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주여 당신이 언제 굶주렸으며 목말라 하셨으며 헐벗었으며 병들었었고 감옥에 갇혀 있었고 또 나그네 되었었습니까?』
할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또 말씀하실 것입니다.
『여러분의 이웃 형제들 중에서 가장 미소한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 때마다 그것은 바로 나에게 한 것이고 그들을 무시하고 해친 것은 바로 나를 무시하고 해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상의 말은 예수님 자신의 복음 말씀이요. 이와 같이 우리는 우리가 행한 사랑 여하에 따라 심판을 받을것이며 따라서 영원한 구원에 참여하고 못함은 어떻게 인간을 사랑했느냐에 따라 결정되리라고 나는 생각하오』
『동무는 참으로 순진하고 우직도 하군요. 천주와 예수를 그렇게 믿을 수 있는 동무의 마음 상태가 한편 부럽기도하오. 그리고 인간 구원에 대한「이단설」을 내세우는 동무의 용기에 감탄도 하오. 동무의 교회는 우리들 공산주의자를 악마시하고 지옥행으로 단죄하는데 동무는 우리에게 구원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군요. 내 애인도 그와 같은 말을 한 바 있었소』
『김동지의 무신론적 고집에도 불구하고 동지가 지켜온 사랑에 대한 이상과 실천 그리고 특히 동지를 위한 애인의 사랑과 희생과 기구는 동지에게 영생이라는 최종적 승리를 마련해 줄 것이요. 천주님은 그녀의 사랑과 기구를 헛되게 하시지 않으실 것이요. 참으로 그녀는 동지의 영혼 구원을 위해 천주님으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사도(使徒) 요』
『이 시간에 그녀는 나를 위해 천주께 기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런 기구가 무슨 소용이 있겠소. 잠시 후 총살 당할 나의 운명 앞에…』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별안간 그를 살려 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강렬히 마음 속에 느끼고 있었다. 우선 그와는 동족이라는 의식아래 그를 살려 주고 싶었다. 우선 그와는 동족이라는 의식 아래 그를 살려 주고 싶었다. 그리고 또 악을 미워하고 사랑을 위하는 동지의식이 나로 하여금 그를 강력히 동정하게 했다. 비록 그는 나와는 상반된 사상적 차이로 서로 죽여야 할 적이였다 하더라도 그는 자기 나름대로 우리 조국과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일해 온 애국자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내 신앙을 위해서도 그를 살려 주고 싶었다. 죽음 앞에서까지 천주님의 존재와 사랑을 거부하며 영생을 포기하겠다는 그의 고집을 나는 고쳐 주고 싶었다. 그는 영신적으로 부활하여 무신론적 공산주의로부터 교회로 되돌아와 천주님의 존재와 예수님의 사랑을 알고 다시 믿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특히 그를 위해 천주님께 기구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그의 애인을 위해서 나는 그를 살려 주고 싶었다. 그뿐만 아니라 내 애인을 위해서도 그를 살려내고 싶었다. 왜냐하면 애인을 전쟁터에 보낸 같은 애인이라는 그녀들을 동정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또 무슨 방법으로 김 상위를 살려낼 수 있을까? 그를 탈출시킨다는 것, 그것은 이적행위(利敵行爲)라는 전시하의 엄중한 벌을 나 스스로 받게 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묘안이 떠올라오지 않았다.
잠시 후 나는 대원들에게 포로들을 감시하게 하고「방카」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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