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개종시키기 위해서 우리들 그리스도교도들은 선교사의 수효를 증가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우리들의 인간성의 모든 것을 다해서>우리들의 종교를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떼이야르 신부는 말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절실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우리들의 인간성의 모든 것을 다해서>라고 강조하는 뜻은「천상의 나라」를 사랑하는 인간성과「지상의 나라」에 봉사하는 인간성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이중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하나가 된 위치에서 우리들의 종교를 새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된다.
르네쌍스 이래로 지구상에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이 출현했다. 그들은 중세의 품 안에서 생겨나기는 했으나 교회의 지배를 벗어난 것이다. 그들은「지상의 나라」에만 몰두하고 교회의 명령에는 복종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근대 과학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여 근대 과학 문명과 생산 기술을 이룩했다. 뿐만 아니라 근대인들은 무한히 확대된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 우주관을 가지게 되었고 인간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진보의 꿈을 가지게 되어서 일종의 종교적인 신앙과 비등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심리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그들은「천상의 종교」인 그리스도교보다는「지상의 종교」를 더욱 우월감을 가지고 확신한다.
교회와 근대 세계는 이와 같이 대치되어 있다. 이제까지 우리들은「이단」이라던가「죄」라는 말을 많이 들어 왔다. 그리고 그것으로 일상생활의 가치 판단의 기준을 삼아 왔다. 그러나 이제 현시점에 있어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의식해야겠다. 그리스도교도들도 인류 집단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그 집단 속에 일어나는 변화가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지 않고서는 비난할 수 없는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도들도 이미 근대사상의 어떤 견해와 희망에 대해서는 공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거부하려는 태도에 대해서 부만을 가지지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그들이 신앙하고 있는 신의 모습이 근대 세계가 알고 있는 우주에 알맞는 것이 못 된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신앙의 위기라는 것은 그 종교가 너무 어렵고 고상한 내용이기 때문에 근접하기가 어렵고 이해하기가 힘드는데 있는 것보다는 자기가 신앙하는 종교가 어느 모로 보나 충분히 아름답게 보이지 못하고 전심전력을 다하여 존경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을 때가 가장 커다란 위기 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근년에 와서 교회는 근대 세계와 많은 것을 화해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새로운 것에 대한 불신감을 버리지 못한다. 인간이란 결국에 있어서 별 것이 아니며 근본적으로 새로워진다는 것은 지구상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세계는 점차로 로화해 가고 차츰 냉각해 가서 말세가 오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의 세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고 비관적이며 불신하는 태도를 취한다.
청소년 등을 위해서 때로는 진보를 칭찬하고 미래를 축복하기도 하나 진정을 헤치고 보면 여전히 과거의 것에 향수를 느끼고 있으며 공수래공수거라는 사고방식에 더욱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착실한 신도들은 근대 세계보다는「준주성법」을 더욱 신앙하고 존경하고 거기에서 더욱 큰 위안을 받는 까닭일 것이다.
『썩어 없어질 재물을 탐내고 그것을 의지하려는 것은 공허한 일이다. 명예에 마음을 두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은 공허한 일이다. 장수하기만을 원하고 착한 생활을 하는 데 마음을 쓰지 않는 것은 공허한 일이다. 이 세상의 일만을 생각하고 후세의 일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공허한 일이다』아마 누구에게나 귀에 익은 말들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하나도 버릴 말이 아니고 옳은 말들뿐이라고 하겠다. 그처럼 만고에 옳은 말들이기 때문에 그리스도 교도들은 현대 세계에 있어서「이방인」이 되어가고 있으며 그것을 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중생활의 괴로움 속에서 좌왕우왕하는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스도교는 만시지탄은 있으나 이제야말로 잠시도 지체 말고 우리들의 주변에서 생겨나는 세계의 새로운 차원을(空間·時間·心理의)받아들여야 한다』고 떼이야르 신부는 강력히 주장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밖에는 개종시키지 못한다. 만일에 그리스도교도가 새로 생겨나고 있는 세계와 완미한 공감을 느끼지 못하면-만일에 그가 근대 세계의 소망과 불안을 스스로 맛보지 못하면-만일에 그가 자기의 존재 속에 인간으로서의 감각을 성장시키지 못한다면-그는 결코 하늘과 땅 사이에 해방적인 총화, 우주적인 그리스도의 재림을 가능케 하는 총화를 실현시키는 못할 것이다. …우선 그리스도교가 세상의 모든 희망에(그것을 복음화하기 위해서) 개종하지 않으면 세계가 그리스도교의 천상의 희망에 개종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떼이야르 드 샤르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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