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 교구의 성소주일 행사 안내 공문에는「성소 감퇴의 어두운 구름이 교회를 뒤덮고」있는 듯한 구절이 보이고 있다. 사제 성소가 줄어드는 세계적인 현상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표현이라고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교회는 성소계발문제를 절실하게 여기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마치 이 같은 교회의 걱정을 씻어 주려는 듯이 나란히 사제의 길을 닦고 있는 형제가 있다. 형제는 금년에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진학한 쌍둥이 김윤태(19·요한) 군과 용태(요셉) 군.
서울 이문동본당 소속으로 동대문구 중화동 9번지에 주소를 둔 김종철(52·그레고리오) 씨와 손정자(51·요안나) 여사 부부의 5남매 중 2남과 3남이다. 아버지 김 씨는 교통부 해운국 소속으로 인천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어머니 손 여사는 신학생인 아들 형제의 뒷바라지에 하도 정성이 지극하여 지난 봄 성신고교 졸업식 때 교장신부로부터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윤태 군과 용태 군은 국민학교 시절 아현동본당에서 복사를 했고 이문동 신부의 추천을 받아 당시 성신중학교에 입학했다. 이들은 지금은 폐교 된 성신중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이었고 금년에 성신고교를 졸업했는데 재학 중의 성적은 중간 정도였단다.
앞으로 남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신부가 되는 게 포부라는 형제는 존경하는 성인이 누구냐고 묻자 요한 돈 보스꼬 성인을 가장 본받고 싶다고 선뜻 대답한다. 요한 보스꼬 성인은 약 1백 년 전「무신론적 철학과 사회주의가 번성하여 천주를 공경치 않고 그리스도교적 교육이 위태로울 때…교회를 옹호한 소박하고도 경건한 사제」. 성인은 고아들과 불쌍한 사람들을 도운 이른바「고아들의 아버지」였다. 형제가 요한 보스꼬 성인을 본받겠다는 뜻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얼핏 보아 무척 쾌활하고 활동적인 듯한 이들은 둘 다 신학부 1학년 축구 선수. 기자가 신학교에 들렸을 땐 마침 추기경배 쟁탈 교내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어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으로 뛰어들 참이었다.
쌍둥이 형제가 다 그렇듯이 얼굴 모습과 체격이 꼭같아 교수나 학우들이 형과 아우를 혼동하는경우가 많다. 어쩌다 형이 규칙을 위반했는데 아우가 어이없이 야단 맞는 수도있고, 얼굴을 보고 윤태인지 용태인지 분간 못하는 학우는 그냥『태야』라고 부른다며 싱긋이 웃는다.
학비는 집에서 반부담한다는 이들은 신학부에 진학한 이후부터 고등학교에서 읽지 못했던 여러 가지 교양 서적을 많이 읽고 있단다. 사제 성소의 감퇴현상을 우려하는 요즘 이렇게 형제가 함께 사제 지망생으로 신학을 공부하고 인격 도야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면 성소문제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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