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군 사상 최초로 두 현역 육군 장교가 군의 위탁으로 성직자 교육을 받기 위해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입학 화제가 되고 있다.
정규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지휘관으로서 약속된 화려한 장래를 마다하고 사제가 되어 군종장교로서 군의 정신 무장과 가치관 확립이라는 외롭고 고달픈 일에 일익을 맡겠다고 자원한 두 장교는 72년 육사를 졸업하고 육군 제6810부대 작전장교로 근무 중인 박오현(25·사베리오) 중위와 73년 역시 육사를 마치고 육군 제2221부대 포병 전포대장으로 근무 중인 이영일(24·베네딕또) 소위.
두 청년 장교는 3월 4일부터 가톨릭대 신학부 3학년에 편입, 77년 말까지 4년간 사제 수학을 무사히 마치게 되면 기성사제가 소정의 교육을 마친 후 군종장교로 임관되는 현행 군종 코스와는 달리 현역 장교가 사제로 서품되어 군종장교가 되는 첫 케이스가 된다.
현 육군 제도상 전례가 없는 현역의 성직교육 위탁은 두 장교의 성직에 대한 열의와 이를 성취시키려는 군종신부들의 끈질긴 설득, 군 당국의 폭 넓은 이해가 상승작용을 해 이루어진 것.
이 일은 조그만 발단으로 이루어졌다.
『제가 3학년 되던 해 봄이지요. 미 육군 군종학교 유학을 마치고 저희들을 지도하시던 김육웅(가리노) 군종신부님이 하루는「웨스트·포인트」출신들은 지휘관으로서만 아니라 재능에 따라 여러 방면으로 나가 활약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해 주셨죠. 그때 저는 우리도 신부가 될 수는 없을까 생각 끝에 김 신부님에게 그 길을 좀 열어 달라고 부탁드렸지요』
서울 중동고교를 졸업, 1학년 때 영세 입교해 육사 가톨릭생도 대표로 있던 이영일 소위의 이러한 희망을 들은 군종신부단은 그 가능성을 타진끝에 지난해 7월 육군 참모총장에게 건의했고 이 건의는 여러 차례의 논란 끝에 국방부 장관의 재가를 열어 지난 2월 22일 두 장교의 위탁교육 특명이 나게 된 것이다. 사제를 지원한 두 장교는 다른 사제 지망자들과 달리 스스로 신망을 찾아 모범적인 생활을 해 온 장교로 동기부터가 순수하고 청년 장교답게 정열적이었음을 엿보게 한다.
전남 광주고교 출신으로 형제 중 둘째인 박 중위는 살례시오중학 재학 중 그곳 신부와 수사들의 생활에서 받은 종교적 감명을 늘 간직해 오다 자신은 1학년 때 입교했고 그 후 아버지까지 입교시킨 능동적 신앙인.
가톨릭생도대 섭외부장으로 재학 중 육사 내 가톨릭 행사를 주관하기도 했던 박 중위는 처음 성소를 택할 의향이 없느냐는 군종신부의 권유를 받고 무척 망설였다고.『72년 가을 4학년 때 그런 말을 듣고 많이 생각했습니다. 지휘관으로서의 길 군종장교로서의 길, 두 길을 놓고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저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제 주위에 계시던 김계춘 정해성 군종신부님 그리고 성심수녀회 로디 수녀님의 충고가 저의 가치관을 바꾸는 요소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두 장교는 결정의 마지막 순간엔『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크게 작용했음을 지금 와서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학교 생활에 대해 두 장교는 생활의 차원은 다르지만 규칙적 생활은 육사생활과 크게 다른 바 없어 적응이 과히 힘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그런 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기보다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했다고 밝은 표정이다.
『4년 후 신부가 되는 게 급선무입니다만 한 가지 오늘날 군 안에도 높아지는 현실주의 출세주의 사조를 몰아내고 참다운 인간애에 바탕을 둔 협동하며 정신적 가치를 높은 곳에 두는 군대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숫자 위주의 군종활동이 내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장교의 종교 인식을 높히고 군종과 사병 간의 매개체로 하사관의 역할이 중요시된다는 두 장교는 훗날 지금보다 효율적이고 제도적으로 강화된 군종생활의 비전을 실현해 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한편 이들의 신학교 입학을 군 당국과 우여곡절의 절충 끝에 실현시킨 군종단 총대리 김계춘 신부는 이들의 입학은 군의 군종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결과이며 교회로선 정규 지휘관 코스를 밟은 유능한 장교를 사제로 획득함으로써 군 선교활동의 소지를 그만큼 넓힌 셈이라면서 두 장교가 신부가 될 때까지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