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예찬자인 에띠엔느·질송은 그의 저서「중세철학」에서 『이중의 조건이 토마스 철학의 발전을 규정하고 있다. 즉 이성(理性)과 신앙의 구별이요 양자의 일치의 필요다』라고 하였듯이 토마스는 이성과 신앙을 일치시키고자 노력했으며 우리의 신앙이 맹목적이 아니라 적어도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으며 이것이 그의 사상이 오늘날까지도 위력을 펼치는 계기가 되었다.
토마스에게 이성과 신앙의 일치를 깨우쳐 준 학자는 알베르또 막누스였다. 탑 속에 갇혀 있던 토마스는 그의 누이들의 도움으로 그곳을 탈출하여 당시 전 유럽에 유명하였던 알베르또·막누스 밑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사제요 과학자였던 알베르또는 토마스에게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그리스도교 교리에 크게 이용 가치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초기 가톨릭 교부들의 철학이라면 논리학이나 변증론과 동의어라고 할 정도로 미약한 것이었다. 철학을 신학의 하녀(下女)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알베르또는 철학과 신학을 결정적으로 구별하여 철학적 사변의 권리를 회복하였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바『유(有)를 유(有)로서 연구하는』제일 철학(형의상학)의 이론을 받아들여『우리 정신이 포착할 수 있는 존재』를 연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토마스의 이론은 당시 사회에선 용납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
첫째 당시 교회 학자들은 플라톤의 영향, 특히「네오 플라톤」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일차적으로 거부반응을 받았던 것이다.
플라톤은 어느 정도 계시에 적합한 사상을 발전시켰으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도교가 들어갈 수 없는 자연론적(自然論的) 체계를 완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고 또 초자연 종교에 반대되는 이론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논쟁 때문에 토마스는「빠리」대학교에서 정교수 임명까지 늦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토마스는 이성과 신앙은 서로 구별되는 점도 있으나 양자의 일치는 필연적이라고 한다.
그것은 인간까지 포함한 이 우주가 모두 신의 창조에 의한 것이기에 인간 이성이 옳게만 사용될 것 같으면 하느님에게서 나온 계시와 일치하며 우리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이 사물을 하느님이 창조한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사물의 가장 최하급의 인식에서 우리는 하느님에게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흔히 감각적인 지각(知覺)에 대해 영국의 경험론자들이 선구자라고 생각하지만 이 학설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나타나 있었고 토마스가 이것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인간 정신은 먼저 각각을 통해 세계에 관해 자연적이고 현실적인 인식을 하고 정신은 감각이 제공하는 경험으로 관념을 형성한다. 우리가 먼저 사람의 관념을 가지고 다음에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는 게 아니라 처음에 감각적인 지각을 통해서 개개인을 알고 그런 연후에 추상적 관념을 갖는다는 것이다. 하급의 사소한 사실을 연구하는 것은 최고의 진리 탐구에로 인도된다는 것이 토마스가「아리스토텔레스 주의」에서 따 온 것이다.
근대에 이르러 종교와 과학의 대립이 심각하였지만 토마스에게 있어선 아무 대립이 없었다. 벌레 하나를 마치 그것이 세계인 양 연구하는 곤충학자와는 달리 그는 세계 안에서 그것을 연구하려 했지만 정직한 과학의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실제로 말하기를『그들의 실제적인 발견을 증명할 수 있다면 성서에 대한 전통적 해석은 그들이 발견한 것에 대해서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신앙에 대해 이성의 중요성을 교회에 깨우쳐 주었지만 이것 때문에 또 다른 이론의 반박을 받게 되었다. 그의 반대자는 브라반트 시이거였다. 브라반트 시이거는 말하기를『교회는 신학적으로는 옳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과학적으로 그르칠 수 있을 것이다. 초자연계의 진리와 이에 모순되는 자연계의 진리와 두 개의 진리가 있다. 우리가 과학자이면 그리스도교는 무의미한 것이지만 신자라면 신앙을 진리로서 허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동일한 진리를 두 가지 방법으로 발견하고자 하지 않고 마치 두 개의 진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을 하였다.
이에「벙어리 황소」는 맹렬한 소리를 길렀다. 진리는 다만 하나이며 하나인 진리를 두 가지 실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앙은 유일한 진리이며 자연계에 있어서는 이 신앙에 모순되는 것은 결코 발견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나는 것은 떼이야르 샤르뎅 신부의「과학과 그리스도」라는 저서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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