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서울세계성체대회를 전후로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한동안 나돈데 이어 최근에는 언론매체들이 앞을 다투어 「런던소식통」을 인용、교황이 방한기간중 북한을 방문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티깐은 부인하고 있으나 교황의 방북은 한국가톨릭교회와 한국사회에 방문사실 이상의 큰 의미를 내포할 수 있으며、또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방북가능성과 영향 등을 진단해본다.
교황의 북한방문은 한국교회의 대북한선교에 신기원을 여는 등 단순한 선교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톨릭과 교황의 세계적인 영향력으로 인해 북한의 고립화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부수효과도 가져와 남북한 화해를 포함、동북아시아 안정 등 국제정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교황의 북한방문 성사의 길목에는 국제정세와 국내정세(한국교회의 동향포함)및 북한내부의 정세 등 크게 3가지의 변수가 놓여있다. 이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북한방문설은 그야말로 「설」로 끝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작년가을 교황은 세계성체대회 참석길에 중국을 거쳐 북한을 방문한 뒤 판문점을 통해 성체대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설이 한동안 끈질기게 나돌았으나 이 설은 뒤에 한국교회당국과 바티깐에 의해 부인되었으며、중국정부소식통도 이를 부인함으로써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중국경유 북한방문설이 현실성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대만천주교회-바티깐-중국애국교회라는 「삼각관계」의 국제정세 때문이다.
바티깐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애국교회」의 더 이상의 「탈로마화」를 방지하고 중국천주교회 전체에 용기를 불어넣어줄 계산으로 교황의 사목방문을 원했으나 중국측은 「대만카드」를 들고 나옴으로써 기대난망한 상태다. 즉、대만과 바티깐 간의 국교수립을 끊지않으면 교황의 중국방문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바티깐으로서는 들어줄리 만무한 무리한 요구임에 틀림없다.
이에 반해 이번에 나도는、남한에서의 북한 직접 방문설은 이러한 국제관계부분이 다소 배제되기 때문에 걸림돌은 그만큼 줄어든 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에 못지않게 한국 내 정세가 큰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교황의 북한방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를 바티깐ㆍ한국정부ㆍ한국천주교ㆍ북한당국 등의 4자로 상정한다면 현재로선 한국정부의 태도가 제일 주목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작년 평양에 성당을 건립했을 뿐아니라 한국교회의 2명 신부를 작년10월 북한성당으로 초청했으며 계속해서 북미주 교포신자ㆍ성직자들에 대한 북한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등 적어도 종교와 관련한 대외정책면에서는 다소개방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북한이 바티깐과한국천주교를 「대외 이미지선향용」으로 이용하려한 흔적은 있다. 작년 부활절 북한은 천주교신자를 포함한 5명의 인사를 바티깐으로 보내 교황을 알현하게 했다. 이들 중 한명은 현재로마의 「울바노」대학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있다.
또 북한은 앞으로의 대(對)천주교 교섭창구를 마련 키위해 이미 작년6월 「조선천주교인협회」를 창설、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만약 교황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북한은 이를 대외적으로 크게 선전、평화의 제수추어에 이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북한당국은 북한신자들이 대거 해외로 나들이 하는 것이 아닌 한、외국인성직자나 신자들이 얼마든지 북한을 방문하더라도 이들을 각종 통제언론과 규격화된 방문일정에 짜맞추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방문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한국천주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교황의 방북을 꺼려할만한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40년간 침묵으로 일관해오다 최근에야 비로소움을 트기시작한 북한교회에 한시바삐 성직자를 파견 복음전파와 통일에의 기여를 고대하고 있는 만큼、 「교회의 으뜸」이 방북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는 북한선교의 새장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기 때문이다.
바티깐으로 시선을 돌리더라도 매년 40~50일을 해외순방으로 일관해온 교황의 사목성향을 보거나、공산권이건 회교권이건 폭넓게 방문하는 그의 방문스타일을 보거나 북한방문이 여건만 허락한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교황은 지난 84년 방한 시 「침묵의 교회」에 대해 지극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더라도 그의 방북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입장은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작년 「7ㆍ7선언」이후 재야ㆍ학생단체들의 독자적 민간차원의 남북교류 추진시도가 있어왔으나 「대북창구의 단일화」라는 기본방침을 세운정부측은 이에 다소 경색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비록 「전대협」의 7월 평양세계청소년축전 참가를 공식인정한 것을 비롯、정주영회장의 북한방문허용등 일련의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아시안게임 단일팀구성문제와 남북국회회담 남북수뇌회담 등 남북관계의 주요현안들이 아직 제대로 진전되지 않은 상태로 가로놓여 있어 남북교류의 전망이 불투명 하다는게 중론이다. 그 외에 북한 측에서는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요구를 대남카드로 내놓고 있어 사정은 악화될 소지마저 안고있다.
또 최근 중간평가철회와 5공비리척결、노사문제등 국내의 굵직한 정치ㆍ사회적 이슈마저 큰 짐으로 안고있는 정부당국으로서는 남북한 교류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여유가 부족한게 아니냐는 추론마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변수로 인해 정부는 교황의 직접방북에 발빠르고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시각도 등장한다.
교황의 방북이 한국을 거치지 않는 것이라면 이는 외교권을 가진 정식독립국인 바티깐과 북한간의 외교문제이므로 한국정부로는 제3자적 지위에 놓이게 되나 한국에서 직접 북한을 방문한다면 한국 교회의 지도자도 수행할 가능성이 크며、따라서 한국교회도 깊은 관련을 맺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에서는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칫 재야단체나 타종교단체의 북한교류를 자극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성체대회가 갖는 영향력과 바티깐 및 한국교회의 국제적 지위를 고려한다면、교황의 방북에 대한 협조요청이 있을지 정부는 이를 쉽게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정부가 교황방북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주된 논거는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은 전세계 1백수십개국의 9억 가톨릭 신자를 대표하는 비타깐으로부터 관심과 주목을 받음으로써 무력도발 등 군사적 모험의 감행에 다소 자제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관점이다. 이는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의 통일정책과 맞닿는 부분이다.
그러나 바티깐과 한국교회당국은 교황의 방북설을 부인하고 있으며、설사 방북한다손 치더라도 사전에 이해당사자들 간에 충분한 합의를 거친 뒤 대회를 얼마 앞둔 시점에서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세계 성체대회에 교황이 참석한다는 사실조차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을 정도로 교회는 확실성과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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