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仁의 실천 원칙을「克己復禮」라 하였고 다시 그 실천 차목을 묻는 안연에게『非禮勿視하고 非禮勿聽하고 非禮勿言하고 非禮勿動하라』고 가르쳤다.
이「극기복례」라는 유명한 구절은 仁이 주체적인 德임을 말하여 주는 것으로 송유들이 말하는 이른바「천리와 인욕」중에서 비도덕적인 인욕을 버리고 善인 자연법 즉 천리를 따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천리를 따르기 위한 도덕 원칙을「禮」에 두었다. 따라서 仁이 도덕의 형이상학적 방면에 있어서의 통일 원리라면 禮는 도덕의 실천적 지도 원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극기복례는 仁의 유일한 실천 방도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仁의 실천은 논어에 여러 각도에서 설명되어 있다. 범지가 仁을 물었을 때 공자는『居處恭하고 執事敬하며 輿人忠』이라 하였고 자장이 물었을 때는『能行五者於天下면 爲人矣』아니라 하고 그 오자를 공ㆍ관ㆍ신ㆍ경ㆍ혜라 하였다.
이와 같이 공자의 仁에 대한 견해가 그 사람과 경우에 따라 각각 다르기는 하지만 공자가 같은 제자 범지에게『남을 사랑하는 것이 仁』이라 한 적도 있을 뿐 아니라 주장도『仁은 愛의 理』라 한 것 등으로 보아 仁이 사랑을 그 본질로 하고 있음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사랑에 대하여 공자는『愛之能勿勞乎』라 하여『사랑은 희생을 수반한다』는 뜻을 밝히었다.
이와 같이 仁은 결국 사랑이라 할 수 있다.「공과 경」그리고「충서」가 결국 사랑을 실천하는 한 방도에 지나지 않으며 공ㆍ관ㆍ신ㆍ경ㆍ혜도 모두 사랑을 실천하는 방도요, 이것이 곧 사랑의 일면이기도 한 것이다.
논어에는 이렇게 仁의 실천 면을 논술하였을 뿐 仁에 대하여 그 정의를 말하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경은 그 전편이 사랑의 교서라 해도 과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 역시 사랑에 대한 정의는 내리시지 않았다.
이와 같이 공자의 仁과 그리스도의 사랑은 그 본질에 있어 같을 뿐 아니라 표현 방식까지도 일치한다.『仁은 천하막적』이라 했고 그리스도는『원수를 사랑하라』했다. 仁은 그 실천의 시발점을 孝에 두었고 천주십계에 인간에 대한 첫 계명은『부모에게 효도하라』하였다. 공자는 종신토록 행할 것을 한마디로 말한다면『恕也』라 하였고『己所不慾을 勿施於人하라』하였다. 이에 대하여 그리스도는『남의 허물을 용서하고 모든 사람의 종이 되라』고 하였다. 공자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仁을 해치지 않고 몸을 죽이어 仁을 이루어라』하였고 그리스도는 사랑을 위하여 그 몸을 십자가에 맡기시었다.
이와 같이 仁과 사랑은 결코 이질적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학자들이 그리스도교를 이단이라 배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로 공자의 인이 극기복례하는 개인의 인격 완성이라는 주체의식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극기복례의 실천은 효에서부터 시발하는 것이며 그리고 효는『始於事親하고 中於事君하며 終於立身』이라 하여 忠과 직결될 뿐 아니라 그 궁극적인 목적을「자기 완성」에 두고 있다. 척사행정의 정신도 실로 이곳에서 우러나는 것이며 이 척위정신은 오직 유학만이 정통이요 그 밖의 모든 것을 이단이라 배격하는 편협성이 내색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학의 仁은 어디까지나 극기복례의 주체의식을 전제로 한 인간 사회에 국한한 등차적인 사랑임에 비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은 무한하고 만민에게 평등하며 영생이 약속된 점에 그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유학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하여 유학이 어떠한 상황 아래 우리나라에 전래하였으며 그리하여 그 유학이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였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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