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한 바와 같이 악을 제외한 모든 행위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바쳐질 수 있다면 나의 생활 전부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바쳐질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한 회답은 전적으로 긍정적이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먹든지 마시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일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할 수 있는즉 우리 생활 전부를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다 하느님 눈 앞에는 뜻있는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흔히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면서도 한국을 위시하여 동양에서는 어떤 경향의 직업은 고상한 것이고 어떤 종류의 직업은 비천한 것으로 생각하는 전통적 사고방식이 있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하여 보면 모든 직업은 그 일을 통하여 남에게 봉사할 수 있으므로 사랑의 실천이며 따라서 동시에 하느님의 영광에 봉헌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느님 눈 앞에는 직업의 귀천이란 있을 수 없고 오직 어떤 직업이 남에게 더 많이 봉사할 수 있는지의 문제만 남게 된다. 가령 세상에서 흔히 비천한 직업으로 여기고 있어 되도록이면 안 하기를 원하는 청소원의 예를 들어 보자. 이 일은 육체적으로 고되고 일하는 대상자체가 깨끗하지 못하여서 천하다고 하지만 그들이 사회를 위하여 공헌하는 바는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유익한 것이다. 만일 청소원들이 일제히 직업을 단행했다고 가상하자. 누구가 이 많고 귀찮은 오물들을 치워 줄 것인가? 치워지지 않는 오물은 쌓이고 쌓여서 드디어는 시민생활을 직접 위협하고 급기야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에까지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추리하고 보면 천하다고 기피하는 청소원들의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유익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악을 제외한 모든 일들이 하느님 앞에서는 우리의 생활 전부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 결코 헛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또한 그대로 실천토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무심히 하든 우리의 모든 일들이 하느님 앞에서 뜻있는 것이 되니 우리 생활 습성 전부를 하느님 영광을 위해 바쳐질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선을 의의적으로 행하려면 어떠한 부담감 때문에 제지성을 느끼게 되는 수가 있다. 따라서 선공을 하려고 하면 또는 어떤 행위의 의의가 어떻다고 의의적으로 판별하고 행위하기보다는 우리의 생활 습성 즉 생활 전례를 하느님께 봉헌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면 우리의 생활 자체가 복음화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무엇을 먹든지 무엇을 마시든지 그 밖의 어떤 일을 하든지 모두가 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행위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활 습성 전부를 복음화한 성인 성녀들의 례를 들어 본다면 좀 더 쉽게 납득이 가리라 믿는다. 신비신학의 대가로 너무나 잘 알려진 성녀 대데레사는 어떤 날 시냇물을 건너다 넘어져 물에 젖었었다 한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 같으면 재수 없이 넘어져 옷을 버렸다고 투덜대겠지만 성녀는 투덜대기는 커녕 하느님께 이렇게 원망(?)했다 한다.
즉『하느님 당신을 위해 이렇게 수고하고 있는 나 데레사를 이렇게 소낙비로 물이 불어난 시냇물 한가운데서 넘어지게 하시다니 너무하지 않으십니까』그녀는 이렇듯이 생활 습성 전부가 복음과 진결되어 있었다.
또 다른 한 예로서「아씨지」의 성 4프란치스꼬 수사신부님으로 그는 자연을 상대로 하느님의 사랑과 그의 영광을 설교하셨다 하며 성인께서 설교하시던 공중의 새들도 수중의 물고기들도 귀를 기울여 들었다 한다. 즉 성인께서는 산다는 그 자체가 전부 복음화되었던 것이다.
의의적으로 어떤 선공을 한다든지 복음화라는 데 간판 밑에 어떤 이을 한다는 것은 좀 어색한 면이 있을지도 모르나 복음을 우리는 생활 습성화할 수만 있다면 우리도「아씨지」의 성 프란치스꼬처럼 공중의 새들이나 물 속의 물고기들이나 그 밖의 자연마저도 상대로 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그의 영광을 찬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의 생활 습성 자체를 복음화함으로써 참다운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고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 위에 이루어질 수 있게 될 것이며 또한 이 일은 우리 크리스찬들의 사명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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