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가톨릭의 토착화 문제가 논의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성과를 크게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8월에 대북에서 개최되었던 아시아 주교회의의 보고에 의하면 유교 문화권 내에 있는 한국을 비롯해서 대만ㆍ일본ㆍ홍콩ㆍ월남ㆍ마카오 등지의 나라는 전교가 부진하여 신자 수가 오히려 감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초래하게 된 원인을 검토한 결과 주교회의에서는 유교 문화의 전통적인 정신에 그리스도교가 지나치게 이단적인 색채를 풍겼다는 점에 그 부진의 원인이 있다고 결론 짓고 그래서 변화된 환경에 교회를 적응시켜야 한다고 결의하였다.
이 회의의 보고만 보더라도 한국에서는 1950년 이래 계속 부진하는 사실은 그만치 가톨릭이 아직도 토착화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여 주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톨릭을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는 계층이 유학자 층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유학에서 말하는 공자의 인과 그리스도의 사랑이 과연 서로 상반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 인과 사랑이 같은 정신이라면 유교의 어느 점이 그리스도교를 배격하는 요소인가?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가톨릭의 토착화는 극히 힘드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국민들의 가슴 깊숙히 교회를 뿌리 박기 위해서 우리는 이국 종교로서의 이질적인 부분을 지양하지 않을 수 없다. 실로 이러한 의미에서 유학의 仁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비교 고찰하려는 것이며 이 고찰을 통해서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부조화 요소를 적출하여 보고자 시도하는 바이다.
먼저 공자가 말하는 인의 개념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공자는 요순 문무주공의 도를 바탕으로 유학을 집대성하였고 그 유학의 근본 정신을 仁에 두었다. 물론 공자 이전에도 육경에서「仁」자를 볼 수 있으나 육경의 仁은 어디까지나 온순 인자 온화 등의 단순한 의미로 쓰이어진 데 불과하고 공자가 말하는 仁과 같이 그렇게 깊은 뜻은 갖지 못했다. 그러나 공자도 仁의 정의에 대하여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논어에는 仁에 대한 귀절이 무려 58장이나 되지만 그것은 모두 仁을 구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仁의 정의는 아니다.
그래서 仁에 대한 독자들의 학설이 구구하였다. 맹자는『측은지심을 仁之端也』라 하였고 동한의 유학자 정현은『仁者는 人也』라 하여 사람이 서로 짝을 짓는다는 뜻으로 풀이하였으며 당나라의 한유는『博愛之謂仁』이라 하여 인을 박애라고 정의하였다. 이렇게 仁을 윤리적 실천적학문으로 설명하여 오다가 불교와 도교의 영향으로 송대에 와서는 정자 주자에 의하여 이른바「性理 二元論이 주장되어 끝내 仁을 철학적인 형이상학으로 이끌었다. 이상으로 仁에 대한 제학설을 대충 추려 보았으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리학에 대한 철학적인 논란이 아니고 인의 실천적인 면을 탐구하는 일이라 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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