력하며 오히려 더욱 큰 소리로 소리 지르고 있었습니다.
「사람아」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진실과 사랑으로 창조되고 대가없이 영생에로 불리운 인간.
지성의 지혜가 있기에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우는 인간.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졌기에 가장 존귀한 인간.
하오나
주여
나는 언젠가 곧 한 줌의 흙이 되오리니…
속죄와 희생으로 다짐했던 사순절.
하오나
주여, 용서하소서.
당신이 바늘 같은 가시관의 아픔에 피땀을 흘리실 때 저는 부드러운 여인의 손길을 그리워했고, 당신이 십자가 위에서 쓸개즙을 마실 때, 저는 혀 끝에 사르르 녹는 향기로운 술맛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골고타의 산길은 험했습니다.
날카로운 돌부리에 찢기워진 발바닥, 뼈 드러나도록 살 헤어진 그 무릎의 아픔이여!
찢기워진 상처에 스치우는 옷자락 마디마디 부딪히는 채찍질의 진통,
하오나
주여
피담 흐르시는 당신의 얼굴 위로 또 내리는 강한 사랑의 핏빛을 저는 그것은
『너 너희들 일곱 번의 일흔 번까지도 용서하리라』
사랑으로 창조하신 나 때문에 나의 죄악 때문에 당신이 뺨 맞고 침 뱉음을 당하는 조롱 속에 있을 때도 저는 빌라도처럼
교만하게 형제들을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살을 파고드는 편태 수만큼 당신을 내리치던 채찍질만큼 저는 그만큼의 쾌락과 그만큼의 안락을 누렸습니다.
내 죄악의 독침은 당신 깊이 깊이 찔렀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직 내가 회개하여 돌아오기를….
나는 젯세마니의 그 고독한 동산에 당신만을 버려둔 채 내 가족과 즐거워했고 당신이 죽음의 선고 앞에서 나를 바라보실 때 나는 그것이 나로 말미암은 죄의 대가가임을 부인하려 노력하며 오히려 더욱 큰 소리로 소리지르고 있었습니다.
『사람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진실과 사랑으로 창조되고 대가 없이 영생에로 불리운 인간.
지성의 지혜가 있기에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우는『저 자를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못 박으소서』
하오나
주여
당신은 기다리고만 있었습니다.
오직 내가 회개하여 돌아오기를….
당신의 사랑보다 아내의 사랑을
당신을 공경하기보다 나의 육체를
당신의 아픔보다 나의 아픔을
한 번의 희생보다 한 번의 즐거움을
당신의 사업보다 나의 사업을
당신의 성명보다 나의 명예를
당신의 말씀보다 나의 말씀을
당신의 은혜보다 나의 능력을
굶주린 이웃의 불행보다 나 하나만의 행복을
더욱 내세우고 믿으며 열중했습니다.『내가 헐벗고 목마르고 감옥에 갇히고 고독했을 때 너는 왜 나를 찾지 않았느나?』는 당신의 말씀을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고 있었습니다.
당신 사랑의 계명을 잊어 버리려고 애를쓰고 있었습니다.
하오나
주여
저는 어쩔 수 없는 당신 영역 속의 노예인 것을…
주여 자비하신 아버지여
용서하소서.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고, 당신의 계명을 사랑한다 했나이다.
아니 아니 사랑하는 척했나봅니다.
실은,
교회의 일은 나의 명예 때문이었고, 사랑한 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웃에 대한 동경은 체면 때문이었습니다.
주여,
나는 한낱 바리사이파 사람이었습니다.
속에는 구더기가 끓는데도 겉만은 멀쩡한, 회칠한 모범이었습니다.
하오나
주여,
당신은 오직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탕자의 비유」를 준비하신 채 내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주여, 주여
나는 이제 어찌하오리까.
나는 오로지 한 줌의 흙.
부활의 종이 울리는 어느 새벽녘,
흙속에서나마 눈 뜬 나의 영혼이 통회의 절절한 울음으로
당신의 영광을 찬양케 하소서. (아멘)
▲정정=4월 7일자 본보(909호) 4면 톱기사 중 제일 첫 행「력하며 오히려...니다」는 제 3행「저 자를 십자가에...소서」행 앞에 놓여질 것이 잘못 되었기에 이에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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