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3년 12월 6일 이른 아침에 토마스 아퀴나스는「나포리」의 성니꼴라오 수도원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동안 갑자기 그는 초자연적 현시를 본 것 같아 당황해했다. 그때부터 그는 책 쓰기를 충단하였다. 그의 친구인 레지날도가 그의 유명한 저서인「신학대전(Summa Theologica)」을 계속해서 저술하기를 권하였지만 그는 대답하기를 『내가 쓴 모든 것은 내가 본 진리와 내게 계시된 진리와 비교하면 지푸라기처럼 보인다』고 했다. 결국 그는 저술을 중단하고 말았다. 이렇게 그는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이었고 또 깊이 묵상하는 생활이었다. 이러한 깊은 명상과 침묵이 그의 일상생활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지게 되었다. 모든 성인이 다 그러하지만 그의 聖性의 실생활도 감추어진 것이었다. 「벙어리 황소」라는 그의 별명이 보여주듯 학교에서도 그는 다른 사람 앞에 아는 척하기를 꺼려 했고 이것이 심하여 그는 열등생이라는 낙인이 찍힐 정도였다. 그래서 공부 잘 하는 동급생이 선심을 베풀어 그에게 모든 학과를 처음부터 개인 교수를 해 주게 되었다. 그러면 이 우둔한 학생은 자기에게 가르쳐 주는 그 학생 교수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배웠다. 그러나 이 학생 선생은 자기도 모르는 것이 나오게 되었을 때 이때까지 배우던 그 열등생이 아주 미안한 마음으로 그 학생 선생이 모르던 것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진리에 대한 사랑이 그의 겸손을 이기게 하였지만 그의 사상은 이러한 깊은 침묵과 묵상 속에서 이뤄진 것이었고 실제로 드러난 것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저서 중에 가장 유명한「신학대전」한 권만 봐도 그의 폭 넓은 지식을 이해할 수 있다. 신학의 초보자를 위해 저술된 이 책에는 3천 개의 절(節)이 있고 일만 개의 반대 이론에 대한 답변을 수록하고 있다. 그리고 반대 이론에 대해 일일이 그 이론의 입장에서 답변을 한다. 그는 논쟁에 있어 자기 입장에서가 아니라 반대자의 입장에서 즉「철학자들 자신의 이성과 주장에서」논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토마스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많은 반대자들에게 답변을 해야 했으며 심지어는 교황 앞에서도 자기 주장을 변호해야 되었지만 그 많은 반대 이론에 답변을 하면서도 항상 유순하고 점잖은 답변을 하였다. 한 번도 상대를 무시할 정도로 예리한 칼날 같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토론해야 할 과제에 대해 깊이 묵상하였고 때로는 긴 기도로서 자기를 인도해 주시기를 청했다.
특히 토마스가 성체성사의 신비에 대해 저술할 때는 자기가 쓴 원고지를 제대 위에 팽개치고 십자가 상의 예수께서 그 논문을 심판해 주시기를 바라는 듯 제대 밑에서 깊은 기도에 잠겼다고 한다. 교황 우르바노 4세의 청을 받들어 성체에 관한 아름다운 미사 경문과 성무일도 경문을 지은것은 우리가 모두 잘 아는 바며「딴품·에르고」「오살루따리스」「빤제팅과」등의 성체찬가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일생을 진리 옹호를 위한 논쟁으로 일관한 듯한 그의 생애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 토론을 위한 여행에서 그의 생을 마치게 된다.
1274년 그가 50세 되던 해 정월 토마스는「리옹」공의회에 참석하라는 그레고리오 10세 교황의 친서를 받고「리옹」으로 가던 도중「포싸노바」의「씨토」수도원에서 서거하셨다. 마지막 성체를 영하시고 큰 소리로 분명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다.『저는 내 영혼의 구원의 대가로 당신을 받아 모셨나이다. 나는 나의 순례의 양식으로 당신을 모셨나이다. 당신께 대한 사랑으로 나는 연구하였고 밤을 세웠고 일했고 강론했으며 가르쳤나이다. 나는 나의 무지(無知)로 말한 것 이외에 당신을 거슬러 한 번도 말하지 않았나이다. 나는 내 의견을 고집하기를 원치 않았나이다. 만일 내가 오류를 말했다면 교회에서 모두 고쳐 주기를 바랍니다』
그로부터 3일 후 그는 종부성사를 받았다. 그의 고백을 들은 고백 신부는 그의 고백이 마치 다섯 살 난 어린이 고백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20년간 토마스의 친구였던 레지날도 수사는 그가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고 한다. 토마스가 자기 방에서 저술하고 있을 때 벽에 걸려 있던 십자가의 예수께서 나타나서서『토마스야! 너는 나에 대해 매우 잘 썼다. 너는 무슨 보수를 바라느냐?』하고 물으셨을 때 토마스는『저는 당신 자신을 원하나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는 그리스도를 원함으로써 그분 안에서 우주를 얻었던 것이며 인간도 포함된 이 우주 안에서 하느님을 찾고 그분께로 나아가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이 그의 생애요 사상이라 하겠다.
◆거룩한 생활을 위한 토마스의 기도문
오, 하느님, 저의 성소 안에서 저를 강하게 하여 주소서, 내가 하기를 당신이 나에게 원하는 바를 제가 항상 알게 하시고 그것에 또한 나의 최선을 다해 하도록 하소서.
오, 주이신 나의 하느님, 나로 하여금 성공 중에도 실패 중에도 당신을 저버리지 말게 하시고 제가 부(富)할 때 자만하지 말게 하시며 역경 중에 실망하지 말게 하소서.
나로 하여금 우리를 일치시키는 것 안에서만 기뻐하게 하시고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 안에서만 슬퍼하게 하소서.
당신 외에 다른 것의 마음에 들려고 하지 말게 하시며 다른 무엇보다 오직 당신께 마음 상해도 될까 두려워하게 하소서. 항상 영원한 것을 추구하게 하시고 일시적인 것을 결코 추구하지 않게 하소서.
당신이 없는 즐거움은 피하게 하시고 당신 이외에 어떤 즐거움도 차지 말게 하소서.
오, 주여,
나로 하여금 당신을 위해서 하는 모든 일에 기뻐하게 하시고 당신과 떨어져 있는 휴식은 싫증나게 하소서.
나의 하느님, 나로 하여금 나의 마음을 당신께로 향하게 하시고 나의 모든 잘못에 대해 정개(定改)하는 마음으로 통회하게 하소서.
나의 하느님이신 주여,
나로 하여금 따지지 않고 순종하게 하시고 궁색함 없이 가난하게 하시고 정숙하게 하지 않고 순결하게 하시며 불평 없이 인내하게 하시고 가식없이 겸손하게 하시고 우둔하지 않게 즐거워하게 하시고 까다로운 것 없이 신중하게 하시고 경솔함 없이 열심하게 하시고 비굴하지 않게 존경하게 하시며 간사함 없이 진실되게 하시고 오만함 없이 강하게 하시고 우월감 없이 형제들의 잘못을 고쳐 주고자 하며 구실 없이 말과 행동으로 형제들을 도우게 하소서.
오, 주여,
내 마음이 쓸 데 없는 생각을 하여 당신에게서 마음을 들킬까 경계하게 하시고 무가치한 욕망이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을 의로운 마음과 어던 격렬한 열정에도 사로잡히지 않을 자유로운 마음을 주소서.
오, 주여,
나의 하느님이신 주여,
마지막으로 저에게 당신을 아는 지성을 주시고 당신을 찾는 데 부지런하게 하시고 당신을 즐겁게 하는 생활을 하게 하시고 당신을 기다리는 인내심을 주시며 당신께 굳게 붙어 있을 성실성을 주소서. 참회하는 이 세상 생활의 십자가들을 받아들이게 하시며 은총 안의 축복과 영광 중에 올 영원한 기쁨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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