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복음화냐? 세속화냐?
74년의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시노드)에서 다루는 테마가「복음화」이다. 이는 교회의 근원적 명제인 동시에 현대 세계가 요구하는 가장 절실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 교리적·신학적 또는 사회학적 등 다각도에서 재검토해 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필자는 이러한 학적 차원에서는 문외한인 만큼 하나의 상식으로서 약간의 소견을 진술해 보려고 한다.
오늘의 교회가 과연 세상을 복음화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세상이 교회를 세속화하고 있는가? 에 대해서는 얼른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소감이다.
오늘의 한국의 사회와 교회의 형편을 보더라도 교회의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가고 신자의 수효도 일증월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현상은 날로 불정과 부조리가 편만하고 불신과 불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 세상이 교세의 증대에 비례한 복음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고 반면에 교회의 상황은 세상의 풍조에 휩슬려 점차로 물질 중시의 사상과 안일과 쾌락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어 감을 볼 때 오히려 교회가 현대 문명의 추세에 따르는 세속화의 과정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현실이 바로「시노드」가 복음화를 의제로 삼게 한 연유인지도 모른다.
(二) 사회 복음화의 일반적 장애와 극복
현대 사회가 복음화되지 못하고 도리어 복음의 관리자역을 하는 교회가 세속화하여 가는 현상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바꾸어 말해서 복음화에 대한 장애물이 무엇이겠는가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다 아는 사실이지만 원인 치료적 견지에서 또 교회의 근본 자세 반성의 의미에서 몇 가지 사항을 간단히 고찰해 보겠다.
① 물질주의사상의 팽배 현대 문명의 가장 큰 특질의 하나가 물질주의 사상이다. 물질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좋은 것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물질만이 제일이고 물질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물질만능주의가 나쁜 것이 아니다. 이것이 곧『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경고하신 말씀 그대로이다.
이러한 물질사상은 상대적으로 영적량식의 격하를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소결이다. 오랜 과거의 교회는 영적치중의 결과로서 물질과 세속을 너무 경시하는 나머지 육신과 세속을 마귀와 같은 원수로까지 대하는 태도를 취한 때도 있었다. 이에 대한 일종의 반동으로서 세속은 물질과 육신을 위주로 하는 문명 개발에 전력을 다하여 왔다.
그 결과 교회와 세상은 그 거리가 엄청나게 멀어지고 그 생활 철학은 커다란 원화감을 가져오고 말았다. 드디어 물질사회는 교회를 소외하고 비소하고 제멋대로의 물질천국을 구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와 반대로 교회는 호일백만의 껍데기 신자 숫자만을 가졌을 뿐이고 알맹이 사람들은 거의 다 세속의 포로로 잡혀가고 말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 변화를 뒤늦게나마 알아차린 것은 1960년대 이후이다.
이때에 교회는 제2차「바티깐」공의회를 소집하고 4년 간의 마라톤·맘모드 회의 끝에 드디어 교회의 역사적 쇄신의 재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교회의 현대화」라는 표현이 말하듯이 현대의 물질 문명사회에 대해서 종전의 속성시, 원수시하던 배격 자세를 지양하고 도리어 그 사회 안에 적응하면서 복음화하려는 적모전법을 채택하기로 크게 방향전향을 감행한 데 그 촛점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회는 세상을 초월하거나 회피하면서 유아독선적인 고립주의적 소극적 자세에서 범의 굴에 들어가서 범의 새끼를 잡고 또 범 자체를 길들이고 키우겠다는 대단한 결의와 용기를 가지고 교회와 사회와의 대화의 길을 폭 넓게 터 놓았다.
즉 물질주의라는 장애물을 피하거나 또는 멀리서 소리만 치지 않고 용감하게 가까이 가서 그 장애물을 걷어 치우거나 넘어가는 노력을 시도하겠다는 적심요법을 쓴다는 것이다. 설사 한두 번 걸려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칠고팔기의 신앙심으로 이를 극복할 용의를 갖추어야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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