 나는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에 다니며 부지런히 공부했소. 그 무렵 나는 한 선생님으로부터 맑스 사상을 배웠고 신봉하는 철저한 공산주의자였소. 그 선생님의 지도 아래 맑스를 공부하며 그의 사상을 파고들어갔을 때 나는 그 안에서 내가 얼마 전부터 생각해 오던「새로운 사회상」의 실현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소.
그때 맑스는 나에게 태양과 같은 희망이 존재가 되었소. 그 외에도 소련 공산주의 혁명사도 탐독했고 레닌의 위대한 혁명적 업적을 우리 조국 안에 재현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소. 그러자 공산주의는 나에게 새로운「인간 사회」건설을 위한 일종의「복음」처럼 나타났소. 말의 비약이 심하지만 예컨대 예수 그리스도는 추상적이며「종교적」인 죄악의 노예 상태에서 인류를 구제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왔다면 맑스는 사회제도의 모순 속에서 실질적인 물질적 빈곤과 비참 아래 신음하는 인류를 구제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소. 예수는 천국이라는 가상적인 인간의 목적을 제시하고 이 목적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희생이라는 굴욕적인 사랑을 요구했으나 맑스는 인간 자체의 구제를 이현실적인 삶에 두고 그의 방법으로 평등과 형제적 사랑 안에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제도의 혁신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 인류의 스승이었소. 당신네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인간의 고통과 죽음을 합리화시키며 이 사회의 모순을 정당화시키는「원죄」라는 교리 앞에 삶의 일체를 체념하고 각 개인의 영혼 구원을 위해 현실을 무시한 채 전능전지하다는 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나 우리들 공산주의자들은 현실적인 인간 조건을 외면함 없이 혁명이라는 깃발 아래 사회제도를 개혁하고 부흥을 통해 빈곤을 내쫓으며 평등 안에 형제애를 확립하고 계급의식 아래 유린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아 주며 내일이라거나 내세가 아닌 오늘이라는 현실적 삶의 향상을 위해 투쟁하고 있소. 그리고』
잠깐만, 나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동지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나 사회 정의 구현과 인간 삶의 향상을 위한 투쟁을 마치 공산주의자들의 독점물처럼 생각하고 있군요. 맑스보다 훨씬 앞서 예수님께서는 가난하고 병들고 약하고 버림 받고 무시 당한 뭇사람의 벗이었소. 은인이었으며 보호자였었소. 그분은 또한 그들에게 무한한 힘과 위안과 희망을 주셨소. 물론 예수님께서는 맑스처럼 경제 원리를 내세우고 사회 혁명을 일으키지는 않으셨으나 그분은 인간의 목적과 삶의 참된 의의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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