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교세는 1988년말 현재 2백50만명에 육박하거나 경우 따라서는 그 선을 넘을 것으로 예보된 바 있다 (본보 88년1월22일자 1면).
교세 2백50만을 총인구대비율도 보면 5%선을 약간 상회하는 미미한 숫자이지만 과거의 교세신장율이나 그 속도로 봐서는 과소평가할 수 만은 없다.
그렇다고 한국교회가 선교면에서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선교는 지상교회가 존속하는한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최상최대의 과제임은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지금당장 긴급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될 일은 2백50만신자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그것은보다 효율적인 선교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요할 뿐 아니라 교회가 이 지상에서 수행해야할 인류복음화사명을 차질없이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2백50만의 실상(實相)을 적나라하게 피헤쳐 봄으로써 현재의 교회모습을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내일의 교회가 나아가야할 이정표를 설정해야 할것이다.
따라서 본란에서는 교세2백50만의 실태를 양적ㆍ질적인 면에서 검토하고 여기서 드러나는 각종 문제점들을 제시、앞으로 분야별로 심층분석해 나갈 계획이다.
양(量)적 평가
먼저 양적인 평가에 앞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1988년말 현재 전국교세통계가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아 부득이 87년말 교세로부터 78년말까지 10년간의 교세통계를 소급해 비교분석해 볼 수 밖에 없음을 밝혀준다. 그러나 88년말 현재교세도 위 10년간의 수치를 그다지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도표에서 보듯이 80년까지 매년 3~5%의 신자증가율을 보인 교세는 81년과 82년에 8%선을 넘는 큰폭의 증가를 보이다가 83년 이후부터는 7%대로 떨어져 매년 소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신자증가율이 머지않아 7%선 아래로 떨어지지나 않을까하는 걱정과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하고 있다. 또한 신자증가율의 감소는 1984년 교황성하의 우리나라 방문 해에 대인(大人)영세자가 6ㆍ45%이던 것이 매년 떨어지고 있음과 예비자가 86년도에 비해 87년도에 1만2천여 명 이상 감소된 사실에서도 마음을 졸이게 한다. 곧 대인영세자의 감소와 예비자의 격감은 교회의 선교전선에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교세통계에 있어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 중의 하나는 냉담자와 행방불명자문제이다.
같은 도표에서 보듯이 냉담자는 78년부터 87년 사이 10년 동안 매년 소폭의 감소를 보이고 있고 행불자는 작년도에 비해 85ㆍ86년에는 다소 줄어들다가 87년에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7년 교세를 볼 때 냉담자는 전체신자의 10ㆍ04% 이고행불자는 13ㆍ25%가 이다. 양자를 합쳐 23ㆍ29%가 일단 수계생활을 하지않는 「이름만의 신자」로 볼 수 있다. 물론 행불자 중에는 교적처리가 잘못돼 실지로는 수계생활을 하고 있는 제자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수치는 알 수 없다.
여하튼 87년 말 현재 총신자2백31만2천3백28명중 23ㆍ29%인 53만8천4백95명이 세례받은 신자 이면서도 교적상 「교회밖의 신자」로 분류되고 있음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신자의 질적인 평가와도 상관있는 문제이겠지만 사규고백과 사규영성체자가 도표에서처럼 매년 증가하고 있음은 일단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규고백과 사규영성체는 신자로서 적어도 1년에 한번은 고백성사와 영성체를 하도록 한 최소한의 규정으로써 이 수치만으로 질적인 평가를 한다는 것은 무리일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교세 2백50만을 양적인 면에서 분석해볼 때 허수(虛數) 즉、빈껍데기가 1백명당 23명이나 되는、결코 방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질(質)적 평가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질적으로 어느 정도 영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첫째 기도생활과 성사생활、둘째 성서와 교회서적의 독서율、세째 피정 및 교육과정에의 참여 등을 검토해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여기서는 1987년4월 본보창간60주년 기념으로 노길명 교수와 오경환 신부가 공동조사 집필한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보고서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20대에서 60세 이상의 전국남녀신자 1천93명(남자 3백63명、여자 7백22명、무응답 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분석한 내용을 세부분으로 나누어 검토해 보겠다.
기도ㆍ성사생활
먼저 미사참례는 「거의 매일」(9ㆍ1%) 「한주일에 몇번」(28ㆍ8%) 「한주일에 한번」(47ㆍ8%)등으로 전체의 85ㆍ7%가 한주일에 한번이상은 미사참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본당 사목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주일마다 참례자 평균치는 본당교적 상 신자수의 30~40%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과 비교해보면 대조적이다.
개인적인 기도는 「하루에 두번이상」(28ㆍ2%) 「하루에 한번」(32ㆍ7%)등으로 전체의 60ㆍ9%가 매일 기도생활을 하고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이삼일에 한번」(11ㆍ4%)과 「한주일에 한번」(10ㆍ7%) 기도하는 신자들까지 합치면 전체 83%가 기도생활을 하고있다.
고백성사는 「두세달에 한번」(38ㆍ6%)과 「판공성사 정도」(31ㆍ9%)가 70ㆍ5%로써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한달에 한번」(15ㆍ1%)이나 「한달에 두세번」(5ㆍ8%) 받는 사람은 20ㆍ9%나 된다.
영성체는 「한주일에 한번」(45ㆍ2%)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한주일에 두세번」(23ㆍ0%) 「거의 매일」(8ㆍ7%)순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나라 신자들은 미사참례ㆍ개인기도ㆍ고백성사ㆍ영성체등 개인신심 생활면에서는 괄목할만큼 열성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서ㆍ교회서적 독서율
성서는 「거의 매일」(9ㆍ0%)이나 「한주일에 한번이상」(28ㆍ6%)등 비교적 성서읽기가 생활화된 사람은 37ㆍ6%이고 「한달에 몇번 정도)」(14ㆍ3%)나 「한달에 한번정도」(11ㆍ3%)등 생각날때 읽는 사람이 25ㆍ6%이고 「한달에 한번이하」즉 거의 읽지않는 사람도 34ㆍ9%나된다.
교회의 정기간행물은 「전혀구독하지 않음」이 46ㆍ7%로써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한가지」(39ㆍ8%)나「2~3종」을 구독하는 사람은 11ㆍ3%로써 51ㆍ1%가 구독하고 있다.
기타 교회서적은 「1년에 몇 차례」가 20ㆍ3%、「거의 읽지 않음」이 31ㆍ9%로써 52ㆍ2%가 교회서적에 별관심도없고 책도 구독하지 않는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성사나 교회정기간행물 그 외 교회서적 등을 읽는 빈도는 앞선 개인신심실천과 비교해볼때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쉽게 알수있다.
피정ㆍ교육과정 참여
먼저 지난1년간 피정참석회수는 「한번」이26%、2~3회(24ㆍ7%) 4~5회(3ㆍ1%) 6회이상(3ㆍ8%) 등 57ㆍ6%가 피정에 참여하고 39ㆍ3%는 「전혀 없는」상태이다.
이 피정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었나하는데 대해서는 전체의 89ㆍ3%가 「대단히」(3ㆍ2%)또는 「어느정도」(55ㆍ1%)도움이 됐다고 말하고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신앙강좌참여회수는 47%가 전혀참여 한적이 없다고 답했고 한번혹은 여러번 참석한 48ㆍ2%는 이 강좌가 신앙생활이 「대단히」(26ㆍ2%) 혹은 「어느 정도」(58ㆍ4%)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즉 피정은 39ㆍ3%、신앙강좌는 47%가 전혀 참여해본일이 없다는 사실은、참여자 절대다수가 신앙생활에 크게 혹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는 답을 놓고 볼 때 예사로 지나칠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교세 2백50만(정확히는 2백31만여명)의 양적 및 질적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여기서 드러난 것은 양적으로는 교세증가에 못지않게 냉담및 행불자가 늘어나고있고 질적으로는 여러 면서에 많은 제문점을 노정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양적인 허수(虛數)와 질적인 저하(低下)의 원인을 규명하고 양자의 해결책을 찾는것이 오늘의 한국교회에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가 아닐수 없제다.
먼저 양적으로 많은 허수(虛數)를 낳고 있는 요인은 예비자교리교육과 입교영세과정 및 사후관리 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을 우선 지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신자로서 생활해가는 과정에서 교회의 관습이나 제도 혹은 사목자의 사목방법 등이 신자로서의 연륜이 짧고 신심이 깊지 못한 신자들을 허수로 전락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물론 자기탓으로 허수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는 신자들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신자로 입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문제들과 함께 신자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성사생활 전반과 교회의 제도나 관습、교회행정이나 사목방법상의 요인들을 찾아내 적합한해결책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질적인 저하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교회공동체 전체가 쇄신의 노력과 활성화의 방법연구 및 급변하는 현사회에 부응하는 새로운 사목정책의 수립과 실천이 조속히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오늘날 신흥종교들의 포교의 대상이 천주교신자들이고 「여호와의 증인」신도 70%이상이 천주교신자 출신이라는 보고는 충격을 넘어 교회의 위기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매년 신영세자의 수를 늘리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다. 급하게 신자 만들어 남좋은 일시키는 바보짓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얼마나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첫출발부터 잘 지도하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당국의 탓이나 자기의 탓으로 현재 허수 쪽에 들어있는 냉담ㆍ행불자들을 애써 찾고 교회의 품안으로 다시 맞아들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지는 이러한 「교세 2백50만의 虛와實」의 양적 및 질적 분석을 토대로 허수와 저질의 신자를 더 이상 배출하지 말아야한다는 당위성하에 다음호부터 예비자 교리교육의 실태와 문제점 및 그 개선책을 다루어나갈 계획이다.
<朴泰鳳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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