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생활의 장식품이 아닌 삶의 참된 지주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인륜대사이요 새 삶의 시작인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의 마음 자세도 응당 각자가 고백한 신앙 속에서 진지하게 준비되어야 함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많은 결혼식을 지켜보는 사목자로서의 기우만이 아닌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기에 신앙인의 결혼관에 대해 양간의 소신을 피력코자 한다.
▲하느님의 섭리
결혼은 한 가정 내의 일이고 당사자들이 간소화된 외적 의식을 통한 동거생활이 결혼의 전체적 내용이라 할 수 없으며 하느님의 영원한 예지의 섭리적 선물이다.
따라서『하느님이 맺어 준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합니다』로 결론 지을 수 있다. 아울러 부부의 이상 원형은 성삼위의 완전무결하고 치열한 사랑의 통교(通交)이며 지상의 부부생활의 표본은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십자가를 통한 피의 계약으로 표상한다.
▲교의적 결혼관
성서에 근거를 둔 신앙인의 결혼의 본질은 인간의 범주 안에 남녀가 동질(同質) 동격(同格)의 대등한 자격으로 건전한 이성의 판단력과 자유로운 의지의 결단으로 표현하는 인간적 상호 계약을 말한다.
아울러 계약의 유효 기간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쌍방의 전 생애를 포괄한다.
▲결혼의 목적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부부생활을 통한 인격의 완성과 영원으로 향하는 고달픈 지상여정의 진정한 벗이 되며 협력자가 되기 위한 사랑의 표현 즉 희생과 노력의 결실이 또한 하느님의 창조사업의 능동적 협력으로 자녀를 낳고 올바르게 교육하는 데 있다.
이 세 가지 목적이 다 중요하고 동일한 일차적 목적이기 때문에 그 어느 것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가톨릭 결혼의 특성
이 목적에 따른 특성은 성성(聖性) 단일성(單一性) 불해소성(不解消聖)으로 나타난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자유는 인간의 자유를 극히 존중하는 하느님의 섭리로 인정되지만 일단 선택된 배우자와 일생을 통한 상호 계약은 하느님의 관여 내지 주관하심이 없이는 이룩될 수 없기 때문에 혼인 자체는 거룩하고 목적을 달성하기에 혼인의 단일성과 불해소성은 극히 당연한 귀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표양은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의 공적으로 혼인을 성사의 위치로 높이고 부부의 전 생애를 축복하시고 보장해 주신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애로 및 타개점
교회는 중세기적 아집에서 혼인의 불해소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혼인 자체의 근본 목적에 위배되는 것을 교회는 결코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는 혼인 자체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과소 평가하거나 외면하지는 않는다.
오늘날의 그 많은 이혼 제기의 근본 원인과 이유는 대부분 이기적 자애심과 찰나적 육욕의 갈등에 기인함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진정하고 행복한 결혼의 성공은 신앙 속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부활의 현의를 부부의 부단한 희생과 헌신적 상호 노력으로 매일매일 실현하고 재현(再現)하는 데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부활의 기쁨은 신앙인의 보배이며 이 귀중한 생활의 철리가 부부생활에 적용될 때 짓눌리는 생활이 아닌 고난을 통한 환희의 생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혼인의 의식 절차
유효하고 완전한 결혼이 되기 위해선 모든 허례허식보다도 마음의 진지한 준비와 성총의 지위가 바람직하다.
이는 신자 상호간 뿐만 아니라 관면혼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회 혼인의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 최소한의 교리 지식과 신분의 법적 자유 위치가 절대적으로 요청되며 적어도 20일 전 본당 신부와 상의하고 이 경사를 2주 이상 공시해야 하며 의식은 두 사람의 증인과 혼배 주례권이 있는 사제 앞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참고로 부언하며 아울러 교회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면혼배를 배격한다. 부부생활 그 자체의 원만을 위해 오랜 교회 경험으로 결코 쉽사리 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부부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완전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룩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자모이신 교회의 배려를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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