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의 계층은 다양하다. 밥을 먹는 계층이 따로 없는 것처럼、우유는 갓난아기에서부터 중고생과 직장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단독주택가에서 우유배달을 하는 김마리아씨(40세)의 하루는 새벽3시30분에 기상、식사준비 후 우유배달 나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김씨는 새벽4시부터 배달을 시작、아침8시가 되면 4백여 세대에 5백여 개(2백ㆍ5백ㆍ1천㎖)의 우유와 요구르트8백 개、쿨피스80개의 배달을 끝낸다. 4백 세대라지만 세입자들이 평균 2가구 이상 돼 2백50가구 정도 방문하는 셈이 된다.
김씨는 이후 오후2시까지 슈퍼마켓ㆍ구멍가게 등지의 배달을 끝내고 귀가하지만 월말에서부터 월초까지 5일 동안과 10ㆍ15ㆍ20ㆍ25일등 10일정도의 수금기간에는 오후5시나 돼야 하루 일을 끝낼 수 있다.
6년전 30만원의 권리금을 내고 현재의 구역에서 처음 시작했을 땐 지금의 3분의1정도의 수입도 못 올렸으나 김씨는 구역 내에서 꾸준히 확장、현재는 권리금이 3백만 원에 이른다고 귀뜸한다.
인구 1백만에 가까운 「시에는 우유배달부가 총6백여명이 있다.
이들은 5년 전 8개에 불과했던 유업회사가 자꾸 늘어 현재 16개나 돼 경쟁이 치열하다며、특히 외국과 합작한 회사들이 무서울 정도의 물량공세로 「공짜우유」 「도시락」 「물통」등 거저 주거나、혹은 금전공세까지 하면서 판촉에 나서 단골고객들을 급속히 뺏겨 나간다고 걱정한다.
김영곤씨(가명ㆍ33세)는 7년 전부터 자신은 오토바이에 손수레를 매달고、아내는 자전거를 타고 고층아파트 7개동 2백여 세대에 우유배달로 2월까지는 30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3월 들어 수입이 월 5만 원 이상 줄어들었다는데、이같이 수입이 격감하는 일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빈민가에서 우유배달을 하는 박바오로씨(29세)는 내심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자가 되려고 준비하는 청년으로 2백50세대에 우유를 배달하고 있다. 아침 우유배달 후 그의 일과는 성서와 교회출판물을 탐독하고 우유배달 중 친분을 익힌 사람들을 방문、전교도 하면서 우환있는 집에 가서 가정기도를 함께 봉헌하기도 하며 냉담자를 일깨우기도 한다.
바오로씨는 매달 수입이 35만 원정도 되나 새벽배달도중 잃어버리는 우유、유효기간3일이 넘은 재고품、수금못한 우유 등에 대한 변상금을 빼버리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30만원안팎.
우유배달부들은 병이 났을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 각자 개인사업이라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못한 상태여서 치료비충원 문제도 크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우유배달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우유배달부들은 『우유를 공급하는 젖소가 쉬지 않듯 우리도 쉬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명절날은 쉬기 위해 그 전날 각 가정마다 평소의 2배씩 배달할 수밖에 없어 명절전날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애환을 토로한다.
크게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우유배달 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이 중도 포기하는 일은 이 때문에도 많다.
우유배달부들은 아무리 심하게 앓는다 해도、고충ㆍ어려움이 생겼다 해도 단 하루를 쉰다면 수백 명이 빈속으로 하루를 시작해야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눈비가 오더라도 자기를 희생、이를 악물고 해뜨기 전까지 악착같이 뛴다.
남이 볼까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배달하는 주부도 있지만、급속한 속도로 주식(主食)이 돼가는 우유가 갓난애와 새벽밥을 거르는 이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 믿으면서 새벽의 찬 공기를 가르는 이들 우유배달부는 국민건강을 지켜가는 파수꾼이다.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반드시 받는다는 이들 배달부들은 노사분규ㆍ실업ㆍ전세값 인상 등 경제를 암울하게 하는 요인들 때문에 다소 영향을 받지만 건강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는 것을 체험으로 이해하고 있는、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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