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통 문화와의 관계 문학은 사회의 문화적 사상적 배경에 관련되어 있으며, 그 배경은 또한 종교에 의해 깊은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다. 한국은 상고시대에 선교풍의 토착신앙을 가지고 있었으며, 삼국시대에 사교를 고려 말 이조 초에 유교를 외국으로부터 받아들였다.
이렇게 전래된 각 종교는 한국 민족의 생활풍토에 융합하여 민족의 문화적 사상적 성격 형성에 이바지하였다. 원시종교는 그런대로 천심과 민심의 상통을 의미한 천명사상을 싹틔웠다. 불교는 중생제도와 영겁의 사상을 유교는 충의의 사상을 도왔다. 이조 5백 년의 국운을 쇠퇴케 한 것이 유교의 공리공론이라고 하지만 그 논의의 주제였던 이기설은 모처럼 이룩된 우주적 본체론의 형이상학인 점도 있었다. 이들의 형이상학에서 오늘날 우리가 주시하게 되는 점이 있으니 거기에서「보편」과「영원」이 긍정되고 있는 점이다. 즉 퇴계는 理와 氣를 포섭하는 것으로써 心을 주장하였는데 그 心이 만인에게 있어서 보편된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율곡은 다소 다른 이론이지만 理가 영원불변의 본체라고 하였다.
보편과 영원을 토대로 이상을 추구한 데에서 수선주의가 나타났으며, 끝내 철학치중의 풍토를 조성하여 비현실적 공리공론에 빠지고 말았다.
여기에 반발하여 일어난 것이 이조 중기의 실학이며, 이 실학파 학자들 속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생겨났다. 실학은 이용후생의 과학주의였지만 동시에 천주교는 보편과 영원을 믿는 정신이었다.
조선 천주교회 창설운동의 지도자였던 이벽은 유학에 통달한 학자로서 정 다산에게「중용」을 가르친 석학인데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그를 다시 유학자의 자리에 돌아오게 하려고 찾아간 이가환, 이기양 등 학자들이 오히려 설복을 당했다. 이때 이벽은 특히 이기양에게 말하기를『유교의 정치적, 가족적인 논리가 천주교의 신관 내지 우주설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당시에 유교는 성리학의 이기설에서「보편」과「영원」을 인정했으며 일반 윤리로 충효를 중시했는데, 설상 이러한 요소들은 천주교의 교리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이조 유교는 주자학 예론에 집착하여 다른 계열의 학문이나 사상을 철저히 이단시했다. 또한 천주교 쪽에서도 조선 재래의 풍속 중에서 조상 제사문제에 대하여 융통성이 부족한 방침을 취하였다. 여기에서 발단하여 천주교는 심한 박해를 당하고 수많은 순교자를 낸 것이다.
한국의 가톨릭 문학을 논하려 하면서 먼저 한국의 종교사를 되돌아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진리 내지 진실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편협성을 벗어나야 되겠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가톨릭이 솔선하여 선언한 견해가 있다.
가톨릭은 기독교 안에서의 재일치운동도 추진하고 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기독교 외의 중교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가톨릭교회는 세계의 다른 종교들 안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은 아무 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은 모든 것을 당신과 화해시키셨음을(꼬린 후 5·18~19)교회는 선포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과 더불어 지혜와 사랑으로 대화하고 협조하면서 그리스도교적 신앙과 생활을 증거하는 한편 그들 안에서 발견되는 정신적 내지 윤리적 선과 사회적 내지 문화적 가치를 긍정하고 지키며 발전시키기를 권한다』(「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1965) 여기에서 가톨릭 신자로서의 문학가는 독선적이거나 폐쇄적인 세계관에 빠지지 않게 된다.
독선과 폐쇄적 아집으로부터 떠나서 일찌기 토미즘 철학이 갈파한 대로「세계의 모든 아름답고 선한 것은 기독교 정신에 상통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때 가톨리시즘은 비로소 한국의 전통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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