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주제로 10월4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이제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성체대회 준비위원회는 각 부서별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신자들 중에는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듯하다. 이에 세계성체대회 유래와 복적 등 세계성체대회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서 제44차 서울대회의 준비현황 전반을 알기 쉽게 종합정리, 신자들의 이해를 돕고자한다.
◆유래와 목적
전세계 가톨릭교회의 최대행사인 세계성체대회는 당초 세속화되는 사회를 향해 교회가 자기자신을 보호하는 호교론적인 차원에서 출발했다. 그러다가 차츰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모든 세상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하나를 이룰 수 있도록, 일치를 방해하는 장애물을 함께 제거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성격이 변화돼 갔다.
세계성체대회는 1874년 프랑스「아비뇽」에서 성체수도회 창설자의 영향을 받은 따미지에 여사가 성체와 관련된 기적이 일어난 성지를 순례하자는 운동에서 비롯됐다.
당시 프랑스 교회는 사회로부터 몰리고 압박받는 상황이었다.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있는 세상을 돕기 위해 성체께 대한 공식적인 조배를 끊임없이 해야된다는 생각에서 많은 순례를 주선한 따미지에 여사의 영향을 받아 1881년 프랑스 서북부「릴」에서 제1차 세계성체대회가 열렸다. 이때의 성체대회는 세상을 향한 강력한 신앙표명의 기회로서 신앙을 지켜야한다는 신앙인으로서의 자신을 재확인하는 의미를 지녔다. 그래서 대회의 절정을 이룬 것은 성체거동이었으나 그 후 그리스도 공동체 안의 미사에 대한 사랑이 강조되면서 모두가 함께하는 성찬례에 중점을 두게됐다.
◆대회 개최지
세계성체대회는 가능한한 4년마다 한번 교황이 선정하는 도시에서 개최된다. 제1차대회가 1881년 프랑스「릴」에서 열린 뒤, 1914년까지는 유럽각처에서 매년 열렸으며 1910년 제21차대회가 처음으로 유럽지역을 벗어나 카나다「몬트리올」에서 개최됐다. 1938년 제34차대회가 헝가리「부다페스트」에서 열린뒤 1ㆍ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되다가, 14년 후인 1952년 제35차대회가 재개됐고 이때부터 간격이 4ㆍ5년마다 한번씩 열렸으며 대륙별로 순회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1937년 필리핀「마닐라」, 1964년 인도「봄베이」에서 개최돼 서울은 세번째 개최지가 된다.(1893년 예루살렘대회를 제외할 경우) 대회기간은 보통4~9일 동안인데 1960년 제37차「뮌헨」대회는 1개월 이상 열리기도 했다.
제44차 세계성체대회는 제1차대회이후 1백7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데 개최국으로 보면 서울이 전세계에서 24번째가 되고 비영어권에다 극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이다.
서울이 개최지로 결정된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각 대륙별로 순회하는 이 대회가 64년「봄베이」대회후 다시 아시아로 오게된 것 ▲한국교회가 선교열이 높은데다 열심한 평신도들의 활동이 돋보여 이를 격려하기 위한 것 ▲한국의 위치가 남북으로 갈라져 상호불신과 갈등을 빚으며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주제와 부제
「성체전파와 사제직」「성체로 군림하시는 주 예수의 형양」「신앙과 성체의 가르침」등을 주제로한 초창기대회는 단순히 성체께 대한 흠숭과 충성을 드러내는데 중점을 두었다.
1960년 제37차「뮌헨」세계성체대회는 공동체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더욱 개방적인 성격을 띠게되었고 단순히 세례를 받은 사람들의 일치 뿐 아니라 모든 인류를 포용하는 성체대회로 그 폭을 넓히게 되었다. 따라서 대회주제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요청과 희망을 연결시켜 설정되었다. 뮌헨대회의 주제는「세상의 생명을 위하여」. 또 뮌헨대회는 세계성체대회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성찬례가 실제로 정점을 이루는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었고 이때부터 대회의 중심은 성체거동이 아니고 모두가 함께하는 성찬례가 되었다.
이후 64년「봄베이」에서 열린 제38차대회는「성체와 새 인간」을 주제로「가난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에 대한 봉사」에 역점을 두어 이 대회에서는 굶주리는 이들을 위한 식량과 약품ㆍ의류 등을 마련하는데 20만 마르크 이상이 사용되었다.
68년「보고타」에서 열린 제39차 대회는「사랑의 유대」를 주제로 더욱 폭넓은 사회정의의 실현을 촉구했고 76년「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제41차 대회는「성체와 인류가족의 희망」을 주제로 모든 형태의 굶주림에 대한 문제를 폭넓게 다루었으며 굶주린 이와의 유대를 상징하는「한줌의 쌀 운동」을 폈다.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의 주제는 우리나라 현실이 절실히 요청하고 있고 또 전세계가 갈망하고 있는「평화」에 초점을 맞추어「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로 정했다. 이 주제는 세계의 불화와 불일치를 분단의 비극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곳, 바로 우리나라에서 헌신적 사랑으로 온 인류를 한 몸이 되게 하는 성찬의 뜻을 함께 새기고 드러내려는 것이다.
이 주제를 세가지 차원에서 드러내면서 성찬의 전례가 지닌 핵심을 일깨워 부제로는「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너희는 이를 행하라」「우리와 함께 머무소서」로 정했다.
[서울 대회]
◆준비현황
84년5월 2백주년 행사때 내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그 이듬해 실시된 한국 주교단의 교황청 공식방문 중 89년 세계성체대회의 서울 개최를 제의한 바 있으며, 이 제의를 주교단이 받아들여 성청에 다시 청원함으로써 이뤄졌다.
86년3월14일 서울과 로마에서 동시에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개최지를 한국의 수도「서울」로 발표했고, 뒤이어 개최일자가 89년10일5일「목요일」부터 8일「주일」까지로 결정됐다. 대회장은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이고 준비위원장은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이다.
대회일자가 결정되고 주제가 확정되면서 대회의 실무를 맡은 서울 대교구는 그해말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준비위원회 기구를 보면 최상급 기관인 상임위원회가 있고 그 아래에 기획ㆍ신심ㆍ행사ㆍ홍보ㆍ재정ㆍ문화ㆍ섭외 등 7개 분과위원회를 두고있다. 그리고 전국협의회와 한마음 한몸운동본부ㆍ평화의 날 특별위원회ㆍ전례자문 등이 있으며 준비위원은 모두 3백24명이다.
매월 모임을 갖고 있는 대회준비위 상임위원회는 86년12월1일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3월19일까지 제25차 회의를 열어 성체대회표징ㆍ기도문ㆍ노래결정에서부터 세계평화의 날 본대회 일정, 한마음 한몸운동전개, 성체성년 등 각 안건들을 결정, 일을 추진해나가고 있으며 또 3월29일 성청 답사반 내한에 따른 준비를 하고 있다.
본대회 1년전에 예비대회를 갖기로 돼있는 성청세계성체대회 정관에 의거 작년10월16일 대전에서 한국성체대회가 개최됐으며 이날부터 본대회때까지 1년간을 성체성년기간으로 선포하고 교회력에 따라 대략 40일 간격으로 성 프란치스꼬의「평화의 기도」의 구절을 인용, 실행표어를 정해 이에 따라 살아가도록 했다.
한국성체대회 이후 지속적인 생활실천운동인「한마음 한몸」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지난1월21일 개최된 서울대교구「한마음 한몸」운동 추진결의대회는 성체대회의 붐을 조성하는 자극제가 됐다.
성체대회 기념배지ㆍ기념십자가ㆍ묵주반지ㆍ스티커 등이 보급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전 교회적으로 배지달기, 달아주기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붐이 조성되고 있다.
또 홍보를 위한 회보ㆍ교육용 길잡이ㆍ한국 성체대회 비디오테이프 등이 발간되고 최근에는 홍보 창구를 일원화하기 위해 홍보실을 운영하면서 매주 보도자료도 내놓고 있다.
준비위측은 이번 대회에 외국의 유명성직자 수도자 및 일반 저명인을 초청하기위해 추진중에 있다.
이번 서울 세계성체대회에 참가하는 외국인 참가자들을 위해 민박 및 자원봉사자도 모집하고 있는데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망되고 있다.
◆대회일정
1백50주ㆍ2백주년 기념행사를 잘치러낸 한국교회는 이번 세계성체대회를 행사중심이 아니라 신자들의 영적 성숙ㆍ쇄신의 계기로 삼는다는데 초점을 두고 대회자체준비와 더불어 신자들의 신심교육, 지속적인 생활실천운동인「한마음 한몸」운동전개 등 크게 3가지 차원 속에서 추진하고 있다.
세계성체대회 기간 중에는 날마다 그날에 지향표어를 두고 대회의 이념과 그날 행사의 성격 및 흐름을 드러내도록 했다.
세계성체대회 본행사는 10월5일부터 시작되는데 하루전날인 10월4일은「아씨시」의 성프란치스꼬 축일이다. 이 평화의 상징적 인물을 기리기 위해 정한「평화의 날」은 본격적인 대회행사에 앞서「평화」를 주제로 한 이번 성체대회의 의미와 목적을 신자들뿐 아니라 타종교인과 비신자들도 이해하고 호응케해「우리와 상관있는 행사」라고 생각,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평화의 날」제정은 지난해3월 성청세계대회준비위 각국 대표자 모임에서 결정됐다.
본대회 전야제 성격인 평화의날 행사는 1부 평화기원대회, 2부 평화기원예술제로 진행되는데 준비위 평화의날 특별위원회는 이 행사의 성공 및 「평화」의 의미와 중요성ㆍ실천방안을 일반사회에 주지시키기 위한TV 프로그램제작을 위해 1월26~28일「평화의 조건과 과제」토론회를 열었다.
10월5일은 만남ㆍ기억ㆍ감상의 날로 주님의 만찬을 회상케함으로써 대회의 개막을 드러낸다. 이날 표어는「주님의 말씀따라」로 신심「오늘 성찬을 살다」심포지움「제사」아가페만찬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참회ㆍ회심ㆍ기도의 날인 10월6일의 표어는「자기를 버리고」로 그리스도를 본받아 자기를 버릴 때 평화가 가능하므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회상하면서 평화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자기성찰ㆍ회심을 통해 해답을 찾도록 하고 있다.
이날「삶의 현장」심포지움을 위해 현재 사회복지ㆍ노동ㆍ빈민ㆍ농민 등 4개 분야별로 현장체험이 실시되고 강연회에는 세계 저명고위성직자가 초청된다.
일치의 날로 젊은이행사와 평화통일 미사가 베풀어지는 10월7일은「모두가 벗이되어」를 표어로 단순히 싸움이 없을 뿐인 소극적인 평화가 아니라, 자연을 포함해 하느님이 창조한 모든 것의 조화를 모색하는 삶을 통해 해답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 날인 10월8일은「온누리에 참평화를」을 표어로 참평화는「그리스도의 평화」임을 선언했다
본행사 대부분이 올림픽이 개최된 잠실지역에서 개최되며 마지막날 대미사는 여의도광장에서 봉헌된다.
교육
본행사 준비와 함께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이 신자들의 교육이다. 교육은「성체신심의 내적심화 및 생활화」에 목표를 두고 성찬의 신비가 교회안의 것이 아니라 온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져 오늘의 사회와 현실속에 실현되도록 신자들의 의식을 바꾸는데 주력하고 있다. 즉, 한국교회의 외적성장에 못지않게 내적인 질도 변화시켜 정말 교회다운 교회로 탈바꿈해 나가자는 것이다.
교육을 맡은 신심분과는 그동안 교리교재ㆍ성시간 자료ㆍ가정기도문ㆍ판공찰고지등을 발간하고 성체신심ㆍ생활운동ㆍ봉사자 교육을 실시, 본당 소그룹을 통해 이를 확산시키면서 각 교구 및 지구별 교육때 강사진을 지원하고 있다.
◆생활운동-한마음 한몸 운동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깨달은 바를 그저「말로나 혀끝으로」가 아니라「행동과진실로 실천할 때 우리는 평화이신 그리스도의 성찬을 생활화한다고 할수 있다. 세계성체대회를 맞는 한국교회의 핵심운동인 「한마음 한몸」운동은 세계성체대회를 제대로 준비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지속적인 생활운동이다.
한마음 한몸운동은 모든 하느님 백성이 세계의 평화와 이 민족의 하나됨을 위해 자기희생을 통한 영신적ㆍ물질적 능력과 재화를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이웃과 나누어 이념과 빈부의 갈등을 해소하고 모든 이가 하느님 안에 하나되어 그리스도의 참된 평화가 민족과 세계속에 이룩되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한마음 한몸」운동은 기도와 희생ㆍ나눔의 봉헌을 하나로 묶어 △헌혈 및 장기기증운동 △입양 및 결연운동 △헌미운동 등 3가지 실천방안으로 전개되고 있다. 2월말현재 헌혈자 1만5천여명, 헌안 및 장기기증자 7백여명, 입양신청자 1백여명, 결연자 2백20여명, 헌미는 2억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음 한몸」운동이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전개되기 위해 지난해 10월27일 운동본부가 설치돼 각 본당단체의 조직화를 서둘러 현재 어느 정도 조직이 완료단계에 있으며, 이 조직을 활성화시키기위한 심화교육이 준비되고 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