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4~5월의 태양 열기는 수은주를 섭씨4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것이었다. 이런 무더운 기후 속에 사는 이곳 난민들이 볼 수 있는 자연경관이라고는 물운반 트럭이 일으키는 붉은 황토먼지와 대나무집 같은 단조롭고 메마른 풍경에 불과했다.
요즘 들어 거의 매일 제3난민촌 사령부에서 회의를 갖고 있다. 주제는 고아들을 위해 어떻게 협조할 것이며 각 봉사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또 사무실직원의 채용 및、월급 등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서는 월급을 돈으로 지불할 수 없게 돼있어 매주 쌀과 생선통조림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나는 남쪽에 있는 고아원을 담당하고 있는 아트수녀와 함께 일하면서 고아원의 행정적인 일과 고아들을 보살피는 방법을 배웠다. 이곳에서는 고아에 대한 어떤 배려나 교육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고 배워가면서 해야 했다.
내가 고아들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때부터 나는 모든 것을 조직해야 했고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매사 언어장벽과 문화차이에서 오는 사고방식의차이로 많은 순간 벽에 부딪쳤다. 더구나 내가 관리해야 할 고아가 소수가 아닌 난민촌내의 모든 고아 1만1천여 명이었기 때문에 더욱 어디서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할지를 몰랐다.
어떤 때는 그냥 마냥앉아 멍청해질 때도 있었고 너무 답답해 마냥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나의 마음은 고아들의 너무도 보잘것없는 식사와 의복을 볼 때 아무것도 도와줄 수없는 처지 때문에 더 더욱 그랬다.
그러나 나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 자신 스스로가 어떤 방식으로 도와줘야 하는지를 알아야 했고、무엇보다도 내가 고아들을 위해 쓸 수 있는 돈과 그것이 맞아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하루는 북쪽에 위치한 고아원을 방문했다. 마침 이들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밥과 찌개 비슷한 반찬하나뿐이었다. 언뜻 스쳐보기에도 이들이 먹는 밥과 반찬을 섞어버린다면 한국에서의 개밥이나 돼지죽에 비견될만한 것이었다.
사실 이 같은 음식도 이곳에 사는 고아 전체와비교하면 나은 편이었다. 고아원에는 그래도 각지에서 오는 성금이 많기 때문이다(이곳 난민촌고아들은 고아원에 수용돼 있는 고아가 있고、시설부족으로 난민촌내에 그냥 머물고 있는 고아들이 있다. 내가 담당하는 고아들은 후자의 경우며 이들은 외부의 원조도 받지 못하고 그때그때 주위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
고아들의 삶을 보면서 나는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세상인심이 아무리 척박하지만 가난을 겪어본 사람은 분명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도움의 손길을 뻗치겠지…한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풍요를 누리며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무엇을 입을까하고 선택하는 이들이 있고、이렇게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들도 있으니 정말 재미있는 세상이야…사람들이 자신에게 있는 것을 조금씩만 이들에게 나눠주어도 이들은 금방 의식주 문제만큼은 해결할 수 있을 텐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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