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의 권○○할머니가 상담실에 들어섰다. 호강하고 산 여자라면 나이 60이라도 젊음이 남아있으련만 70이나 다되어 보일정도로 늙어 보였다.
일찍 시집가서 딸 둘 아들 하나를 혼자 힘으로 길러 시집ㆍ장가를 다 보냈다고 했다.
남편은 20년 전 딸 나이의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서 아예 집을 버리고 따로나가 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 집을 떠난 남편은 전혀 가족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권할머니는 안 해본 일없이 고생을 했다.
과일장사、야채장사에 허리가 휠 지경이었지만 위로 두 딸과 막내아들까지 고등학교를 힘겹게 졸업시켰다.
딸들은 그런대로 시집들을 갔고 막내인 아들도 3년 전에 결혼을 시켰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는 아들은 직장이 시원치 않아 제대로 벌지를 못하여 더 불안하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도 미안한데 젊어서 너무 고생을 한 탓인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여기저기 아픈데가 많아 병원비도 적잖이 들어가고 있으니 더욱 서럽기만 하다는 것이다.
남편은 20년이나 아래인 젊은 여자와 식당을 경영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고 그 여자가 낳은 남매를 대학에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등록금을 제때 못낼 때 아버지에게 보내보면 세번 네번 찾아가야 겨우 한번 등록금을 주어 보내면서 그때마다 울려서 보낸 일을 생각하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권할머니는 이제 아이들이 다 짝을 지어 제 앞길들은 닦고 있으니 이제라도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아쓰고 싶다는 것이다.
이혼을 하고 위자료를 받으면 한몫에 힘이 펴겠지만 절대로 이혼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최씨가문에 뼈를 묻어야한다는 일념으로 일부종사를 근본으로 알고 살아온 터이므로 아무리 위자료를 많이 받는다하더라도 호적만큼은 절대로 더럽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우리주위에서 권할머니와 같은 불행한 어머니들은 쉽게 볼 수가 있다.
호적ㆍ가문ㆍ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눈물의 삶을 살고 있는 한국의 어머니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남자들에게 있어 외도와 축첩이 별로 죄의식 없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할머니에게 우선『참으로 장하십니다』고 말씀을 드렸다. 과연 요즘 젊은 여성들이 이렇게 오랜 세월을 희생의 삶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생각하니 더욱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적으로야 이혼을 하고 위자료를 받는 방법도 알고 계셨지만 그런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전통적인 한국여성의 어머니로서의 도리와 책임을 더 지켜왔던 할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자식들을 길러냈지만 대학에 못 보낸 아들에게 노후 생계를 떠맡긴 것이 부담이 되어 평생동안 버림받은 남편에게 경제적인 도움이라도 받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남편에게 매월필요한 생계비를 요청해보시라고 하였다. 아마 늙어가면서 죄책감에 능력껏 생활비를 보태주시리라 믿어졌다.
그러나 만일 거절한다면 법적인 절차를 밟도록 알려드렸다. 부부는 서로동거하고 부양하며 협조할 의무가 있으므로 부양료청구조정신청을 하면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신앙에 의지하여 용서하고 감사하며 사는 삶을 사시면서 편안하고 안정된 노후를 맞이하시기를 진심으로 빌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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