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청소년의 달」을 맞으면 평소 관심 없던 사람들도 한 번쯤은「청소년 선도」를 얘기하고「어린이날」이 되면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갖가지 행사를 마련 즐거운 하루가 되도록 마음을 쏟는다. 그러나 어린이에 관한 사회의 통념은 아직 성한 어린이의 범주 안에서 머물 뿐 신체와 정신에 결함이 있는 어린이에 관해선 동정 이상의 관심을 바라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병든 어린이는 치료해 주어야 하고 신체와 정신에 결함이 있는 어린이는 도와 주어야 한다…』(어린이 헌장 7조) 성한 어린이보다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심신장애아(心身障碍兒)들, 더 많은 관심은 커녕 어린이 개념 밖에로 팽개쳐진 이들의 실태를 알아본다.
심신장애아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자유롭지 못한 정신박약아, 시각(視覺)장애아, 청각(廳覺)장애아, 지체(肢體)장애아를 통털어 지칭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심신장애아동(0~19세) 수는 대개 53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숫자는 작년 말 사단법인 자행회(회장=이방자 여사)가 실시한 한국 정신박약아 실태 조사에 나타난 박약아 6만7천과 서울지역을 표본으로 추출한 신체장애아 출현율 1.38%를 토대로 계산한 전국 신체장애 아동 수 64만 명을 합한 것인데 학자들은 장애자의 출현을 인구의 약 3%로 추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장애자 수를 약 1백만 명으로 볼 때 이 숫자는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이들 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 시설은 맹인학교 12개 농아학교 13개 정신박약아 교육시설 9개 지체장애자 재활시설 9개소로 도합 43개가 전국에 산재하고 있다.
이 중 서울의 경우 맹아의 20%, 농아의 22%, 지체장애아의 1.5%, 정박아는 전국의 6.9%가 특수학교 아동 보호시설 전문 치료시설 등에서 교육과 보호의 혜택을 받고 있을 뿐 대부분의 장애아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체장애아를 가진 서울의 가정 60%가「경제적 능력이 없어」아동을 특수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으며 정박아동을 가진 전국의 가정 82%가 특수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특수학교나 시설에서 수용되지 못한 대부분의 장애아동들은 주위에서「병신」취급을 받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쓸모없는 아동으로 변해가고 있고 이로 인해 가정까지도 유형무형의 많은 고통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정박아를 가진 전국의 가정 68%가「정신적 고통」을, 22%가「경제적 곤란」을 7%가「보육상 곤란」을 3%가「형제 결혼에 장애」를 호소하는가 하면 신체장애아를 가진 서울의 가정 48%가「정신적 고통」을 느끼며 산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사회와 가정의 짐 노릇을 하던 이들 장애아들도 재활의학과 특수교육 및 사회사업 분야 즉 재활(再活·Rababilitation)사업의 발전으로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교육을 받음으로써 그 나름대로 이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인으로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 ①재활의학 ②특수교육 ③임상심리 ④사회사업 ⑤직업지도 분야의 전문가가 팀이 되어 한 장애자의 치료에서 출발하여 정상인에로의 인간 개발을 거쳐 직업 사회의 복귀를 목표로 하는 재활사업은 1세기 전에 기초를 마련한 선진제국의 제도를 받아들여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토대를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재활사업에 대한 국가나 국민의 관심과 재정 지원이다.
현재 이 사업은 몇몇 사회단체와 종교단체의 후원과 보조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교육법 제114조는『특별시도는 특수학교를 각 1교 이상 설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심신장애아의 기본 권리인 의무교육은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장애의 발생 예방과 의료 훈련 교육 고용 연금 지급 등 장애자의 재활 복지에 관한 시책의 기본이 되는「장애자 복지 기본법」도 아직 제정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 정박아의 20%가 일반학교에 보내져 일어나는 부작용은 교사들의 고민을 더해 주고 있고 맹인학생의 대학 입학 거부 소동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장애아를 병신 취급하며 방치할 때 무관심에 비례하여 쓸모없는 인간이 되겠지만 치료와 교육 훈련을 통해 그들 안에 감추어진 가능성을 개발, 정상 인간으로 성장 발전토록 도와 주는 일은 그들로 하느님으로부터 고귀한 생명을 받은 우리 사회의 일원이기에 이웃인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장애아를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소비적 요인이 아닌 생산적 요인이 되도록 정부는 제도적 재정적 보장을 서둘러야겠고 기업가는 단군 이래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는 돈주머니를 장애자들을 위해 열어야 한다. 더욱 시급한 것은 심신장애자들에게 보다 밝은 앞날을 열어 주려는 사회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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