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그동안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켜오다가 어버이날로 개명을 한 지 올해로 두 돌이 되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이 어버이 없는 자손은 있을 수가 없다
가치관과 사회 구조의 변화로 부모들의 지위와 역할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요즘, 이날 하루만이라도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고 자녀 된 도리를 일깨워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우리나라는 고래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하여 예의를 잘 지키는 나라로 일컬어 왔다. 이에 의의 핵심은 말할 필요도 없이 효에 있는 것이어서 자식들은 부모들을 잘 섬겼고, 웃어른들에 대한 경애의 사상이 잘 지켜져 내려왔다. 하나 이와 같은 경애의 사상도 쇄퇴일로에 있고, 작금에 이르러 노인문제는 하나의 사회문제로 크로즈업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경애사상이 쇄퇴하게 되고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등장하게 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들은 두 가지 측면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사회 구조적 측면이고 둘째는 윤리적인 측면이다. 옛날 우리나라의 가족 형태는 전통적 농업 경영을 바탕으로 하여 확대가족을 형성하고 있었다.
농촌사회에 있어서는 인구의 지역적 이동을 필요로 하지 않고, 농토의 사유 재산화와 더불어 한 가족이 농사에 함께 종사하는 것과 같은 생산활동의 단위를 구성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대가족제도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농경사회를 근간으로 확립된 대가족제도도 사회 경제적 체제가 근대 산업사회로 변화함에 따라 가족 형태도 변화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공업화를 수반하는 도시화는 인구 및 지역적인 대량 이동과 사회 계층적인 이동을 일으키는 한편 개인의 능력과 업적에 기반한 개인주의를 촉진시키며 균분상적제가 실행되며 배우자 선택의 자유가 이룩된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가족을 핵가족화 시키며 개인을 가족 집단에서 개별화시키는 데 주된 동인이 된다. 대가족 제도하에 있어서의 가족 관계는 부자 중심이고 연로자 중심이었다.
대부분의 인구층이 무식하고 경험을 위주로 하는 지식이 우대를 받는 농경사회에 있어서는 연로한 사람들은 경험적인 면에서나 기술 분야에 있어서까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연령 서열에 따른 연로자들에 대한 존경은 전통적으로 가족원과 사회 전체의 모든 연장자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존경과 복종을 종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통적 가족 관계 및 가치관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의 자유의 권리를 바탕으로 하는 서구사상의 보급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가장과 연장자들의 지배로부터 독립을 고취시켰고, 서구 지식 및 기술의 습득과 서구적 사상을 주입하는 새로운 각종 제도의 발전은 연로한 사람들에 비해서 젊은이들에게 월등한 잇점을 보유케 하였다. 공업의 발전과 새로운 영농 방법의 보급은 현대적 기술을 습득한 젊은이들에게 점차 주요한 지위를 주게 되었고 압도적으로 우월한 현대적 기술 앞에서는 노련한 기술자의 영예는 저하되었다. 또한 도시화에 따른 핵가족화로 노인의 지위가 가족 내에서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전락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복지 시설의 미비라든가 그 밖의 여건들의 불비로 노인들은 대개 자녀들과 동거를 하고 있다.
자녀들의 가치관은 급속히 서구화되어 가고 있는데 노인들은 자녀들에게 의존해서 살려는 생각이 지배적인 데서 오는 가치관의 괴리현상이 점차 뚜렷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가치관의 괴리현상은 종국에는 노인의 소외로 귀착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신이사회문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자식들에게 천대를 받으며 살기보다는 독립해서 살겠다』는 열망은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가족 내부에서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교회는 공동체의 일원인 노인들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로 가정에서의 그들의 지위를 굳히고, 소외감을 덜어 주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