盲兒를 가르칠 학교 시설은 완비되어 있으나 그 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학생이 모자라는 남다른 걱정 속에 부모의 무관심으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맹인아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 동분서주하는 신부가 있다. 충주 성심맹인학교(충북 충주시 지곡동 367번지) 교장 로진스키(47·한국명=詹新基) 신부가 그 장본인.
가톨릭이 운영하는 유일한 맹인학교인 이 학교의 수용 능력은 50명인데 현재 재학생은 절반이 조금 넘는 27명뿐.
우리나라의 맹인 아동 수가 적어서 그렇다면 문제는 다르지만 아직도 자식 중에 맹인이 있는 것을 수치로 여길 뿐 측은한 정에 이끌려 정상아에 우선해서 교육을 받아야 할 기회를 놓치기가 일쑤인 맹아교육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고 보면 로진스키 신부의 걱정은 수긍이 가고 남는다.
『얼마 전 6살 된 예쁜 여자 아이가 우리 학교에 들어왔어요. 그 애는 집에서만 지내다 같은 맹인 아이들이 있는 곳에 오니까 좋은지 명랑하게 뛰어노는데 3일 만에 엄마가 다시 찾아와 보고 싶다고 데려가 버리더군요』
제대로 교육을 받는다면 제 나름대로 불편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그 애를 생각하면 지금도 측은한 생각이 든다는 로진스키 신부는 부모의 인식 부족을 원망하고 싶다고 한탄한다.
『정 때문에 아이의 앞길을 더 어둡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학생들 1년만 지나면 자전거 타고 성당도 갈 수 있어요. 맹인 아동을 둔 부모에겐 아이를 교육시킬 특별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 학교는 1955년 미국인 옥보을(요셉) 신부가 충주 성심농맹(聾盲)학교를 설립하면서 시작, 그 후 60년 현 지곡성당 구내로 교사를 지어 맹인특수학교로 분리되어 그간 6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국민학교 과정의 파이프 편물 등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 달 기숙사비 8백 원을 못 내는 아동들을 위해 지곡본당 신자들은 교무금과 헌금의 30%를 지원하고 있고 로진스키 신부는 이들의 장래를 위해 목장을 건설 중이다.
『우리 학교 시설 어디에 못지 않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자랑입니다. 우리 신자들 특히 병원에 계신 분들 맹아들에게 우리 학교 좀 알려 주시면 잘 가르치겠습니다』
서품 때 불우한 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노라고 하느님께 드린 약속을 따라 이 학교를 지키겠다고 로진스키 신부는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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