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나 기쁠 때나 오직 신앙에만 의지하면서 30년 간을 교단에서 2세 교육에 전념해 온 한 국민학교 여고사가 분필을 손에 든 채 교단에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지난 21일 부산시 범천동 4의 1120 선암(仙岩)국민학교 2학년 1반 담임 김인선(金仁善=말셀라 54) 교사는 3째 시간인 자연수업을 시작한 지 채 5분도 못 돼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면서 몇 번 비틀거리다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놀란 어린이들이『우리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양호 교사를 불러오고 학교 양호실에서 응급 조치를 취해 보았으나 혼수 상태를 헤어나오지 못한 채 이날 밤 11시경 시내 좌천동 봉생신경외과병원에서 어린 제자들과 동료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일제 때 마산에서 목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고 교회를 알게 된 김 교사는 마산여고를 졸업하고 3종 교원자격시험에 합격 44년 3월 경남 창원군 동국국민학교에서 첫 교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30년 간을 줄곧 교단을 지켜 온 모범 교사이다.
김 교사의 교단생활은 참으로 외롭고 고단한 평생이었다. 오로지 가르친다는 보람과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깨우침에 기쁨을 느끼고 살아 왔다.
그러나 어려운 역경도 많았다. 결혼한 남편은 어린 두 남매와 집을 돌보지 않았다. 여자의 몸으로 남매를 키우면서 유혹도 많았지만 신앙에 힘입어 쪼들리는 교직생활에서도 두 남매를 대학까지 공부를 시켰고 교직만이 천직인 양 충실하게 살아왔다는 것이 동료 교사들의 한결같은 말이었다.
지금은 나이 많아 주일만 지켜왔지만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에는 교회활동에도 솔선수범하는 열심한 신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의 동료 교사들의 말에 의하면 2년 전 어느 수업 시간에도 과로 때문에 쓰러졌던 일이 있었는데 며칠 쉬도록 권유했으나『어린이들을 떠나서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면서 나온 일이 있다는 것이다.
23일 하오 1시 동래성당에서 김태호 신부 주례로 거행된 김 교사의 장례미사에는 담임선생을 잃은 2학년 1반 어린이들과 많은 동료 교사들이 모두 충격을 받고 자신의 슬픔인 양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다. 이날 장례미사에 참석한 강요지 성암국민학교 교장 선생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직원이기 전에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웠다고 말하면서『평소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이며 믿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너무나 성실하고 후배 여교사들을 친딸 같이 사랑했으며 학교 일에도 무척 적극적이었다』고 하면서 김 교사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시내 동래구 명장동 300의 2 산비탈 그의 집에는 지난 2월 군에서 제대한 맏아들 이성효(다미아노 32) 씨와 딸 영옥(끌라라=동아대 2년) 양이 슬픔을 되씹으면서『어머니를 한 번 편안히 모셔 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하면서 어머니의 정신을 받들어 열심히 살겠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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