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유수」같다고 하지만 특히 1月은 재빨리 지나간다. 새해라고 해도 불과 며칠 전에 송년이니 망년이니 하는 말을 사용하던 끝이고 새 달력하나 걸고나서 금새 새해니 신년을 읊조리는 것이 낯 간지러운 생각도 든다.
해가 바뀌면, 싫어도 나이가 바뀌는 것이나 내가 맡아야할 일만 많아지는 느낌으로 공연히 마음이 무겁기만 하는 기분은 없는가. 그러나 나이를 먹도록 몰랐던 일이 많고 그 몰랐던 일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태껏 모르고있던 내 지인들의 좋은 면을 늦게라도 알게 되는 일이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 일인지를 깨우쳐 가는 것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 제일 많이 주고 받는 인사말이다. 은행에 전호를 했을때, 슈퍼마켓에서도 첫 마디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를 듣는다.
불특정인에게 남용되는 새해 인사말이 나쁠 것은 없어도 성의가 깃들인 인사라고는 생각이 안든다.
생활하다 보면 속으로 삼키고 천연스러울 수 없는 일을 겪게 되고 때로는 자신의 능력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과도 부딪치게 된다. 또 육체적인 고통으로 몸과 마음이 함께 상하게 되는 경우도 당하게 된다. 우리가 말하는 그 복(福)이란 무엇일까.
어떤 이에게는 건강이 우선일 것이고 또 다른 이는 금전적인 여유를 갈망하고 그것이 복이라고 말할 것이고 저마다의 다른 복을 그리지만 그래서 복은 본능이 아니가를 느낀다.
해마다 이루워지고 말고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몇 가지의 신년 계획을 세워 놓고 그계획은 새해가 주는 정복이라고 소중히 아끼우곤 했다.
그러나 신년마다 되풀이 되는 계획세움이 2月쯤에는 흐지부지 되고는 해서 올해는 숫제 신년 계획은 따로 세우지 않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지만 조금씩 허전해지는 기분은 또 어떤 심사인가. 그래서 조심스럽게 정한 1月의 계획을 소리내며 말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줄의 성경을 읽겠다』가 그것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해서 내가 나한테 부끄러워 하지는 말아야지.
그럴지도 모른다. 잘해 보려고 하는 일들이 그렇지 못하고 자신이 못나보이고 유리알 같이 얼어붙은 빙판 길을 엉거주춤 걸어 가노라면 새삼스러이 이 겨울은 왜 이렇게 긴가 하는 생각으로 우울할 지도 모른다.
하느님은, 이 세상 사람들 모두의 하느님은 사람들 저마다의 1月 기도와 간절한 복(福)의 요구에 대해서 어떻게 들어주실 것이며 또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실 것인지. 침묵하시고 가만히 듣기만 하실 것인지(원망의 소리까지), 안들어주시는 것으로 옳은 방법을 주실 것인지, 그래도 하느님께 내몫은 빼겠습니다라는 말은 드릴 수가 없다.
우리 안에 노력해야 할 만큼, 간절히 원하는 만큼의 빈칸을 만들어 놓고 올해도 더욱 열심히 살도록 빈칸을 메우도록 이끌어 주시는 것으로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다.
새해 들어 푸짐한 눈이 내렸다. 눈은 우리에게 가장 기본적인 길은 만들도록 한다.
꼭 가야 길이라면 누군가 부지런히 이의 발자국으로 이미 길은 드러나 있곤했다.
눈이 오던날, 집 앞을 쓸다가 어느새 천지가 하얗게 되고 내가 비질을 했는가를 의심할 만큼 길을 재빨리 덮어버리는 눈에게 항복하던 날을 기억한다. 눈을 받고 있는 나무며 지붕이며 얕은산까지 묵묵히 엎드린 자세를 보였다.
복의 씨앗을 발다들이기 위해서다. 지난 가을 어떤날 작은 씨앗들이 바람에 불리어떠다니다가 흰눈을 만나 땅속으로 스며 들어가 이 겨울을 날지도 모른다.
겨울이 그답게 맹위를 떨치고 피할길 없는 겨울 추위의 단호함은 우리에게 겸손과 순종을 가르친다. 또한 결심할 것을 고백하게 한다.
한해의 시작이 조심스러우면 그해의 끝에는 후회와 변명의 목소리가 줄어 들 것이 분명하다. 신년 계획의 많고 적음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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